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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용으로 추억여행

시골 운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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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웃음
댓글 0건 조회 2,366회 작성일 21-08-1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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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 운동회
오래전 설레이던 가을 운동회를 희미한 기억속에 더듬어 보려고 합니다

열리기 한달 전부터 공부를 오전에 마치고 오후 매일 운동장에 나와 연습을 했었습니다
운동장 북쪽 중앙에 텐트를 세우고 마이크를 설치하여 본부석이 만들어졌습니다

운동회날 아침 정문에 들어서니 넓은 운동장 하늘에 만국기가 휘날리며 동네 사람들 모두가 모인듯 엄청 북적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입구 왼쪽 가상(가장자리)에 천막이 처져있고 그 옆에는 솥을 걸치고 장작불을 피우며 음식을 만들고 주위에는 막걸리 한잔씩 걸치며 동네 아저씨들의 이야기들과 웃음소리가 울려 왔습니다
그때 그곳에서는 신작로의 고깃집 아줌마도, 잘 보이지 않던 동네 어른 아저씨들도 거기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TV는 없었고 휴대용라디오도 생기기 전이었기에 다른데서 시골 학교 운동회처럼 볼만한 구경거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자식들을 사랑하는 부모들이 석담리 가전리 할 것 없이 먼곳에서 우리 애가 운동회 한다는데 하면서 학교로 찾아왔었습니다
모처럼 만난 부용관내 사람들과 동네 아저씨들이 서로 악수하고 인사 나누며 어울려서 장터같이 북적거렸습니다
평소 뵐 수 없었던 친구들의 아버지, 어머니를 그때 뵐 수 있었고 그런 친구들이 굉장히 부러웠었습니다

그날 친구 어머니는 먼 반월리에서 맛있는 음식을 잔득 싸가지고 오셨습니다
달리기 하려고 그어진 금 옆에 나래비(줄) 서서 아들을 열열히 응원하시고 게임을 하고 오면 참 잘했다 쓰다듬으며 칭찬하고 안아 주는 모습이 눈에 훤히 보였습니다

우리 부모님은 농사일로 오지 못하셔서 나는 점심을 먹으러 집으로 갔었지요
집에서는 마당에 홀테 2대를 놓고 나락을 훑고 있었습니다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두편으로 나뉘어 흰색과 파랑색 큰 깃발을 휘날리며 서로 열심히 응원하고 경쟁했었습니다
조를 짜서 뛰는 100미터 달리기는 공통과목 이었고 1, 2 등은 공책과 연필을 상품으로 받았습니다

장대의 박 터트리기, 곤봉체조, 텀블링, 기마전, 줄다리기 등 그리고 계주가 피크였던 것 같습니다

여자들이 높은 장대에 매달린 둥근 박을 모래를 넣은 오재미로 던져서 깨트리는 게임을 했었습니다
던져서 먼저 박을 깨트리는 쪽이 이겼고 같이 환호를 질렀으며 깨진 박속에서 멋진 오색 테이프가 주르르 모습을 드러내고 휘날렸습니다
 
곤봉체조 연습을 위하여 매일 책보에 곤봉을 챙겨와  학교에 가지고 다녔었습니다
축소된 야구방망이, 볼링 봉같이 생겼으며 곤봉 끝에 얇은 색깔이 있는 테이프를 길게 달았습니다
단체로 열을 지어서 곤봉을 손가락 사이에 끼어 두팔을 휘돌리면서 여러가지 멋친 체조를 했었습니다
그 단단한 곤봉으로 한대 맞으면 ㅎㅎ . .

텀블링은 물구나무 서기 등을 했던것 같은데 탑을 쌓던 기억만 확실합니다
사람이 사람위에 올라서는 탑 쌓기 할때는 진짜 무서웠습니다
3층까지 인지 4층까지 쌓았는지는 기억이 희미합니다
어깨위에 발을 딛고 올라타니 그 무게에 내몸이 흔들리는데 조금만 움직이면 위에 오른 친구가 떨어질 것 같고 앞에는 호랑이 선생님이 눈을 부라리고 호령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기마전 할때는 참 재미있었습니다
네명이 조를 짜서 한사람은 말머리같이 앞에 서고 두사람은 뒤에 날개같이 어깨 손깍지를 끼고 힘이 세고 등치좋은 친구가 그 위에 올라탔지요
청군, 백군으로 나뉘어 모자를 뒤집어 쓰고 상대편을 찾아서 말 위에서 붙잡아 끄집어 내리는데 상대편도 말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거꾸로 되어 머리가 땅에 거의 닿으려 하는데도 붙잡고 안 떨어지려 끝까지 발악하던 친구가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서로들 지지 않으려고 엄청난 몸싸움을 했었습니다
한조를 무너 뜨리고 또 다른 살아있는 상대편의 말을 찾아 나서는 그 순간이 정말 신이 났었습니다

본부석을 기준으로 중앙에 선을 긋고 양쪽에서 줄다리기를 할 때는 젖먹던 힘까지 다하여 줄을 당겼습니다
줄다리기는 당기는 사람들보다 구경하는 어른들이 더 큰소리로 "청군", "백군" 외치면서 옆에서 깃발을 휘두르며 응원을 했었지요

운동회는 계주가 제일 인기가 있었던 같습니다
대부분 검정 고무신을 신을 때라 운동장을 맨발로 달렸습니다
4명씩 청백군으로 나뉘어 바통을 이어받고 달리는데 운동장 트랙 원 주위에 모두들 열을지어 청군, 백군 이겨라 하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달려가며 바통을 인계 받아 가다가 떨어 뜨리면 순간 보는 모든 사람들이 안타까움의 탄식을 질렀었지요

운동회 끝날 무렵 이웃 용지국민학교와 학교간 계주 경기가 있었습니다
한참을 팽팽하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여 당연히 우리학교를 열심히 응원하고 있는데 용지국민학교 제일 마지막 주자가 별안간 앞으로 튀어나와 앞서가기 시작하더니 많은 거리차이로 우리학교를 이겨 버렸습니다 어찌나 아쉽던지 . .

운동회는 막이 내리면서 모두들 모여 성적을 발표하며 이긴 편에서는 두손을 번쩍 하늘로 올리면서 "만세", "만세" 함성을 외첬고 진 편에서는 박수를 쳐줄 수 밖에 . .
그때 용지국민학교 마지막 주자가 윤낙식으로 전북대표로 전국체전에도 나가고 나중에 체육교사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때가 1965년이고 57년 전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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