방랑시인 김삿갓 (15) 시승과의 문답 노승 .. 조등입석 운생족 (朝登立石 雲生足) 아침에 입석봉에 오르면 구름이 발밑에서 일어나고 삿갓.. 모음황천 월괘순 (暮飮黃泉 月掛脣) 저녁에 황천물을 마시니 달이 입술에 걸리도다. 노승.. 간송남와 지북풍 (澗松南臥 知北風) 물가의 소나무가 남쪽으로 엎드려 있으니 북풍이 주는 것을 알겠고 삿갓.. 헌죽동경 각일서 (軒竹東頃 覺日西) 마루의 대나무 그림자가 동쪽으로 기우니 날 저무는 것을 알겠노라. 노승.. 절벽수위 화소립 (絶壁雖危 花笑立) 절벽은 …
방랑시인 김삿갓 (24) 月白雪白 天下地白 ... (달빛도 희고 눈빛도 희고 세상천지 모두 하얗다.) 여인을 따라 들어간 사랑방은 조금 전까지 누군가 사용하던 것처럼 매우 정갈했다. 기름을 잔뜩 머금은 장판은 거울처럼 번들거렸다. "잠시 기다리셔요. 목욕물을 데워 놓을 테니 목욕을 하시지요." 김삿갓은 어안이 벙벙했다. 외간 남자가 안채로 들어온 것도 과분한데, 목욕물을 데워준다는 것은 천만 뜻밖의 일이었다. 허나, 이 순간 모든 것의 결정권은 여인이 가지고 있었기에 그는 여인이 하자는 대로 그저 묵묵히…
방랑시인 김삿갓 (29) 김삿갓의 양반 골려먹기 "아마 아흔 칸이 넘을 것이라고들 말하는뎁쇼." 앞선 사령이 말을 하였다. 과연 그 정도가 될 것 같았다. 김삿갓은 서진사가 거드름을 필만하다고 생각했다. 이윽고 서진사 집에 당도했다. 집안은 잔칫집답게 사방에 초롱불이 밝혀져 있고, 사람들이 분주하게 돌아 다녔다. 김삿갓은 누구를 찾을 것도 없이 성큼성큼 사랑채로 향했다. 그가 사랑방 앞에 당도하니 방안에서는 네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자연 양반 이야기가 나오면 그 녀석이 맥을 못 …
방랑시인 김삿갓 (47) 뒷동산 밤송이는 벌이 쏘지 않아도 벌어지고, 시냇가 수양버들은 비가 오지 않아도 잘 자란다. 다음날, 최백호는 자기 부인을 시켜 곱단이네 집으로 미리 통지를 보내고 삿갓에게는 새옷을 한벌 갈아 입힌후, 그를 데리고 재넘어 곱단이 집을 찾아갔다. 곱단의 집은 재넘어 남향에 자리잡은 조그만 기와집으로 마당 앞에는 한참 장미가 꽃피우고 있었고 손님이 온다는 기별이 있어서 그런지 집안은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하였다. "이리오너라! " 안마당을 지나 대청앞에 가서 최백호가 크게 부르니 부엌에서…
방랑시인 김삿갓 (69) 선죽교 참배(하)와 앉힘 술집 망국의 설움이 가슴을 파고드는 듯한 처량한 시였다. 김삿갓은 저물어 가는 선죽교 위에서 선비가 읊은 시를 듣고, 문득 선비에게 말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 선죽교를 다녀갔을 터인데, 알려진 시가 고작 한 편밖에 없다니 안타까운 일이군요. 그렇다면 제가 즉흥시를 한 수 읊어 보기로 할까요?" 선비는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말한다. "만약 한 수 읊어 주신다면, 저는 두고두고 마음속에 아로새겨 두겠습니다." …
방랑시인 김삿갓 (119) 필봉의 흉계를 간파(看破)한 새벽의 탈출 "잠깐만... 가기 전에 말 좀 물어 봅시다.“ 여정은 하룻밤 사이에 정이 들었는지, 김삿갓의 어깨를 이불로 감싸 주면서 스스럼없이 말한다. "고단하실 텐데 주무시지 않고 무슨 말을 물어 보시려고 그러세요.“ 김삿갓은 여정이 과부가 되더라도, 그녀와 결혼할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무슨 까닭으로 알몸으로 이불 속으로 침입해 왔는지, 배후의 인물과 이유만큼은 분명히 알고 싶었다. "우리 이제 헤어지면 언제 또 만나지…
방랑시인 김삿갓 (126) 양협무일치 능식일선강(兩頰無一齒 能食一船薑) 두 볼에는 이가 하나도 없건만 생강 한 배를 널름 삼켰구나 "하하하, 우화등선(羽化登仙)이라더니, 노형은 기생 외도로 신선놀음을 하셨구려." 김삿갓이 한바탕 웃고 있는데, 주인 노파가 술을 들고 들어오며, "처음 만난 양반끼리 무슨 재미있는 일이 많아 그렇게도 웃고 계시우?" 하고 묻는다. 김삿갓은 주인 노파를 옆에 주저앉히며 말을 걸었다. "이보시오, 주모! 옹진서 왔다는 이 양반 말 좀 들어 보시오. 이…
방랑시인 김삿갓 (145) 방구월팔삼(方口月八三) 여인은 읍내로 들어 오면서도 상금 생각이 간절한지, 이렇게 물었다. "당신은 글을 잘 아신다니까, 방문을 한번 읽어 보기만 하면 상금은 틀림없이 탈 수 있갔디요 ?" "방문 내용을 읽어 보기 전에는 반드시 상금을 탈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선 안돼요! 어떤 일이 있어도 상금만은 꼭 우리가 타야 해요." "자네는 돈에 환장한 사람 같네그려! 돈이 뭣에 필요해 그렇게도 안달인가?" "…
방랑시인 김삿갓 (194) 남원 광한루에서 김삿갓이 남원 고을 광한루(廣寒樓)에 도착한 때는, 삼복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였다. 따라서 사람들은 한낮의 더위를 피하려고 모두들 광한루로 모여들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삼삼오오 여기저기 나무 그늘에 둘러앉아 북을 치고 노래를 부르며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질탕하게 놀고 있기도 하였다. 광한루는 그 옛날 성춘향과 이몽룡이 사랑을 속삭이던 본고장인지라, 어디에서나 의레 들려 오는 노래는 이 아니면 뿐이었다. 이렇게 광한루 주변은 한량들의 놀이터가 되어 있어서, 김삿갓은 어디를 …
얼마전 '부용 신작로'란 내글을 받아 본, 용지 죽신리 살았으며 KBS 스포츠국장을 지낸 친구한테서 전화를 받았다 그는 신작로는 부용국민학교까지가 아니라 용지까지 이어지는 길이었다고 하며 그때의 부용 신작로를 잘 표현해 주어 감동했다고 하면서 몇가지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부용은 그때 대부분 용지 사람들이 왕래하던 텃밭이었다고 . . 용지에는 국민학교 부근에 아무것도 없었고 교회도 몇명 어느 집에 모여 예배 드리는 시작 단계여서 부용 교회를 다녔는데 나랑 5학년 때쯤 만났다 용지 사람들이 부용역을 이용하였고 그래서 부용 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