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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용으로 추억여행

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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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웃음
댓글 0건 조회 410회 작성일 24-10-1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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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래
비 온뒤 더 많아진 철철 흐르는 안양천을 바라 보면서 우리들이 어렸던 60년대에는 이곳 동네 아낙네들도 물가에 오손도손 앉아서 흐르는 물에 빨래를 했을 것이라고 상상해보곤 한다
그때 시골 우리 동네도 모심기 위해 방죽 수문을 열어 놓으면 콸콸 흘러 나오는 출구 물에서 빨래를 하곤 했었다

지금같이 수도시설이 없던, 편리한 세탁기나 세제는 상상해보기도 어려웠던 시절이라 풍부한 맑은 물을 보면 먼저 깨끗하게 하려는 인간의 본성이 드러나게 마련인 것 같다
여수에서 근무할 때 우리 누나도 오동도에 왔다가 찰랑이는 파랗고 맑은 바닷물을 보고 감탄하여 그 바닷물에서 머리를 감았단다
바닷물 염분에 부드러워지기는 커녕 머리결이 뿌등 뿌등해졌지만 . .

어린시절 우리들은 무더운 여름철에는 땀 범벅 옷을 그냥 벗어 놓았으며, 땅바닥에 앉아 땅따먹기나 구슬치기를 하며 놀다가 집에 올때면 옷에는 항상 조금씩 흙이 뭍어 있었다
혹한 겨울 추위에 떨지 않으려고 두꺼운 내복과 겉옷도 두개씩 껴 입던 옷도 빨아야 했고, 무거운 솜이불과 요도 오래 덮고 깔고 자면 누런 때로 바래져 가끔 큰 빨래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겨울 두꺼운 옷을 입고서 친구들과 부대끼며 놀다가 또는 한 이불을 덮고 자는 형제에게서 옮는 이는 내복 이음매에 꽁꽁 숨어있고 가려워 긁다가 내의를 홀랑 벗고 이불 속에 들어가 있으면 어머니가 이를 사그리 잡아 주기도 했는데 그러면 식구들도 옷을 한꺼번에 벗어서 추운데 빨았다 

그러한 빨래는 모두 오로지 어머니와 누나들의 몫이었고 남자들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던게 당연지사였던 시절 나는 단지 옆에서 구경하던 일들이 추억에 남아 있다

주로 집안 청소 등 청결을 책임지며 빨래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으니 겨울에도 쌓이는 빨래는 밀린 숙제처럼 차근 차근해야 했다
꽁꽁 어는 한겨울에는 빨래할 수 없지만 햇볕나고 날씨가 맑아지면 영하의 날씨에도 찬물에다 손을 넣고 조금씩이라도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날 저녁 빨랫줄에는 아직 덜 마른 오징어처럼 버석버석한 옷을 거두어 주기도 했는데 그시절 빨래는 여자들의 숙명이었다고 생각된다

따뜻한 봄날이 되면, 집에 우물이 없는 또는 마실삼아 바람도 쐬고 아는 사람을 만나 수다라도 떨고 싶은 아낙네들은 빨랫감 다라이를 머리에 이고 멀리 방죽 옆에 있는 공동 우물까지 찾아 왔다
모여 빨래하면서 소식을 전하고 왁짜지껄 웃고 떠들며 때로는 자연 사교 장소로 된다
그 가운데 가끔 이웃 마을에서 온 아는 학교당 이쁜이 모습도 함께 볼 수 있었다

빨래마다 일일이 비누를 뭍혀 손으로 박박 비비고 뒤집어가며 방망이로 힘차게 퍽퍽 소리 나게 두들겨 패고 물에 휘젓어 빨아가며 힘껏 쥐어서 짯다
그때 시어머니와 함께 살며 시집살이 하는 사람은 빨래 방망이로 물을 흠뻑 머금은 옷가지를 철-썩, 퍽 힘껏 내려치면서 그동안 마음에 품고 있던 불만 등 스트레스도 해소했음직하다

맑은 날에는 우리집 우물가도 곧장 빨래터가 되어 뒷집 사람들도 와서 빨래를 했는데 나는 두레박으로 우물물을 퍼 올리는 힘든 일을 해주면서 옆에서 놀곤 했다
별안간 후두둑 비가 내리면 마당 빨랫줄에 널려있는 빨래를 황급히 걷어야 했으며 나의 돕는 손길이 한 몫을 하기도 했다

어느 날은 부엌에서는 양은 솥에 옷들을 집어 넣고 아궁이에 불을 때며 삶는 것을 보았다
양잿물을 넣고 옷을 삶는데 색깔이 찌들어 변했거나 빨아도 누리끼리하게 때가 빠지지 않던 옷들이 깨끗해지고 도로 하애지는 것이 아닌가 !
그 뒤로 부엌 찬장 아래 한 구석에는 언제나 양잿물이 숨겨있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또한 옷에 풀을 멕이기 위하여 두부같이 생긴 풀죽을 만들어 양푼에 담아 찬장 위에 올려 놓은 것도 찾을 수 있어 그 풀을 한 덩어리 슬쩍 떼어다가 학교 숙제하다 찢어진 공책과 떨어진 책을 붙혔다.

빨래 한 다음 다리미로 다릴 때는 어머니와 함께 이불 호청이나 치마를 양손으로 팽팽하게 잡아 주었다
어머니는 물을 한 모금 입에 머금고 호청 위에 '푸우 - ' 내뿜은 뒤 숯의 밑 부위에 벌건 빛이 보이는 둥그런 다리미를 잡고서 하얗고 넓은 호청 위를 이리 저리로 휘저었다
그때 쓰던 다리미는 바닥이 판단하고 코빼기 고무신 같이 앞 부위가 뾰족한 지금의 전기 다리미와 달리 바닥이 양푼처럼 둥글 납작한 옛날 다리미로 그 위에는 연가나지 않는 밑이 벌건 숯이 얹혀져 있는데 그런 숯불은 부엌 아궁이에 밥 지으며 장작불을 때서 미리 준비하였었다
잘못하면 숯이 탁탁 소리가 나며 작은 불똥이 튈 때도 있기는 하지만 . .
어머니는 교회에 입고 갈 한복 저고리와 치마도 깨끗하게 다림질하고 화로 숯불에 있는 작은 인두로는 저고리 동전을 매꼬롬하게 살살 문질렀었다

또한 마른 빨래를 하얀 천에 감싸고 다듬잇돌에 올려 놓고 또드락 또드락 두드리는 방맹이질 소리가 귓가를 마구 때렸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옆에서 숙제를 하기도 하고 그 소리를 자장가로 삼으며 잠을 청했다
방망이질한 옷을 밟아 달라 하면 혼자 제자리 걸음하듯 종종걸음 밟으면서 책을 읽었다
서서 밟으면서 책을 보면 아래에 있는 등잔불에 그림자가 져 글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 .

결혼 후 우리집 마당에 아들의 하얀 천 기저귀가 빨랫줄에 줄줄이 늘 널어져 있었던 풍경은 우리 세대까지만의 일이 된것 같기도 하며 세탁기라는 것이 생기고 나서 별안간 세상이 변해 버렸다
이제 천 기저귀를 사용하지 않으며 흡수율이 좋은 일회용으로 그저 쓰레기통에 버린다고 한다

아무나 빨랫감을 세탁기에 넣고 그저 스윗치를 누른 다음 TV 를 보고 있으면 영화가 다 끝날 때쯤 듯  띵. 띵. 소리와 함께 빨래가 깨끗하게 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건조기에 넣어 뽀송 뽀송해진 빨래는 그저 차곡 차곡 개어서 옷장에 보관하여 입을 수 있는 첨단 시대의 편리함을 누리고 있다.

이제는 옷도 훨씬 가벼워지고 빨아서 탈탈 털고 그냥 입어도 되는 다리미질도 필요 없는 옷들은 세탁하기가 더 편리해졌다

만약, 그때 빨래터에 어른 남자가 쪼그려 앉아서 함께 빨래를 했었다면 십리 밖까지 소문이 날 일이었을 것이다
간단한 원리인 세탁기의 출현은 다른 무엇으로 이와 비교 할수 있을까 ?
인간의 컴퓨터 발명과 비견할 수 있을 만한 획기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시골 초가집 !
깊어가는 가을 밤 등잔불 밑에서 울어머니 정성이 잔뜩 들어 있는 '똑딱, 또닥, 똑딱, 따닥 .  . , 똑딱, 따닥, 똑딱, 또닥 .  . , 똑딱, 따닥, 똑딱, 또닥 .  . '  박자를 일정하게 맞추어 지속되는 다듬잇돌 방망이 소리를 들으면서 옆에서 공부하고 잠을 잤었는데 이제 어른이 되있으나 아직도 그 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듯 하고 어머니가 손수 빨래를 하여 주던 그때 그 시절이 한없이 그리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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