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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용으로 추억여행

풀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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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웃음
댓글 0건 조회 2,344회 작성일 21-08-1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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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벌레
더운 여름 숲에 매미가 요란스럽게 울고있어 귀가 무척 따갑습니다
어린시절 그때도 매미는 울었으며 농촌에서는 여러 벌레들과 자연과 함께하는 세계이었던 같습니다

꼬마였던 나는 예쁜 노랑나비와 여러색깔로 현란한 호랑나비를 잡았습니다
날개를 손으로 잡았는데 연약하여 세게 잡으면 부스러질 것 같았고 손에 분가루 같은게 묻어 잘 지워지지도 않아 가냘픈 나비를 더 이상 잡질 않았습니다

학교 화단에 코스모스들이 활짝 피면 벌과 나비들이 모여 드는데 고무신을 벗어들고 코스모스 꽃 위에 앉은 벌을 확 낙아채어 땅바닥에 던져 잡았습니다
벌이 나팔꽃에 앉으면 나팔 꽃잎을 감싸서 잡곤 했지요
벌의 날개를 붙잡고 내 손등 위에 올려 놓으면 꽁무니에 있는 침이 쏘면서 침덩이가 빠져 나오는 것을 보며 놀았습니다
작은 벌은 쏘여도 쬐금 따끔할 뿐 그리 아프지 않았습니다
물을 추긴 헝겁에도 벌은 쏘았고 침이 빠졌습니다

그때에는 기르는 벌통은 볼 수 없었고 아카시아 나무, 담밑에서 구멍이 송송 나있는 벌집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웃집 처마에 말벌이 집을 짓고 매달려 있어 장대로 벌집을 부수고 있는데 큰놈 한마리가 나한데 달려들어 장대를 내던지고 꽁무니 빠지라고 도망친 적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놀다가 큰벌에 쏘인적이 있었는데 상당히 따겁고 아팠으며 퉁퉁 부어서 쏘인 자리에 된장을 두툼하게 발랐었지요

철사로 둥그렇게 만들어 긴 대나무에 꼽고 거미줄을 묻혀 잠자리를 잡으러 다녔었습니다
보통잠자리를 잡아서 실로 잠자리 발을 묶어 날리고 다니면서 친구들한테 뽐내기도 했지요

또 왕잠자리는 크고 예뻐서 다들 좋아하였고 서로 잡을려고 했으며 눈주위 색깔로 암수를 구별 했습니다
왕잠자리는 주로 방죽 물위를 이리저리 날라 다니는데 잡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잠자리 채로 낚아채기도 무척 어려웠습니다
캄캄한 밤에 탱자나무에서 곤히 자고 있을때 눈치채지 못하게 슬그머니 다가가서 사알짝 날개를 붙잡았습니다
숫놈을 잡으면 조금 서운했지요

그러나 숫놈도 호박꽃 수술에 있는 노란 가루를 왕잠자리 눈주위에 바르고 발에 실을 묶은 뒤 작은 막대 끝에 달아 방죽에 가서 휘이 휘이 돌리면 물위를 왔다갔다 하던 숫놈이 암놈인줄로 착각하고 날라와서 착 달라 붙었습니다
그때 붙어있는 왕잠자리를 재빨리 붙잡지 못하면 다시 도망쳐 버리고 말지요

말잠자리는 왐잠자리 만큼 컷으나 왕잠자리처럼 이쁘지 않고 잡기도 어려워 별로 찾질 않았습니다
된장 잠자리는 마당과 밭을 종일 날아 다니기만 하고 어디 앉아서 쉬지않아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였으며 고추잠자리는 빨간 빛깔이 곱고 참 예뻣으며 수수 빗자루 막대 위에 앉아 있는 것을 조심조심 뒤로 다가갈 수 있으면 손으로 낚아챌 수 있었습니다

잠자리를 많이 잡아 닭장에 넣어주면 무척 좋아 하는데 먹이를 서로 먼저 먹으려고 닭들이 난리를 피며 경쟁하는 것을 보는 것이 재미 있었습니다

토끼풀을 뜯다가 푸드득 하고 왕치(방아깨비)가 날라가면 어디로 날라 가는지 유심히 보고 있다가 거길 찾아 갔었습니다
땅개비(메뚜기)에 비해 덩치가 두배 정도로 커서 더 선호 했었습니다
새끼왕치는 작아 별로었지만 왕치 새끼가 아닌 다른 종류인것 같았습니다
작은것은 항상 고만고만 했으니까요

가끔 만나는 사마귀를 보면 좀 무서워하며 피했는데 손등에 사마귀가 나있는 친구가 있어 곤충인 사마귀는 손등에 나있는 사마귀를 뜯어 없앤다는 전해들은 이야기가 있어 정말인지 그게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방죽둑이나 논가를 지나가다 보면 땅개비를 볼 수 있고 잡아서 일단 주머니에 넣었었습니다
그러면 주머니 속에서 몇마리가 뽀시락 뽀시락거리다가 나와 도망치는 녀석도 있었지요

본격적으로 땅개비를 잡으러 동네를 벗어나 김제쪽 월현대 망대가 있는 철둑을 넘어 넓은 논 들판으로 갔었습니다
멀리 가다보면 부용 황산다리로 흐르는 용암천이 나오는데 거기까지가 어릴 때 우리들의 활동영역 이었습니다
익어가는 들판의 벼 사이에는 땅개비가 여기저기 수두룩 했었습니다

땅개비 잡으러 갈때는 큰 대도병(정종병)을 가지고 갔으며 병이 없으면 강아지풀 꽃대를 뽑아서 땅개비 뒷부분을 꿰어 차곡차곡 길다랗게 강아지풀을 채워 나갔었지요
뒷 다리로 껑충 튀어 도망가고 때로는 날라가기도 하는 땅개비를 잡는 것은 쉽지가 않았습니다
손으로 재빨리 낚아채지 않으면 놓쳤고 놓진 놈을 잡으러 말라있는 논 속으로 속으로 따라서 깊히 들어 가기도 했었지요

때로는 별안간 튀어 나오는 뱀을 만나 질겁하기도 하였습니다만 뱀한데 물린적은 없었습니다
땅개비 잡으러 가다가 또랑에서 진흙으로 옷을 버리기도 하지만 많이 잡을 때는 대도병을 가득 채우고 또 강아지풀 두줄에 모두 꿰어 채울 수 있으면 신이 났었습니다

조금 잡으면 아궁이에 불때는 어머니 곁에 앉아 구워 먹고 많이 잡으면 누나가 큰솥에 볶아 온 식구들이 나눠 먹기도 했습니다
구운 땅개비는 기름지고 고소하며 참 맛이 있었습니다

땅개비를 잡으러 다니면서 귀뚜라미나 여치를 보면 개가 닭보듯 그냥 지나 쳤습니다
그러나 길 가는데 조용한 풀숲에서 "쓰르르" "쓰르르" 소리가 들려오면 뭘까하는 호기심에 발 뒤꿈치를 들고 살살 다가가 보지만 어떻게 알아 챘는지 울던 소리를 멈추곤 하였고 풀숲을 삿삿히 헤쳐봐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마룻가에서 정적을 깨트리고 귀뚜라미가 "쓰르르" "쓰르르" 고요한 소리로 가을이 온다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러면 모기에 시달리기도 하고 반딧불을 잡아 책을 비춰 보기도 하고 길가의 풀을 꺽어들고 풀피리를 불어보던 계절이 지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손자녀석이 길가의 꽃에 앉아있는 노랑나비를 손에 잡으려는 모습을 보면서 어린시절 나의 모습이 떠오르고 돌고 도는 세상,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기록을 조금 남기고 그저 그리워하기만 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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