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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무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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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웃음
댓글 0건 조회 1,707회 작성일 22-07-23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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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아마추어 무선을 권유하여 시작하게 되었다
젊었을 때로 한참 호기심이 발동하고 활동이 왕성했던 시절이라 안내하는 대로 아마추어 무선사 자격을 획득했다

이제 무선기기를 장만하려고 이것 저것을 한참 물색하고 있는데 국내산은 없다
95년 회사에서 보내주는 일본 연수를 가게 되어 그곳 전자상가에 들렀고 무선기 HF대 하나를 구입하여 귀국길에 올랐다

김포공항 세관에서는 자격증을 가지고 다시 와서 관세를 물고 찾아 가란다
얼마 후 다시 가서 찾았는데 개인적으로 무선기기를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안양 전파연구소에 가야 했다
그런데 구입한 HF 무선기는 원거리 용으로 가까운 일본이나 아주 먼곳은 전리층 반사 통신을 할 수 있었으나 희미한 목소리들이 온통 잡음 가운데서 콩글리쉬로 대화하는 것은 무척 힘이 드는 일이었다
시작하는 마당에 어려운 첫단추를 꿴것 같았다

다음, 주위에 있는 가까운 사람들과 통신할 수 있는 VHF대 기기와 휴대용 무전기를 추가로 구입하였고 이제 본격적으로 아마추어 무선사로 활동을 하게 되었다

90년대 중반, 살고있는 서산지역에는 이미 지역사람들의 아마추어 무선통신 단체가 있었는데 거기에 끼어 들게 된 것이다

비교적 높은 곳에 위치한 아파트의 옥상 위에 안테나를 설치하여 뒷산이 가로막고 있지만 근방 무선신호는 대부분 잘 잡을 수 있어 주변 아마추어 무선사 여럿과 만나게 되었고 때로는 밤 늦도록 동네사람과 무선기로 대화를 주고 받았다

어느날 저녁 식사후 무선기에서 중학 동창 채길석이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길석이는 전에 내가 호남으로 승진 발령 받았을 때 손바닥을 치며 업무를 인계하고 삼천포로 떠나 갔었으나 다시 이웃 태안 발전교육원에 교수로 재직하고 있었다

자가용으로 고향 가는 길에 서산을 지나면서 무선으로 만나게 되었는데 계속 대화를 주고 받았고 해미를 거쳐 홍성을 지나 부여 그리고 금강 하구둑에 지나 갈때 까지 꽤 오랜 시간 잡음이 섞인 희미한 가운데서도 대화는 이어졌다

당시 서해안 고속도로가 생기지 않을 때여서 국도로 꼬불 꼬불 가는 길에도 무선신호가 잡혔으며 길석이의 둘째 가라면 서러울 입담으로 밤 늦게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또한 휴대용 무전기를 들고 서산 가야산 정상에 올라가서 CQ CQ 하고 교신 상대를 찾았을 때는 같은 아파트 윗층에 사는 출장가던 가축병원 원장과 처음으로 만날 수 있었고 또 멀리 서울 관악산에 올라 온 사람과도 교신할 수 있었다

쉬는날 무전기 앞에 앉아 있으면 어김없이 서산 가야산, 도비산에서 일행들이 패러글라이딩하며 공중에 떠서 왔다 갔다하면서 주고받는 햄 교신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가끔 찾아가 보곤 하였는데 덕분에 김종필 목장 경사진 곳에서 이륙 연습하는 것과 길 입구의 봄철에 화려하게 피어있는 벚꽃 길도 감상할 수 있었다

회원 중에 경찰이 있어 안면도 끝자락 외딴곳(지금은 보령에 터널로 연결되었지만)에 위치한 파출소장과 늦은 시각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었는데 그는 전직 무선통신병이었다고 하며 그의 권유를 받아 여럿이 함께 모르스 부호로 통화하는 전신급으로도 입문할 수 있었다

부호를 길게 짧게 하는 통신은 키로 • - • - 치는 것이 기술의 숙달과 함께 해석이 필요하며 상당히 어려워서 얼마 동안 몇 사람과의 통신으로만 그치고 말았다

태안반도 끝자락 학암포에 있는 발전소를 다니는데 나중에 자동차에도 무전기를 설치하여 운전하면서 교신을 했다

아마추어 무선사가 단체로 각각 차로 갈때도 무선 교신을 했는데 대화를 차례로 이어 가면서 서로가 동아리의 소속감을 느낄 수 있어 휴대폰의 1 : 1 대화에서는 구현할 수 없는 특별한 즐거움이 있었다

무선 교신은 트럭 운전자들도 이동하면서 다른 지역에서 새로운 친구들 만날 수 있고 도움을 받기도 하며, 다시 만나는 반가운 동료와 대화할 수 있기에 그래서 많이 선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무선으로 어느 곳에서나 대화할 수 있는 편리함에 매혹되어 아내와 아들한테도 권유하고 아마추어 무선사 자격증을 따도록 하였다
출 퇴근시 운전하고 있으면 언제나 연락이 될 수 있었고, 비상 상황에서도 대화할 수 있어 편리했다

폭우로 번개 치던 날 밤 회사에 비상 소집되어 들어갈 때와 겨울에 눈이 많이 와서 빙판길되어 바퀴에 체인을 치고 갈때도 집사람은 걱정이 되었는지 회사에 도착할 때까지 내내 교신을 하도록 말을 걸었었다

퇴근할 때는 태안을 지나면서 으례 지역 사람들을 찾으며 교신을 했었는데 원북 끝머리 쪽에 사는 몇차례 교신했던 분이 자기집에 꼭 방문하란다

시간내어 찾아가 이야기를 나눴는데 머구리(잠수부)로 바닷속에 자기의 농장이 있다는 등 이야기를 나누다가 올 때는 살아있는 큰 생선 몇 마리를 비닐에 담아 주는데 집에 올때까지 내내 뒷좌석에서 푸드득 푸드득 발광하는 시끄러운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집에 와서 집사람한테 고기를 건네 주었더니 '음메 -' 하고 기겁을 하며 거실에서 놓쳐 그만 내동댕이 쳐지고 살아있는 고기는 요리할 수 없다고 그대로 아래 집에 갔다 주어 버린다

늘 고향을 그리워하며 혹시나 무선으로 고향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기대하면서 그쪽 하늘을 향하여 신경을 곤두 세웠었다
여러차례 전북 콜싸인으로 불러 보았었는데 모악산 자락에서 돼지농장하는 사람과 양호한 육질을 위하여 클래식 음악을 돼지들 한테 들려 준다는 이야기 등을 나누었고 백구 반월리 사람을 한번 만날 수 있을 뿐이었다

당시 편리했던 아마추어 무선 교신은 상대방을 찾을 때 그 사람이 무전기를 켜놓고 옆에 있어야만 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꺼놓고 있으면 아무리 불러봐도 메아리가 없는 외침인 것이다

그러는 중 회사에서 비상연락을 위한 삐삐를 제공받았다
무전기보다 훨씬 전달성이 좋아 퇴근 중 삐삐를 받고 전화를 찾아가서 내용을  확인하고 다시 회사로 들어 가기를 여러 번 했었으니까 . .

전기 생산하는 발전기는 24시간 돌려야 하는데 담당하던 제어분야는 필수 업무로 삐삐는 업무의 연장으로 느껴지기도 했지만 성실하게 혁대에 계속 차고 다녔다

그 뒤 삐삐보다도 훨씬 더 좋아서 전원을 꺼 놓을 염려도 없고 어디에서도 즉시 통화가 가능한 휴대폰이 나오면서 이제는 불러도 대답없는 무전기는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휴대폰은 나중에 사택에 살다가 비상시 회사에 들어 가는 차 안에서 발전차장한테 발전기를 정지하지 말라고 내 의사를 전달 할 수 있었던 편리함도 돋보였는데 . .

그 뒤로 전국민에게 보급 되다시피 하고 이제는 컴퓨터까지 대체할 수 있는 휴대폰으로 발전하고 일반화 되면서 사라지는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닐 것인데 아마추어 무선도 그 희생물 중 하나인 것 같다

'CQ CQ 여기는 DS3 ABP, 디에스 쓰리, 알파 브라보 파파 . .' 하며 교신 친구를 찾던 시대는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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