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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용으로 추억여행

초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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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607회 작성일 20-12-18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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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가집
살던 근방 야산에 흙집을 짓고 전원생활을 하는 사람이 있어 내심 부러워 했었는데
그집 딸내미가 오히려 아파트에 사는우리를 부러워 한다
아파트가 친환경인 흙집보다 건강상 좋지 않으리라는 내생각과 다르다

어릴때는 대부분 그랬듯이 우리집도 초가집, 흙으로 만든 집이었다

초가지붕으로 벼훓기를 마친 지푸락으로 만든 용마름과 나머지도 짚을 엮어서 만들고 새끼로 꼭꼭 묶는다
지붕은 소나기, 태풍, 폭설에 견디어 주고 겨울 추위에서 보온하고 여름철 태양빛의 뜨거움을 차단하여 집을 시원하게 했다

아버지가 마당에 앉아서 지푸락으로 오랜시간 용마름을 짜고 그것을 사다리로 지붕에 올라가 지붕 이는 것을 보았다
지붕은 보통 2~3 년 마다 새로 이엉을 했다
지붕을 오랬동안 새로 이지 않으면 지붕위가 골이 파지고 또 풀이 수북히 나기도 한다

우리집은 초가의 한편에 덧대어 만든 부엌 위의 지붕 틈새에 닭이 올라가 알을 낳아 가끔 부엌지붕에서 달걀을 찾아내기도 하고 때로는 처마밑에 참새가 들랑거리며 집으로 삼아 밤에 살짝 올라가 손을 쑥 안에 집어넣어서 참새잡기를 시도도 했었다

시골 초가집하면 뭐니뭐니해도 따뜻한 온돌방이다
요즘 아파트는 방 공기가 살기에 알맞는 온도라지만 그래도 편안한 잠자리는 옛날 방바닥의 따뜻한 구들장 온돌이 훨씬 더 낫지 않는가 ?

그래서 어른들은 뜨근뜨근한 온돌에서 허리를 지진다고 하지
지금도 옛날 온돌방을 생각하여 흙침대며 장수돌 침대를 찾는것 같다

우리집은 부엌달린 단칸방에 허청이 한칸 있었는데 허청을 작은방으로 만드는 개조를 했다
이때 살던 큰방의 온돌을 뜯어 작은방에 이어 구들장을 설치하는 것을 보았다

부엌에서 밥을 짓고 온 뜨거운 연기는 되돌아 가지 않게 부넘기를 설치하고 여러갈래로 나뉘어 연돌로 향하게 되며 그 통로를 고래라고 부른다
그위에 구들장이란 낣작한 돌들을 놓아 위에 흙을 덮어 방바닥을 만드는데 뜨거운 연기가 구들 돌을 달구어 따뜻함을 오랫동안 유지하게 된다

내가 본 고래통로를 만드는 받침대는 돌로 되지 않고 흙벽돌로 보였으며 그위에 자연에 있는 그대로 납작한 약간 울퉁불퉁한 돌 여러장을 눕혀 깔은것이 구들장이다
 
애들이 방에서 뛰던지 어른들 몸무게와  쌀 80kg 몇가마니에 견디는 구들장이나 고래(받침대)가 그 무게를 어떻게 잘 견디는지 신기하기도 하다

고래나 구들장을 잘못 놓으면 방 어떤 쪽은 따뜻하지 않고 차겁거나 한쪽 구들장이 꺼지기도 한다
아궁이에서 가까운 아랫묵이 제일 따뜻하고 연기가 나중에 거치는 작은 방은 별로 따숩지 않았다

겨울에는 아랫묵에 항상 이불을 깔아 놓았으며 밥그릇을 이불속에 놓아 두어 학교에서 늦게 돌아올 때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요즘같은 강추위에 살을 에는 칼바람에도 따뜻한 온돌방에서 이불을 푹 뒤집어 쓰면 따뜻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비록 우풍이 세어 코끝이 시리고 새벽녁에는 방바닥도 식었섰지만 . .
그러면 새벽녁에 일어나 군불을 때기도 하고 . . 

초가집 처마 밑에 있는 기둥에 나무를 가로로 설치하고 거기에 세로 위아래 방향으로 대나무를 꽂고 수수대 같은 것을 묶은 다음 그위에 진흙을 발라 벽을 만드는데 그 위에 벽지를 바르면 방벼락이 된다
그게 바로 흙집 이라는거지

또한 방문 틀은 격자모양으로 짜고 창틀에 창호지를 발라 공기를 차단하고 햇볕이 들어올 수 있게 하였다
그러나 창호지는 늘 들랑거리는 문이기 때문에 조금만 잘못하면 쉽게 찢어지고 그러면 종이로 다시 땜방하거나 걸레로 쑤셔 막았으며 바람이 세차게 불면 찢어진 창호지와 문풍지가 바르르 떨어 귀를 간지럽히지만 으례 그러려니 하고 살았었다

그렇다고 해서 방문을 창호지 대신 두꺼운 마분지로 바를 수는 없는 것이니까
대부분 초가집은 창문이 아예 없어 방문이 빛을 들일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철없는 어린아이 때는 방문의 네모진 격자모양 사이를 손가락으로 일부러 구멍을 내고 구멍사이로 서로 쳐다보며 히히 거렸었지

또한 초가집은 천연나무 그대로 기둥을 세우는 구조로 되어있다
대개 기와집은 기둥을 정사각형으로 네모 반듯하고 천장에서 기초석 받침까지 직선으로 된 기둥을 세웠었지만 대부분 초가집은 일반 소나무처럼 약간 휘어진 것을  그대로 사용했다
우리집도 그랬으며 그것은 마루 한가운데 자리잡은 기둥으로 어릴때는 기둥을 잡고 놀며 실갱이를 하여도 문제가 없었고 섯가래를 받치는 기둥으로 역할을 잘했다고 생각된다

대부분 그러하듯이 방문 바로 앞에 마루가 있었고 역시 나무로 만들어졌으며 방을 이용하는 통로로 손님이 오면 주로 마루에서 대면했고 아주 귀한 손님이 오면 방으로 들어 오시라고 했지
여름철에 시원하게 밥을 먹을 수 있었고 쉬면서 낮잠도 잘 수 있는 귀중한 장소였다

우리집 마루 밑에는 오래된 신기 불편할 것으로 보이는 나막신이 보관되어 있었고 여러가지 물건을 놓는 장소였으며 또한 그곳은 강아지가 살고 활동하는 무대였었다

마루 앞은 토방이고 토방위에 마루를 올라서기 위한 약간 긴 디딤돌이 있고 그돌 위에 신발이 놓여 졌으며 토방이나 마루밑에 신발을 두었다

조용히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면 토방에 쪼그려 앉아서 비내리는 바깥 풍경을 바라보면서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의 물방울 튀는 모습과 물총 소리를 들으며 어린 그시절에도 상념에 젖었었다
비 때문에 나가 놀 수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 .

토방 한쪽 끝부위에는 연돌이 있었다
연돌은 집집마다 모양이 달랐으며 우리집은 판자로 사각지게 만든 모습이었다
연기는 하늘로 올라가나 저기압일때는 가상 틈있는 곳에서 연기가 새어 나오기도 했다

시골동네 저녁 초가집 굴뚝에서 피어 오르는 풍경은 누구나 익숙하려니와 현대적 시각에서 보면 그 연기는 공해가 아닌 자연적인 것으로 자연에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으로 생각된다

즉 땔감으로 지푸락, 보리, 콩, 깨, 고구마 순 나무 등 자연에서의 산출물을 연소시켜 때서 나와 되돌아 가는 연기와 함께 타고남은 재는 뒤엄자리에 놓아두면 썩어 다시 새싹이 돋아 나오는 밑걸음 퇴비로 이용되기 때문이다

집마다 마당이 있어 동네아들 놀이터가 되기도 하고 콩대를 말리거나 나락을 추수할 때 이용하기도 하고 오리나 닭들이 먹이찾고 노는 장소이기도 하고 . .
여름철에는 마당에 망석을 깔고 양철화로에서 만든 수제비를 온 식구가 둘러 앉아 오손도손 . .

고층으로 올라가는 아파트는 몇년이 지났건만 지하 주차장에 들어 갈때마다 건축자재의 독한 냄새가 아직도 코를 자극하고 있다
아파트의 방 공기가 비교적 살기에 알맞기는 하지만 부엌의 국을 데우는 불꽃 외에는 따뜻함을 찾아볼 수가 없다

아 !
두꺼운 솜 이불을 덮고 등자락이 뜨뜻하고 아랫목에 있는 발목이 따뜻하여 장판을 깔은 방바닥 구들장 위에서 꿀잠을 자던 그때 우리집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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