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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용으로 추억여행

우리집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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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웃음
댓글 0건 조회 994회 작성일 24-03-17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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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집 마당
푸른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마리 . .

한여름 밤, 우리집 마당에 깔아 놓은 멍석 위에 누워 있으면 바로 눈잎에 넓은 하늘이 파노라마처럼 쫘악 펼쳐졌다

두둥실 둥근 달이 떠가다가 구름 뒤로 살짝 숨더니 조금 후 다시 얼굴을 들어내곤 하며 서쪽나라로 한없이 가고 있었다
쟁반 같은 커다란 보름달 안에는 계수나무가 보이고, 토끼 두마리도 뛰어 노는 것 같기도 하고 . .

달이 뜨지 않는 깜깜한 밤에는 수 많은 별들이 여기서 번쩍, 저기서 반짝거리고 있는데 별무리 뒤안에 밝으스레한 마치 구름 같은 은하수도 볼수 있다

부엌 앞 마당 임시 화로에 수제비 만들어 밀곱 식구함께 둘러 앉아 저녁을 먹고서 멍석 위에 누워 하늘을 쳐다 보면서 먼저 눈에 띄는 오리온, 국자 모양 북두칠성, 한참 떨어진 북극성, 그리고 큰곰자리 . . 별자리들을 한참 찾아 보다가 슬그머니 잠이 들어 버린다
마당은 살랑 살랑 바람이 불어 시원하나 오래 누워 있으면 조금 쌀쌀해지고 멍석의 골이 등어리에 자꾸 고이면 일어나 방으로 들어 갔다

보통 시골에는 집집마다 크거나 작은 마당이 하나씩 있었다
 
마당이라지만 지나 다니는 길과 구분이 안되는 집도 있고, 우리 집처럼 대문이 없어 골목에서 꺽어 옆뒷집 담을 따라 주욱 들어 오면 바로 마당으로 들어 올 수 있는 집도 있다

골목을 따라 우리 집으로 오면 먼저 뒤엄자리가 보이고 그 뒤에 꽤 넓은 마당이 눈에 바로 들어 온다

대문이 없는 우리집은 쌍둥이 동생이 생겼을 때 아버지가 입구 플라타나스 나무와 건너편에 있는 전봇대 사이에 새끼줄을 꼬아 고추와 숯을 끼워 금줄을 달았는데 그곳부터가 우리집 영역이라 생각 되었다

비가 주룩 주룩 내리는 날, 토방에 쪼그리고 앉아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 보면서 처마의 낙숫물에 땅이 조금씩 파이면 그 자국을 보며 여기부터 아래가 마당이겠지 생각했다

팍팍한 도시에는 시골처럼 햇볕이 드는 여유로운 마당이 없다

아파트 문만 나서면 공동으로 이용하는 복도와 길, 그리고 조금 넓은 어린이 놀이터 밖에 없으며, 단독 주택도 흙 마당을 볼수 없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집에 마당이 있으면 거기서 뭣을 하냐고 물을 것 같다

마당은 멍석을 깔고 꼬추를 햇볕에 말리는데 좋았다
콩대도 말리고 도리깨로 두들겨 콩 알맹이를 빼내고 참깨, 들깨도 말리며 훑은 나락도 멍석을 깔고 넓은 마당에 널었었다

우리집 마당은 벼 추수할 때 잘 이용하였다
나락을 베어 지게로 집으로 날라다 마당 한쪽 장독 옆에 볏가리로 높히 쌓아 놓고 회창한 날을 잡아서 마당에 멍석을 피고 홀테를 설치하여 식구들 함께 벼를 훑었다
농사를 짓기 위한 필수 장소로 이용된 것이다

마당은 우리들의 놀이터이기도 하다
땅바닥에 구멍 파고 구슬 던지기 하고 딱지 치기, 줄넘기하며 뛰어 놀았으며, 아무도 없을 때는 탱자나무에 놀던 참새들도 우르르 우리집 마당으로 날라 와 바닥에서 먹이를 찾고 재잘거리며 놀았다

누나는 마당 한쪽에 땅을 파고 꽃을 심었다
봉숭아, 채송화, 맨드라미, 다알리아, 홍초 그리고 여주는 새끼줄을 타고 올라가 귀한 보석처럼 열렸는데 다른 집 꽃들도 새끼를 가져다가 심고 정성을 듬뿍 들여서 예쁜 꽃들로 우리 화단이 동네에서 제일 화려했는데 여름 되면 새끼줄 타고 담으로 올라가면서 나팔꽃도 아름답게 피었다

아버지가 꽃밭 자리를 그만 닭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 뒤로 해가 밝아 닭장의 문을 열어 놓으면 닭들은 후다다닥 날개를 펼치며 경쟁하듯 마당으로 달려 나와 장독 등 구석 구석을 돌아 다니며 이것 저것 줏어 먹고 달기똥도 싸놓으며 때로는 땅바닥과 뒤엄자리도 파 엎어 제끼고 흙이나 모래가 조금 있으면 닭의 발로 마당 한쪽을 마구 파헤치고 그 자리에 들어 앉아서 놀았다

이제 꽃밭은 없지만 장독대 싱근지 독 묻은 주위에 꽃밭에 있던 난초와 원추리 몇 그루가 자라기 시작하더니 그옆 물고랑에 심지도 않은 채송화도 저절로 자라나고 있었다
채송화는 저 혼자 크고 새끼를 치더니 해마다 점점 불어 나고 해가 떠 오르면 아침마다 한꺼번에 활짝 예쁜 색깔로 펴서 마당의 한쪽 부위를 붉게 물들였다

그때 마당이 넓은 집은 큰 행사를 치룰 때 좋다

마당에서 전통 혼례를 치루는 집도 간간 있었으나 점차 교회에서 하거나 예식장이 생겨 그때 쯤 그런 모습을 보기가 점차 힘들었다
특히 상을 당했을 때는 마당 위에 채알을 치고 멍석이나 가마니를 깔아서 찾아 오는 모든 손님을 대접할 수 있었는데 마당이 전혀 없는 신작로 가게는 차들이 다니는 길의 일부분을 마당처럼 사용하고 상례를 치렀다

나중에 벼를 베면서 탈곡까지 하는 콤바인이 생기고 또한 장례 예식장이 새로 생기면서 시골에서의 마당의 존재감은 급격히 줄어 든다

찾아보니 마당은 영어로는 Yard 나 Garden 으로 서구에서는 주로 잔디를 심고, 일본에서는 니와(庭) 로 조금 다르며 일부는 마당 자리에 바위를 갔다 놓고 주변을 모래를 장식으로 자연을 감상하는 곳도 있었다
그런데, 마당은 자유롭게 다닐 수 있고 뛰어 놀수도 있어야 하는데 그곳은 줄을 쳐놓아 조금 이상하게 생각되기도 한다

예로 부터 마당은 초가집에 담이나 탱자나무로 둘러 쌓인 조금 넓은, 늘 밟아서 바짝 마른 땅으로 윷놀이, 풍악 등 놀이 마당과 혼례 상례 등 작은 행사도 치룰수 있었던 우리의 고유의 문화 마당인 것으로 생각된다

마당같은 땅이나 여유도 없는 도시에서도 농촌의 마당  느낌과 이미지를 되살려서 글 마당, 한 마당 큰 잔치 등으로  활용하여 즐거운 마당을 만들기도 한다

이제 도심지에서 누울만한 마당 같은 곳도 없으며 고개 들어 하늘 을 우러 보며 아무리 봐도 북두칠성을 찾을 수 없으며 그 많던 별들이 다 어디로 가버렸는지 . .
그 무엇이 우리들에게 별 볼일 없게 만들었는건지 . . ㅎㅎ

여름밤, 우리 식구들을 위한 공간인 마당에 모여 오손 도손 이야기 나누며, 멍석이나 평상 위에 누워 한가로이 하늘에 펼쳐지는 수많은 별과 아따금 밝은 빛이 직선으로 떨어지며 사라지는 별똥별을 볼수 있었고 휘엉청 밝은 보름달을 감상할 수 있었던 그곳에서 살던 때가 그리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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