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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잔불과 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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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웃음
댓글 0건 조회 1,505회 작성일 23-02-06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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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어렸을때 전기가 공급되고 있었으나 시골 일부는 아직 등잔불에 의존하였고 우리집도 그러했다

등잔불로 어두운 밤을 밝히는 생활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며, 이제 달라진 상황에서 그 시절 등잔불 생활에서 나름대로의 경험과 대처를 한번 회상하여 본다

이웃 동네로 가는 3300V 전봇대가 집 입구에 서 있었고 옆집에서도 전등불로 밝히고 있었지만 동네에 몇 집은 그러지 못했다

당시 전기는 주로 전구를 이용하여 어둠을 밝히는 용도로 사용 되었으며 감아진 텅스텐 코일이 훤히 보이는 백열구 30W 짜리가 많이 사용되었다
100W 를 마당에 훤히 밝히는 집도 있었지만 부엌에 작은 5W 전구로 희미한 가운데에서 밥 짓고 설거지 하는 곳도 많았다

이미 진공관이 있었던 시대로 지금이나 그때나 전선이 연결되는 작은 진공관 라디오는 음량이 풍부하여 뉴스나 노래가 온 동네에 울려 퍼지게 하는 집도 있었다

스위치만 켜면 환해지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떻게 신청해야 하는지 모르고 우리는 왜 전기를 집에 들이지 못하는지도 궁금하였다
어쩌면 매달 날라오는 전기 요금을 일정 수입이 없어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감히 아버지한테 이야기할 수 없었다

저녁이 되어 캄캄해지면 늘 사용하던 비사표 남성 성냥을 찾아 성냥 개비를 꺼내 갑의 옆구리에 문질러서 등잔에 불을 옮겼다
성냥갑을 찾지 못하면 부엌 부뚜막 위 아궁이에 불 때려고 항상 준비하고 있는 사각형 큰 성냥곽이 있었고 담배 피우시는 아버지 주머니에도 있었다

그리 밝지 않은 가냘프고 희미한 등잔불이지만 그 불빛 아래에서 식구들이 밥을 먹었고 어머니는 가늘고 작은 바늘 귀에 실을 꿰어 바느질하면서 또드락 방망이질도 하고 나는 곁에서 책을 읽었다

등잔은 농 위에 올려 놓기도 했지만 주로 40cm 높이 등잔대에 올려 놓는다
책상이 없어 방바닥에 엎어져 글씨를 쓰려면 쓰는 자리가 항상 어두웠다
그래서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도 생긴 것 같다

등잔불 밝기는 성냥 개비에 불을 붙였을 때의 불꽃 밝기 정도라고 생각된다
방죽으로 가는 밤길에 밝게 빛을 내며 날아 다니는 반딧불을 잡아다가 책에 비춰 보았는데 어두운 곳에서 굉장히 밝게 보이던 반딧불은 등잔불과 비교 되지 않게 약했고 날아 다녀서 잡기 힘든 수십 마리를 한꺼번에 잡아다 놓으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 .
다음날 아침에 보면 반디는 죽어 있었다

글씨가 잘 안 보여 등잔불 옆으로 바짝 다가 가다가 눈썹이 꼬실라지고 학생 때의 짧았던 머리카락을 태우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하는 수 없고 더 조심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심지를 돋우어 불꽃을 크게 하면 조금 더 밝기는 하지만 불꽃에 끄으름이 생기고 기름이 금방 닳아지며 등잔 옆에 오래 있다 보면 나중에 콧구멍이 시컴스레 하기도 하였다

등잔 불꽃은 옆에서 옷 자락을 조금만 펄럭여도 그 바람에 가냘픈 불꽃이 옆으로 휘어지고 팔랑 거리며 꺼질듯 말듯하여 애를 먹이다가 꺼지기도 했다
그래서 이불을 깔 때도 조심스러웠고 바람이 몹시 부는 날에 방문을 열면 바깥 바람이 들어 와 불을 꺼쳐서 곧 암흑으로 되었다
그러면 어둠속에서 손으로 여기 저기를 더터서 성냥갑을 찾았다

때로 등잔불이 저절로 사그라 들면서 꺼지면 그때는 등잔에 기름이 다 떨어졌나 보다 생각하고 농 빼닫이에 있던 양초를 더듬어 찾아서 촛불을 켰다

촛불은 등잔보다 훨씬 더 밝았으나 불꽃이 커서 흔들리며 안정되지 못했고 나부껴서 주위 물건에 불을 옮기기 쉽고, 타면서 점점 길이가 줄어들며 촛물이 옆으로 흘러 내리고 작아진 촛대는 버리기도 아까웠고, 흘러내린 촛물 한 무더기와 함께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신경을 쓰게 만들었다

촛대는 약하여 부러지기도 하거니와 촛물을 묻힌 자리에 고정시켜 세워 놓으면 불이 붙은 채 넘어지기도 하며 불이 날 수도 있어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잘 사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대두병을 들고 신작로에 있는 담배, 석유집에 등유를 사러 갔다

등잔은 받침대로 세워 올려 놓았으니 항상 조심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밤에 불이 붙어있는 상태에서 옆에서 놀다 잘못하여 이불 위로 등잔이 넘어지기도 했는데, 이불이 온통 석유 냄새로 진동하여 다음날 바로 엄청난 솜이불 빨래를 하지 않으면 안되었고 다행히 등유는 휘발유같이 쉽게 옮겨 붙지 않아 이불에 불이 나지는 않았다

마당에서 밤에 일할 때는 등잔불은 바람에 꺼져서 호리병 같은 유리에 불꽃이 비치는 호롱불을 마루 위에 걸어 놓고 추수 등을 하였다
또한 캄캄한 밤에 먼 곳에 갈 때는 네모진 나무 틀에 창호지를 바른 등 안에 등잔을 넣어 등잔불 빛으로 어두운 길을 찾아서 가기도 했는데 등 위에 끄으름이 나갈 수 있도록 둥그런 원이 파져 있으며 바깥 바람 때문에 꺼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다 

등잔 잍에서 엎드려 글씨 쓰다가 다음에는 동그란 큰 밥상을 놓고 하곤 하였으나 나중에는 책상 위에 등잔을 놓고 공부했다

크면서 등잔불의 어려움을 느끼며, 친구와 함께 밝은 데서 함께 공부하면 능률이 오를 것 같아 중학교 때는 같이 학교에 다니던 동규네 집의 밝은 형광등 아래서 공부를 한동안 했었다

그래선지 공고로 가서도 전기과를 택한 것 같다
밤에는 등잔불 밑에서, 무더운 여름 낮에는 선풍기를 돌릴 수 없어 바람이 부는 데를 찾아 다니며 부채로 땀을 식히면서 공부했다

고3 때는 몇 친구들과 함께 아직도 일본에서 실시하는 전기주임기술자 시험에 합격했다
그 자격으로 졸업 후 자재를 구입하고 초가집 처마에 전선, 애자, 슬리브 등으로 전선을 늘이고 형광등을 설치하여 불을 밝히게 되면서 어둡고 불편하였던 등잔불 밑에서 벗어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더듬어 보면 되돌아 갈 수 없는, 전기가 전혀 없었을 아주 오래전 옛날, 등잔불 만으로 살아가던 그 때의 힘들었을 삶이 유추되는 귀중한 경험들을 맛보며 그 기억을 간직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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