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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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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웃음
댓글 0건 조회 2,829회 작성일 21-05-27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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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호박
밤하늘에 두둥실 떠가는 둥근 달을 보며 둥글은 모양이 영락없는 시골 지붕 위에 놓여있던 둥근 박이다
그런 박을 따다가 큰 바가지, 작은 바가지를 만들고 그 바가지로 물을 떠서 먹던 생각이 난다

얼마 전부터는 아무리 내부쳐도 깨지지 않는 새로 나온 플라스틱 제품 바가지가 나와서 더 이상 바가지를 만들 필요가 없고 그래서 박도 심을 필요가 없게 되어 버렸지만 그래도 '바가지 긁다', '바가지를 쓰다' 라는 바가지에서 나온 말들은 지금도 남아 있어 박을 심고 가꾸던 그리운 그 때로 되돌아가 본다

따뜻한 늦은 봄, 박과 박하고 이름이 비슷한 호박을 씨로 심어 모종으로 심을 자리로 옮겼다
둘 다 떡잎이 두개가 난 가냘픈 작은 모종으로 박은 훍담이나 지붕으로 올라 갈수 있는 담 밑에 심고, 호박은 탱자나무 곁에다 심으며 주위를 동그랗게 파고 거름으로 인분을 한 바가지 주었다

두 떡잎 한 가운데 작은 새 잎이 나오고 크면서 줄기로 자라면 새끼줄을 그 옆에서 담장과 탱자 나무에 각각 매달아 묶어서 매어 놓았는데 조금 있으면 줄기 끝에서 나온 가냘픈 넝쿨손이 나와서 그 새끼줄을 꼬불꼬불 감아 잡고서 위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다시 그곳에 갈 때마다 새끼줄을 꼭 잡은 채 소리내지 않고 스물스물 천천히 보이지 않게 올라 가는데 다음날에는 몇 센치 쯤 더 올라 가 있다
그러더니 쑥쑥 자라 며칠 후에는 이제 새끼줄을 벗어나 박은 담지붕으로 올라가고 호박은 탱자나무 위로 올라갔다

줄기가 어먼데, 잘못된 곳을 향하고 있으면 넝쿨 손을 살짝 옮겨 주면 다시 그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다가 이젠 제법 줄기와 잎이 크게 자라고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박꽃은 순수한 하얀 꽃으로 흰옷을 입은 가냘픈 여인을 보는 듯 하였고 호박꽃은 온통 푸른색 가운데 노랑으로 피었는데 모두 같은 모습은 아니었다
수꽃과는 다르게 암꽃은 꽃 뒤에 작은 구슬 모양 같은 것이 달려 있는데 그것을 바라 보다가 학교 자연 시간에 배운 수분을 해 주려고 숫꽃 수술을 따서 암꽃 수술에 문질러 주기도 했다
호박꽃도 꽃이란다 . .

조금 지나면 꽃은 시들어 비틀어지지만 꽃 뒤에 있던 작은 동그란 것이 점점 커지기 시작하고 그게 호박이 되고 박 꽃은 박으로 커진다
그런데 박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바가지를 만드는게 목적이라 둥근 박 겉 부분이 매끄러움을 유지해야 하므로 초가지붕이나 담지붕에 푹신한 자리에 잡으면 되었고 줄기에 그냥 매달려 있으면 밑에 받침대를 만들어 받혀 주기도 하고 박에 상처를 낼 염려가 있는 것들은 치워 주고 때로는 열려있는 박의 위치를 옮겨 주기도 했다

그에 비하여 호박은 여름 내내 맛있는 먹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자주 살펴야 했다
호박 넝쿨은 가지를 계속 뻗으면서 꽤 넓은 탱자 가시나무 위를 돌아 다니고 크면서 올라오는 탱자나무 새 순의 날카로운 가시도 겁도 없이 넝쿨손으로 슬쩍 잡고서 여기 저기에 마구 꽃을 피우고 호박을 열었고 또 여는데 자그만 예쁜 애호박부터 따왔다
탱자 가시에 조금 찔려도 괜찮으며 한 쪽에서는 꽃이 피고 다른 쪽에서는 호박이 익어 가므로 계속 따다가 여름 한철 우리집 식탁을 맛있는 호박국으로 풍요롭게 하였다
또한, 밥 지을 때 밥 위에 얹혀서 익힌 호박잎은 별미를 제공하였다
 
나중에 늙은 호박은 시렁에 보관 되거나 먹어서 없어져 버리지만 박은 다르다
박이 익으면 박을 따다가 톱으로 절반 자르고 박속에 들은 씨가 있는 부위는 긁어 내어 뒤엄자리에 버렸다
그리고 껍데기와 사이에 있는 부드러운 부분은 버리기가 아까워서 박속을 긁어서 국을 끌여 먹어 보았지만 맹탕이고 맛이 없었다

안을 다 퍼낸 박은 그늘에서 서서히 말렸다
덜 익은 박을 따오거나 성급하게 햇볕에 말리면 마르면서 박은 우그러들고 못 쓰게 되니까 조심 조심 그늘에 말려야 했다
잘 말려진 박은 가벼워서 부엌에서 물을 푸는 바가지로 요긴하게 사용된다

박 바가지는 잘못하여 맨땅에 떨어 뜨리거나 물건에 부딛히면 깨져 버리기도 하는데 그런 바가지가 없으면 부엌에서 물을 퍼 나를 바가지가 없어지게 되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금이 가거나 조금만 깨지면 실로 단단하게 꿰매어 사용하기도 하였는데 다음 해에 박을 심고 자라서 박을 다시 만들 때까지 꿰멘 자리가 물이 조금 새지만 그 박으로 조심하여 써야만 했다
그렇지만 바가지로 물 푸고 쌀을 담아서 나르고, 부엌일하면서 이것저것을 담아 놓으며 조심하여 사용하면 몇 년이고 오래 사용할 수 있었다
작은 박은 주로 쌀이나 보리를 독이나 뒤주에서 퍼낼 때 사용했고 우리 집은 큰 박을 긴 막대자루 끝 부위에 단단히 바가지를 매어 변을 퍼서 변지게통에 담고 퍼 나를 때 사용했다

그런데 플라스틱 제품이 나온 뒤로는 박을 심을 필요가 없어져 버렸다                 
혹시 흥부가 금은 보화를 얻기 위하여 제비 다리를 고쳐 놓는다면 모를까 . .
그리고 우리집 바가지는 깨지지도 않아 오래 쓰고 있는데 가스불 옆 뜨거운 것에 닿아서 조금 우그러진 바가지는 물이 새지 않아 약간 우그러진 채 둥근 모습은 약간 변했지만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충남 태안 원북에서 직장생활하면서 쭈꾸미를 함께 넣어서 만든 맛있는 박속 낙지탕을 동료들과 함께 가끔 즐겨 먹었었다
요즘은 중간 부위가 잘록하여 호리병처럼 생긴 조롱박에 그림을 그리는 등 공예품으로도 이용하는 것 같다

'바가지 쓰다'는 말의 유래는 조선시대 박을 엎어 놓고 안에 넣은 숫자 맞추기 도박에서 많이 손해를 본 사람들에게서 나온 말이며, '바가지를 긁다'는 무당이 잡귀를 몰아내기 위하여 박을 박박 긁는 소리가 하도 시끄러워 그에서 유래 되었다고 한다

옛부터 자연에 심고 거두어 만든 박 바가지를 사용하였는데 그것은 우리 세대까지 만이었고 우리가 크고 자라면서 플라스틱 바가지가 새로 나오고 이어서 온 세상이 플라스틱 천지로 변화 되었으며 그의 편리함도 만끽하였다
그러면서 편리한 도구들이 또한 우리가 살아 온 자연을 파괴하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으니 우리들은 전환 시대를 산 증인으로서 후대에게 전달하기 위해 기록하여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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