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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용으로 추억여행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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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웃음
댓글 0건 조회 1,720회 작성일 22-07-2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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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무척 더워 그저 여름이려니 하지만 견디다 못하면 에어컨 리모콘을 만지작 거린다
어렸을적 그 시절에도 태양은 내리쬐고 여름은 무척 더웠으나 농촌에서 에어컨 단어를 들어보지 못했고 선풍기도 없던 시절 어떻게 지냈었는지 한번 돌아 보려고 한다

여름철 더울 때 나는 삼베옷을 입었었다
삼베옷은 노란색으로 올이 굵고 엉성하여 바람이 잘 들어오고 시원했던 것 같다
어른들도 삼베로 만든 옷을 입은 사람이 일부 있었으나 주로 상가집에서 상복으로 입었다
일부 점잖고 나이 많으신 동네 어른은 흰 모시옷을 입었고 대님을 맸으며 갓 쓰고 곰방대를 했던 시절이었다.

처음 입을 땐 풀멕임에 의해서 그런지 뻣뻣하여 접힌 곳, 살에 닿는 부위가 까끌까끌하여 무척 입기 싫어 했었다
그러나 어쩌겠나 ! 부모님이 애써 마련하여 주신 옷을 싫다고 할 수도 없고 그냥 저냥 입고 다닐 수 밖에 . .
입고 있다보면 삼베가 몸에 부데껴서 그런지 익숙하게 되어 까끌했던 감촉은 금새 사라지고 부들부들 느낌이 좋아지며 삼베 팬츠도 꽤 시원했다

그 다음엔 나일론 윗도리도 입었다
연한 하늘색 바탕면에 작은 곰보같은 요철이 박혀있는 약간 오돌토돌한 옷이었다
화학섬유가 나오기 시작한 초기 옷으로 생각되며 가벼워 겨드랑이에 바람이 들기 쉬웠으나 땀을 전혀 흡수하지 않고 감촉도 좋지않아 싫었지만 여름철 한동안 입을 수 밖에 없었다

다른 친구들은 겉에 하얀 런닝셔츠를 입고 다녔던 것 같다

여름이 되면 네모진 나무틀로 만든 격자 방문의 아랫 부위 창호지를 도려내고 그 자리에 모기장을 입혔다
부엌 쪽으로 난 방문을 열어 놓으면 뒷편 응달에서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고 모기장을 지나면서 방이 시원해졌는데 방문 창살을 통하여 바깥이 훤히 보이고 마당과 텃밭 그리고 탱자나무 쪽 건너편 포도 과수원까지도 누워서 볼 수 있었다
밤에는 미리 입으로 부는 호마키를 많이 뿌려놓고 모기와의 전쟁을 벌여야 했고 잘때는 모기장으로 바깥 냉기가 들어 왔었다

여름에도 따뜻한 밥을 먹기 위해 아궁이에 불을 때지 않으면 안되었는데 아침에 불을 때면 점심은 보통 찬밥으로 때우고 저녁 무렵에는 방이 식어 있어 시원한 밤을 보낼 수 있었지만 때로는 저녁 준비하느라 아궁이에 불을 붙이면 방이 따뜻해져 잠자는데 지장이 많았다
 
그래서 여름이 되면 부엌문 앞쪽에 네모난 페인트 양철통으로 한쪽을 갈라 불을 땔 수 있게 하고 반대쪽에 연기가 나갈수 있게 만들었다
양은솥을 얹어놓고 저녁으로 수제비를 많이 끓여 먹었었다
마당에 커다란 멍석을 깔고 그 위에서 여섯식구가 밥상에 둘러 앉아 도란도란 식사를 했었다 

마루 한쪽에 호롱불을 달아놓고 한여름에 마당에서의 무더위를 이기게 하는 식사는 뭐니뭐니해도 풍부하고 생생한 시골 농산물이라 생각된다
밭에서 막 따온 고추와 계속 커가면서 나무처럼 자라는 윗부위 상추잎을 따고, 텃밭에 심은 하지감자 뿌리를 뒤져 감자를, 가지나무에서 방금 따온 가지와 탱자나무 가시를 잡고 올라가는 호박잎을 따다가 살짝 데쳐서 간장, 된장을 발라 밥을 싸서 먹는 즐거운 저녁은 여름 한철 농촌에서만 즐길수 있는 별미 일 것이다.

식사 전 뒤엄자리 쪽에 모깃불을 놓았고 이제 멍석 위에 누워서 밤하늘의 은하수를 바라 보면서 잘 보이는 오리온 자리를 먼저 찾고, 북두칠성과 그와 연결되는 떨어져 있는 북극성도 찾았었다
한참을 누워서 달과 별들을 보고 있노라면 등과 엉덩이가 멍석의 오돌토돌한 돌기에 베겨서 오래 있기가 힘들고 불편하게 된다

그러면 부채를 찾아 한손에 들고 학교쪽에 있는 모종으로 향하곤 했었는데 모종은 비교적 높은 곳으로 바람이 쉽게 올 수 있는 탁 트인 곳에 위치하여 가보면 벌써 어른들 몇분이 자리잡고 계셨다
그곳에서는 군대에서 고생했던 동네 형들의 이야기 등을 들을 수 있었고 나중에는 태국 방콕에서 중계하는 이광재 아나운서의 열이 오른 목소리 축구 중계방송을 같이 귀 기울이며 함께 응원하기도 했었다
밤이 깊어 더위가 서서히 물러가고 시원해질 즈음에는 부채로 종아리를 탁탁치며 모기 쫒기에 지치기도 하지만 몸에 습기가 차면서 졸음을 못이겨 집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시골에서의 낮에 여름나기는 보통 바람이 있는 그늘을 찾고 큰나무 아래, 집 그늘, 골목 등 바람이 잘 통하는 곳을 찾아서 평상을 놓거나 멍석이나 또는 가마니를 밑에 깔고 앉아서 부채로 더위를 식히는게 제일이었다

우리집은 입구 길목이 그늘지고 옆집 탱자나무와의 사이 통로로 바람이 잘 통하므로 그 곳에 자리를 잡고 멍석을 깔았다
가끔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그늘에서 방학 숙제를 하다가 미리 봐둔 씨가 검정하게 익은 단수수를 마디 마디 잘라다가 식구들이 나눠 먹으면 달디 단 물이 입속에서 자르르 . . 한 여름에만 즐길 수 있는 그맛 ! !

아직 가만히만 있기에는 몸이 근질근질하던 어린 시절, 물이 깨끗하고 놀기에 좋은 곳을 이미 알고 있기에 친구들과 방죽 세곳 중 한곳에 가서 입구 한쪽 신발위에 벗은 옷을 잘 올려놓고 벗은채로 물속으로 풍덩 . .
잘 치지도 못하는 개헤엄을 치고 일부러 발로 첨벙첨벙 친구 얼굴을 향해 물을 튕기고 히히덕 거리며 물속에서 노는 것은 땀을 깨끗히 씼을수 있으며 친구들과 함께 물놀이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어린시절, 더운 여름 한때의 가장 큰 행복이었던 것 같다

뙤약 볕 아래 논의 물꼬를 보고 오거나 밭에서 풀을 함께 뽑고 오기라도 하면 집 장독 근방 다라이에 미리 물을 받아 햇볕아래 놓아 두어 뜨뜻하게 덥혀진 물로 부엌 뒤 안보이는 한쪽 구석에서 다라이 안에서 놀며 목욕도 했었다

여름에는 부채가 한 몫을 단단히 했었다
더위를 큰 대나무 부채로 부쳐도, 부쳐도 몸이 끕끕하고 땀이 느껴지면 텃밭 우물가로 가서 엎드리고 있을 때 퍼올린 두레박의 차디 찬 물이 내등에 부어지면 그만 온몸이 전율에 으흐흐흐 . .

그렇게 하여 더위를 몰아내고 있는데 우리들의 여름은 모기장을 뜯어내고 다시 하이얀 한지로 우리집 방문 창호지를 말끔하게 바를 때까지 인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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