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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용으로 추억여행

전깃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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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169회 작성일 20-06-23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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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 우리집은 조금 더 가난했었다
이웃집에까지 들어오던 전기는 우리집에는 오지 못했다
생각해보니 동네에서 아랫집 순근, 선택이네와 우리집 빼고는 거의 전부 전기가 들어오고 있었다

그때는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이 전혀 보급이 안되었을 때로 당시 전기는 오로지 캄캄한 밤을 밝히기 위한 것으로 전깃불이라고 불렸다

등잔불에 성냥을 그어 불을 키고 그 불빛 아래 우리 식구들 바느질과 숯다림질을 했으며 나는 책을 읽었다
등잔은 계속 기름을 보충해야 하므로 신작로 경성고무신 가게 옆에 있는 기름집에 가서 대도병(정종병)으로 사오는 것이 매번 내 책임이었으며 한번 사 놓으면 한달정도는 사용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두운 밤에 빛을 내는 반딧불을 보고 그걸 잡아 밝히는 것도 한번 생각해 보았으나 반딧불은 캄캄할 때에는 밝게 보이지만 글을 읽을 정도로 밝지 않아서 어려웁게 여러마리를 잡아서 한곳에 모이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반디는 죽어 있었다

등잔은 약 40 cm 높이로 등잔대를 세우고 그위에 놓아야 하기때문에 매우 조심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잘못하여 등잔을 이불에 엎지르면 혼나기도 했으며 (등유인지라 불이 잘 붙지는 않았다) 책을 더 잘 볼려고 등잔불에 가까이 하다가 앞 머리가 눈섭이 꼬슬라지기도 하였다
아마 방안에는 탈수 있는 것들이 많아 등잔불로 인하여 초가집을 태운 곳도 많으리라 생각된다

요즘 등잔불을 호롱불이라 하는 것과 혼동하여 사용하는 것 같은데 내 기억에는 호롱불은 호리병같이 아랫부분이 꽃병처럼 넓은 유리로 만든 병 내부에 심지도 납작하고 길기 때문에 불꽃이 더 크고 밝으며 위에 끄으름이 발생하여 마당에서 일하거나 밤에 나락을 훑을때나 처마에 걸어놓고 사용하였다
그으름이 많이나고 기름소모가 많기 때문에 잘 사용하기 곤란했었다
그때는 남포등이라고 부른 것 같다

그 외에 밝게하는 것으로 촛불을 들 수 있다
불꽃이 훨씬 커서 바람에 쉽게 흔들려서 급할 때나 밤에 행사를 치를 때등 임시방편으로 사용하였고 넘어지면 촛물의 영향으로 더 위험하였으며 직경이 작은 막대기 같아서 쉽게 넘어지므로 조금 더 밝긴 하지만 그렇게. 많이 사용되지 않았다
오늘날에도 분위기 조성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 같다 

어린마음에 전기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었던 것은 연날리기 할 때 한참 잘 올라가던 연이 바람에 흔들리다 전선에 걸려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전봇대에 올라가 장대 등으로 끄집어 내리려 하지만 위험하고 옛날 나무 전봇대는 발 디딜곳도 없어 저놈의 전봇대를 어떻게 옮기면 안되나 하고 원망을 하였던 적이 많았다
하필이면 '장터'라고 불리는 우리동네에 집에 가깝고 추운 바람을 피하고 햇볕이 드는 양지가 있어 연날리기 좋은 명당인데 월현대로 가는 전선과 우리동네 공급하는 전선이 연날리는 하늘위에 널려있어 저걸 어떻게 할 수 없나 ? 하는 생각이 마음 한곳에 못이 박혀 있었던 것이다

중학교때는 등잔불이 어두워 공부하기 곤란하다는 이유와 함께 공부하자던 김동규네 집에 한동안 다니며 밝은 전깃불의 혜택을 볼 수 있었다

고등학교떄 쯤 우리집을 지나는 3300V(전선에 안 써있으니까 전압이 얼마인지도 몰랐지만) 한번 시험해 볼 요량으로 전구의 한쪽 전선을 땅에 몯고 긴 장대로 전기줄에 닿게 할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다
아마 전선 높이가 낮아 대나무 끝으로 뻗힌 전선이 닿을 수 있었다면 지금 나는 존재하지 않거나 다른 모습으로 변해있을 것이다

공고를 졸업할 때까지 낮에는 더위와 싸우고 밤에는 등잔 밑에서 전기주임기술자(지금의 전기기사) 시험공부를 하였었고 3학년때 그 시험에 합격하였다
졸업후 직장생활을 하면서 따놓은 기술자 자격으로 우리 초가집 처마밑에 두꺼비집, 전선용 애자 등을 이용하여 전기시공을 하여 드디어 전기가 들어올 수 있었으나
그 이후 계속 객지생활을 하는 바람에 내가 설치한 전기에 대한 혜택을 누릴 수 없었고 가끔 귀향하여 전깃불 맛만 볼 뿐이었다.

그리고 결국 전기를 만드는 공장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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