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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용으로 추억여행

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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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웃음
댓글 0건 조회 2,182회 작성일 21-06-0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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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텃밭
비록 상자곽 만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지만 이곳 도시의 단독 주택에서 꽃이나 작물과 잔디를 심을 수 있는 작은 밭이 있다면 . .
그건 이루어 질수 없는 하나의 꿈 !
ㅎㅎ

어릴적 우리집은 단독주택 초가집에 텃밭이 있었습니다
그옛날 텃밭생활을 소개합니다

전형적인 농사꾼 집으로 텃밭을 잘 가꾸며 생활하였다고 생각합니다
텃밭의 크기는 집(초가집 그리고 마당, 장독, 헛간, 돼지막, 닭장, 뒷간, 뒤엄자리, 꽃밭)과 거의 같은 면적이었습니다

가운데에 우물이 있고 탱자나무 울타리로 둘러 쌓여 있었습니다
텃밭에 심은 작물 (배추, 무우, 파, 고추, 감자, 마늘, 가지, 호박, 아욱, 상추, 시금치, 당근, 완두콩, 소블, 옥수수, 단수수, 외)로 식구가 먹을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마당과 텃밭 사이에는 엉성하게 작은 문을 만들어 밭에 뭘 심지 않았을 때만 개방하여 마당에서 놀고있는 닭이 밭에 들어가서 헤집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봄에 고구마를 땅에 묻어 싹이나고 줄기가 무성해지면 줄기를 작게 잘라서 사거리 밭에 옮겨 심었습니다
감자는 눈있는 조각을, 파와 마늘은 갈라진 작은 조각을 심고 배추, 무우, 시금치 등은 씨를 뿌렸습니다
모종을 심고 비가 오지 않으면 우물에서 퍼서 물을 주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밭 고랑가에 심은 강낭콩의 귀여운 싹이 무거운 흙뚜껑을 살포시 들고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었지요
우물가에는 단수수를 심어 단수수 꽃이 익을 때마다 하나 둘 베어다 마디마디 잘라 더운 여름에 식구들이 달디단 단물이 입안에 가득 나오는 단수수를 나누어 먹었습니다
또 물이 많이 나오는 길다란 무우도 뽑아다 깍아 먹었었지요

밭 한쪽에 가지를 심어 가지가 열리면 집에선 가지무침을 해먹습니다
하지만 내입이 심심할 때면 아무도 모르게 표시나지 않게 하나씩 따서 먹었습니다
입가에 가지색 표시가 나지 않게하고 말이죠

전부 식구들이 먹는 것들 이었으나 여름철 매년 장아찌외는 많이 심어 솜리시장에 내다 팔았습니다
장아찌 외는 장아찌를 담궈 노란 무우와 함께 도시락 반찬에 넣는 것 이었지요
참외나 물외를 심었으면 궁금할 때 하나씩 따서 먹을 수도 있었을텐데 장아찌 외는 맛이 없고 심심하여 큰놈을 하나 깍으면 그것을 다 먹기도 곤란할 정도였습니다

마늘을 심으면 꽃대로 올라오는 고동을 잘라서 약간 매운 맛이 도는것을 그냥 먹었습니다
그때는 별 필요가 없었는지 다른 곳에서도 나무라지 않더군요
김장할려고 배추를 뽑으면 뿌리는 그냥 밭에 내버렸는데 그중 통통하고 큰것을 골라서 흙을 탈탈 털고 깍아서 먹었습니다
배추 꼬랑지는 요새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그런 독특한 참 맛이 있었습니다

하지감자를 심었는데 일어나니 두더지가 밤새 밭을 뒤지고 여기저기 흔적을 남겨 그녀석을 잡을려고 시도 했었습니다
다음날 또 다음날 아침 삽을 들고 두더지가 지나간 흙 부위가 돋아져 있는 곳 부근 옆에서 앉아 한참을 기다려 흙에 줄이 생기며 움직이는 곳의 앞쪽을 삽으로 꽉 찍고 거기를 부지런히 팠는데 아무리 파도 땅속 다른 곳으로 귀신같이 도망을 쳤는지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탱자나무 옆에 호박을 심어 위로 올렸습니다
저녁때 쯤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호박국을 위하여 적당히 익은 애호박을 탱자나무 위에서 따오는 일은 내 담당이었습니다
다른쪽 탱자나무 아래 작은 경사에는 돌복숭아, 옻나무, 골담초가 심어져 있고, 돛너물, 소블, 돼지감자가 혼자서 자라고 있는데 그중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탱자나무 사이로 자란 돼지감자를 혼자 케내어 깍아 먹어 보았는데 오이처럼 그저 싱거웠지만 그래도 먹을만 했습니다
여름 아침에 예쁘고 달짝지근한 골담초 꽃을 따먹으려고 지나가다가 옻나무에 팔이 닿아 옻이 올라 한동안 가려워 엄청 긁었으며 팔뚝에 된장을 듬뿍 발랐었습니다

부모와 누나들이 있어 어린 나는 텃밭 일을 거의 하지 않았고 호멩이로 풀메는 모습 등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나름대로 즐기며 자연 공부를 하였습니다

방죽 배수로에서 잡은 붕어나 송사리를 신발에 물과 함께 담아 집으로 가져와 우물가에 있는 확독에 넣어 보고 즐겼고 또 황산다리 밑에서 헤엄치다가 밟힌 민물 말조개도 잡아다 놓았는데 조개가 입을 쩍 벌리더니 넓적하고 부드러운 말같은 것으로 하얗고 매끄러운 확독 바닥을 미끄러지듯 기어 다니는 모습을 보며 신기해 했었습니다
그러나 그곳은 그늘이 없고 햇볕이 쨍쨍 쬐어 오래가지는 못했지요

우물에는 지붕이 없었고 들여다 보면 저 깊은 곳에 비친 파란 하늘속의 내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땀이 많이나면 누나가 두레박으로 물을 퍼올려 윗도리 벗고 엎드려 있는 내 등에 물을 뿌리면 '어후후'하고 깜작 놀라며 시원해 했었습니다
또 노깡이 옆에 있어 물을 퍼부어 놓고 동생과 함께 벗고 들어가면 너무 시원하여 오들오들 떨면서 물속에서 놀았었습니다

우물물이 내려가는 도랑에 모심기하고 나서 모판에서 가져 온 연약한 모를 몇 포기 심어 보았는데 영 자라질 않았습니다
다음해는 우물가에 별도로 작은 둑을 만들고 물을 주면서 몇포기 심었더니 잘 자랐습니다
점점 키가 크고 잎이 무성해지며 포기가 많아졌는데 나중에 볏잎에 작은 무늬가 생기더니 병이 걸린 것 같이 나락이 제대로 열리지 않았습니다

학교에서 사방 사업차 나무 심으러 봉의산에 갔었는데 오는길에 밤나무 묘목을 세그루 가져와 탱자나무가에 심었습니다
아버지가 못마땅한 눈치 였었는데도 나무라지는 않았습니다
그중 한 그루만 비교적 잘 자랐었는데 나중에 밤나무가 크게 되면 밭에 그늘이 생기고 뿌리가 텃밭으로 뻗어나와 작물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을 그때는 미쳐 알아 차리지 못했었지요

그 뒤로도 나무를 꺽어 땅에 꽂기만 하면 잘 자라는 포플러, 개나리 그리고 자귀나무 등을 옮겨 한쪽에 심어 봤는데 성공하지 못했었습니다

초교 줄업할때 사은회 대신 받은 감나무 묘목을 텃밭 한쪽 우물가 양지 바른 곳에 심어 길렀습니다
처음에는 죽은것 같은 마른 막대기에서 작은 잎이 나오는 것이 신기하였고 그 뒤로 아침 일어나면, 학교 갔다 오면 찾아가는 관심 1호가 되었읍니다
거름과 물도 주면서 지극 정성을 들이니 가지가 뻗고 무럭무럭 잘 자랐었습니다

해가 가면서 점점 키도 커서 큰나무가 되어 울창한 잎파리 속에 꽃이 맺히고 감이 열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일찍부터 객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느라 수확도 거두질 못하였고 나중에는 가끔씩 찾아가던 고향을 떠나 이사한 뒤로 애지중지하며 길렀던 감나무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게되어 못내 아쉽기만 합니다

그리고 행복감이 흘러 넘치던 고향 텃밭생활과 함께 어린시절도 모두 추억속으로 사라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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