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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용으로 추억여행

등잔불과 전깃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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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753회 작성일 20-06-23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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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 60년대 우리집은 조금 더 가난했다
이웃집까지 들어오던 전기가 우리집은 오지 못했는데, 동네에서 순근네 등 몇집과 우리 빼고는 대부분 전기가 들어오고 있었다
그때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이 전혀 보급이 안되었을 때이며 당시 전기는 오로지 캄캄한 밤을 밝히기 위한 것으로서 전깃불이라 불렀다

우리집은 밤이면 등잔불을 키고 그 불빛 아래서 식구들은 생활하고 바느질을 했으며 나는 책을 읽었다
그러나 불꽃은 약하고 밝지 않아 작은 글씨를 읽으려면 불꽃 옆에 가서 비춰 봐야 했고 책을 더 잘 보려고 등잔불을 가까이 하다 앞 머리나 눈섭이 등잔불에 꼬실라지기도 했다

밤에 잘 때는 등잔 불꽃을 입으로 훅 불어 껐다
또한 바람이 세게 부는 날 방문을 열면 바깥 바람이 들어와 작은 불꽃은 펄럭 펄럭거리다 꺼져 버리기도 하는데 그런날 방문을 열고 닫을 때 조심하여야 했다
등잔은 안으로 이어진 심지가 기름을 계속 빨아 올려 불을 밝히는데 어느 날 그 옆에서 책을 열심히 읽고 있는데 불꽃이 슬슬 줄어 들더니 그만 꺼져 버렸다
기름이 다 떨어진 것이다

칠흑같이 어두워진 방안을 여기 저기 더듬거려 성냥갑을 찾고 또 장롱 설합에 있는 비상용 초를 찾아 초에 불을 붙히면 다시 방이 환해졌다
그러면 대도병(정종병)을 들고 신작로 경성고무신 가게 옆에 있는 기름집에 가서 다시 사오곤 하는데 매번 그런 일은 내 책임이고 한번 사 놓으면 한달 정도 사용한 것 같다

심지를 돋우면 불꽃이 커지며 더 밝아 지지만 그러면 위로 불꽃이 길어지고 끄으름이 발생하여 적당히 밝기를 조절하지 않으면 안된다
등잔은 장롱 위에 놓던지 등잔대(약 50 cm 높이)에 올려 놓고 방을 골고루를 빛이 비추게 하는데 그 등잔대는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다
잘못하다 등잔이 이불위로 넘어져 혼 난적이 있었는데 그때 이불이 기름 냄새가 진동하여 이불 호청을 빨아야만 했고 다행히 등유라서 그런지 이불에 불은 붙지 않았다

어느 여름 밤 방죽 가는 길 어두운데서 밝은 빛을 내는 반딧불을 보고 그놈을 잡아다가 그 빛으로 책을 읽으려 시도하여 보았다
그러나 반딧불은 캄캄한 곳에서는 밝게 보였지만 실제는 매우 미약하여 책에 있는 글을 읽는 것은 어림없고 책을 읽을 정도로 되려면 반딧불을 더 많이 잡아야 하나 캄캄한 밤에 제멋대로 날라 다니는 반딧불을 잡기는 쉽지 않으며 여러마리를 잡아서 한곳에 모이는 일은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반디는 죽어 있었다

밝은 남포등이란 것도 있었는데 호리병같이 아랫부분이 꽃병처럼 넓은 유리로 만든 병 내부에 심지도 납작하고 길어 불꽃이 더 커서 훨씬 밝았으나 끄으름이 많이 발생하여 방안에서는 끄으름과 석유 냄새가 진동하므로 사용하기 힘들었고 캄캄한 밤 마당에서 일 할때, 주로 나락을 훑을때 처마에 걸어놓고 사용하였다

그 외에 밝게 비출 수 있는 것은 촛불이다
촛불은 작은 막대기처럼 생겨서 넘어지면 위험하지만 불꽃이 커서 바람에 쉽게 흔들리며 급할 때 손에 들고 조심 조심 이동하거나 행사 등을 치를 때등 임시로 많이 사용하였다
등잔보다 조금 더 밝긴 하지만 심지가 타면서 촛물이 계속 흘러 내리며 짧아지고 다 타버리면 그 자리에 불 붙을 수도 있어 신경이 많이 쓰인다 

밤에 외출할 때는 웬만하면 달빛이나 별빛에 의존하여 조심하며 다니지만 달이 뜨지 않는 아주 캄캄할 때 중요한 일이 있으면 이동용 등불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네모진 박스 모양에 창호지를 발라서 들고 다닐 수 있게 만들고 안에는 등잔을 넣었다
그러나 바람이 많은 날은 불꽃이 펄럭거리고 불편하며 밝지도 않아 가는 길 앞부분 발이 닿는 가까운 부위만 조금씩 비출 뿐이다
편리하게 사용하는 건전지를 넣는 후래쉬는 오래 후 나왔다

겨울 바람이 불면 시골 동네 남자애들은 너나 할 것없이 연날리기를 좋아 했었다
장남감이나 재미있는 이야기 책이 없던 시절이라 겨울 추위에 팽팽한 연실로 연결되어 좌우로 흔들리며 하늘을 나는 연을 바라보며 덜덜 떨면서도 어린이들은 즐거워했는데 연은 공중에서 바람 타면서 흔들거리다가 잘못하면 높은 나무에 걸리기도 하지만 동네 전깃줄에 많이 걸렸다

연날리기 좋은 장소에 동네를 공급하는 그리고 이웃동네로 연결하는 전깃줄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어 그 전선줄에 걸려서 연이 연실과 함께 영켜 부는 바람에 어린이의 꿈인 연꼬리가 팔락 거리며 나부끼는 것을 지나 다니면서 늘 볼수 있다
거기서 연날리고 싶은데 저것을 어디로 옮길 수는 없을까 생각하기도 하고 그 전선줄을 원망하기도 했었다

중학교 때는 희미한 등잔불이 어둡다는 이유로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네 집에서 한 동안 밤에 함께 공부하면서 형광등의 밝은 혜택을 누렸다
다음 공업고등학교를 선택하고 진학하여 전기과로 들어 갔다
울타리 안에 함께 있는 인문계 고교로 무시험 진학할 수도 있었지만 집안 형편을 고심한 끝에 혼자 결정했는데 그것은 집에 들어 오지 않는 전기에 대한 생각과 함께 연날리기 걸림돌인 전선줄에 대한 영향 같기도 하다

전기과를 다니면서 전기가 뭔지 조금씩 알게 되지만 집 옆에 지나는 전주와 전선로가 늘 그 자리 잡고있어 하루는 그 선로에 전선을 연결하면 전구에 불이 들어 올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시험해 볼 요량으로 전선과 전구를 구하고 긴 장대를 구하여 전구의 한쪽 전선을 땅에 뭍고 긴 장대로 전기줄에 닿게 하려고 장대를 높히 올려 뻗쳐 시도한 적이 있다
전선 높이가 너무 높아 긴 대나무 끝에 전선이 닿는 것은 어림 없었는데 나중에 이웃 동네로 가는 간선으로 높은 전압 3300V 인 것을 나중에 알았으니 모골이 송연하기도 하다

학교에서 친구들이 만든 납땜 권총형 고데(인두)를 보고 나도 친구를 따라서 만들었는데 그야말로 변압기 원리인 코일을 감은 수에 비례, 반비례하는 전압, 전류를 그대로 이용한 것이다
시내에서 부품을 구입하여 등잔 밑에서 작은 변압기 철심을 한장 한장 정성스럽게 조립하고 만들어 완성하였으나 그것을 사용해보려 해도 집에는 전기가 없다
할수 없이 전기가 들어오는 큰집에 가서 테스트를 하였다
그 뒤로 내가 만든 권총 고데로 7석 트랜지스터 라디오 셋트를 구입, 납땜 조립하여 라디오를 만들어 흘러 나오는 트랜지스터 라디오 소리를 즐길 수 있었다     

공고 3학년 때 낮에는 여름 더위와 부채로 싸우고 밤에는 등잔불에 비추어 열심히 공부하여 그해 가을 3급 전기주임기술자 시험에 합격하였다
전기공사업체에 잠시 근무하면서 따놓은 기술 자격으로 혼자서 우리 초가집 흑벽과 기둥에 두꺼비집을 설치하고 처마에 애자를 박아 배선을 직접 시공하여 드디어 우리 집에도 전기가 들어올 수 있게 만들었다

이후 객지에서 직장생활을 하게 되니 내가 설치한 전기에 대한 혜택을 누릴 수 없었으며, 다만 가끔 귀향하여 밝은 전깃불 맛을 보며 선풍기 바람을 시원하게 쏘일 뿐이다.
전기주임기술 자격은 나중에 전기 산업기사로 제도가 바뀌어 이제 공고생은 산업기사 응시자격도 없으며 기능사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일본은 아직 전기주임기술자 시험제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며 고등학생도 응시할 수 있게 되어 있다

70년대 초 농어촌전화사업이 시작되면서 심심 산골이나 외딴 농촌, 어촌마을까지 전기가 공급되게 된다
또한 어릴 때 오직 밤을 밝히는 등불이던 전기는 이후 산업발전의 원동력으로 자리를 잡게 되고 휴대폰, 컴퓨터, AI 등으로 발전했으며 전기가 없는 세상은 이제 상상할 수 없게 되었다
나는 공고를 졸업하고 한전에 입사하여 전깃불을 만드는 공장인 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게 되고 오랫동안 전기를 만들었는데 이제는 퇴직하여 옛날 그 시절을 생각하면서 기록으로 남기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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