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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웃음
댓글 0건 조회 1,797회 작성일 22-11-0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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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천변길을 걸을 때면 가끔 어린 시절 날렸던 연이, 국도 1호선을 지나고 고층 아파트를 넘어 관악산 줄기인 비봉산 옆 하늘에서 날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늘에서 휘날리는 그 방패연은 연실길이 800m 로 높아서 까마득하여 잘 보이지 않았는데, 연실 감는 연자세는 도르래 같이 생긴 둥근 채이고 연실도 그때와는 다른 것 같았다
연실(줄)은 1000m 까지 날릴 수 있고 연이 당기는 힘으로는 연줄이 절대 끊어지지 않는다는 날리는 어른의 이야기다

그렇게 높히 올라가면 비봉산 반대쪽에 김포를 향하여 내려오는 비행기와 부딛힐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 되기도 했지만 어린 시절 푸른 창공에 날리던 연이 높히, 더 높히 올라 가기를 바라던 그때의 꿈이 이제는 실현된 것 같이 보이며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 상념에 잠겨본다

유난히 동네 친구들과 같이 연날리기를 좋아 했었다
겨울에는 추워서 늘하던 구슬치기, 자치기 등을 못하게 되니 섣달 그믐이나 설날 쯤 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불어오는 바람을 이용하여 하나, 둘 하늘에 연을 띄우기 시작한다

그때는 다들 연을 집에서 만들었다
만들려면 먼저 연살을 만들기 위한 대나무가 있어야 했는데, 대나무는 잠자리채용 막대기나 탱자 따는 장대 등으로 이용되면서 귀한 편이었다
마디가 길고 면이 깨끗한 대나무를 찾아서 자르고 부엌 칼로 껍데기를 갈라 잘 갈아서 얍실하고 낭창낭창하여 잘 휘어지는 연살을 만들었다
가오리연(그때는 수리미연이라 불렀다)은 연살로 2개가 들어가나 방패연은 5개나 필요했으며 더 길었고 만들기도 어려웠다

힘들게 연 만드는 것을 옆에서 많이 보아서 인지 완고하신 아버지가 딱 한번 방패연을 만들어 줬었는데 그때는 얼마나 기뻤었는지 날듯이 신나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설레는 마음으로 만들어 준 방패연을 가지고 나가서 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띄웠는데 하늘을 향하여 빠르게 잘 올라 갔으나 공중에서 좌우로 이리 저리 왔다 갔다 하길래 조금 날리다가 집으로 다시 가져 올 수 밖에 없었다

보통 방패연은 꼬리를 달지 않았지만 중심을 잡지 못하는 내 방패연에 꼬리를 달려고 토방에서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 예쁜 강아지가 옆에서 얼쩡거리다가 발로 밟아 버려 연에 구멍을 내고 말았다

그 뒤로는 쉬운 가오리연만 만들었다
연 종이로는 보통 가볍고 잘 찢어지지 않는 그냥 백지인 창호지로 만들었다 (요즘 연은 모두 칼러 그림 연이지만 . . )

연을 만들기 위하여 종이를 마름모 꼴로 펼쳐 놓고 왼쪽 모서리에서 대나무 연살을 휘어 가지고 윗부분을 지나 오른쪽 모서리에 놓고 종이를 밥풀로 붙혀 고정시키고, 위에서 아래로 반듯하게 또 하나의 대나무 살을 붙힌 뒤, 앞면에서 대나무 연살의 위와 아래에 연실을 묶은 다음, 연이 각도를 잘 잡을수 있는 점을 찾아 연줄을 연결하면 완성된다

연꼬리는 조금만 붙히고 날리면서 연이 좌우로 흔들거리면 더 길게 붙여 연이 공중에서 안정되도록 하였다

어머니의 눈치를 보면서 반짓그릇의 실패에 감겨있는 실을 연자세에 옮겨 감고 정성 들여 만든 연을 들고 동생과 함께 연 날리러 동네로 나갔다
이미 날리고 있는 친구가 있으면 그 옆에서 함께 날리면서 누가 더 높게 잘 올라가나 서로 경쟁하고, 아무도 없으면 바람이 잘 부는 곳, 연이 나는데 방해 받지 않을 곳을 찾아서 날렸다.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은 연을 뒤에 올리고 달음박질로 열심히 뛰어가며 연을 날렸다
실패하는 경우도 있지만 바람이 없어도 그렇게 달리면 연이 살짝 뜨면서 공중 바람을 조금 타게 되는데 그때 부터는 연줄을 잘 잡고 연과 씨름하면서 바람을 타게 끔 조정하여 점점 더 높히 올라가게 하는 것은 나만의 기술이었다

장터라 불리는 우리 동네는 전선이 간선, 지선 두선로가 자리 잡고 있어 연 날리는데 지장이 많아, 동네 한쪽의 교회 앞으로 가면 양달이라 따뜻할 뿐더러 걸릴만한 전선, 전봇대, 큰나무가 없어서 연 날리기 장소로 안성 맞춤이었다
때 마침 바람이 슬슬 불어와 내 연은 스무스하게 바람을 타고 하늘로 슬슬 올라갔다

그러나 연을 높히 올리고 싶어도 올라갈 수 있는 것은 바느질 실패에서 가져 온 실의 길이가 한계였다
또한 옷을 꿰메던 실이라 약하여 잘 끊어지곤 하여 그 시절에는 그게 늘 문제였었다.
연실만 튼튼하다면 달나라까지도 날리고 싶었고 그게 나 뿐만 아니라 그 시절 우리 모두의 꿈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꼬마들의 연 만드는 방법이 각기 다르고 또한 매일 부는 바람이 달라서, 하늘에 날리면 연이 여러 모습으로 연출된다

홀로 도도히 높게 떠 있는 방패연, 늪히 올라가지 못하면서 멀리만 날아가는 연, 기다란 꼬리를 길게 늘어 뜨리면서 좌우로 슬슬 움직이는 연, 바람타고 올라가다가 빙글빙글 돌면서 꼬랑창에 처박는 연, 연줄이 서로 엉켜서 떨어지다 포플러 나무 가지에 걸리는 연,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연줄로 제어하지 못하여 전선줄에 걸려버린 연 등, 당시에는 연을 반듯하게 하늘에 높히 올리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으며 아이들의 공통 관심사이면서 그들만의 노하우였다

그 시절에는 거의 매일 우리 동네 하늘에 연들이 무리 지어 날고 있거나, 때로는 혼자서 높게 떠 있으며 한쪽 담 구석에서 추위에 오들 오들 떨면서도 그 연을 바라보며 혼자 즐기고 있는 꼬마를 볼 수 있었다

내 연은 공중에서 바람을 타고 왼쪽, 오른쪽으로 조금씩 왔다 갔다 했는데, 손가락으로 탱탱하게 늘어져 있는 연실을 살살 당겼다가 살짝 놓으면 중심을 잃고 떨어지는 것 같다가 바람을 받아 다시 균형을 잡으며 사알짝 움직이는 녀석을 손가락으로 살살 컨트롤하는 것이 얼마나 재미가 있던지 . .
센 바람을 받으면 부르르 떨면서 이겨 내고 꼬리를 휘날리며 슬슬 움직였고, 뒤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을 막아주는 담을 등지고 따뜻한 햇볕을 쬐면서 비록 손은 시리지만 연실을 꼭 붙잡은 채 하늘 위에서 날고 있는 내 연을 바라 보면서 혼자서 행복감에 젖기도 했다

한참 재밌게 날리고 있는데 연줄이 그만 '뚝'하고 끊어져 버렸다
연은 하늘에서 뒤짚히고 꼬리와 서로 뒤엉켜 바람이 부는 대로 그냥 날려가고 있는데 그걸 바라보며 열심히 쫓아서 달렸다
가서 보니 멀찌기 떨어진 앞산의 높은 소나무 가지 위에 연이 걸려 있었고 도저히 그것을 끄집어 내릴 방법을 찾지 못해 그저 멍하게 쳐다 보다가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 설수 밖에 없었다

바람이 몹시 부는 어느 날 학교 가는 길에 그래도 아쉬워서 그 앞산 쪽을 바라 봤는데, 아니 . . ?  나무 위 솔가지에 걸려있던 연이 소나무 위에서 저 혼자 날고 있지 않는가 ! 
연실은 솔가지에 칭칭 감겨있는 채로 드센 바람 때문인지 연과 꼬리가 풀어져서 곧바로 하늘에서 날고 있었는데, 바람이 없는 날에는 가만히 내려 앉아 쉬고 있다가 바람 부는 날만 소나무 가지 위에서 하늘을 날고 있는 연을 그 후에도 계속 학교에 오고 가면서 볼 수 있었다

지금도 광수의 추억 마을을 찾아서 가보면 앞산 소나무 가지 위에 혼자서 외롭게 파란 하늘을 날고 있는 연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동네에 키가 큰 포플러 나무 위에도 걸려있는 개구장이들의 정성이 잔뜩 묻어있는 꿈의 잔해들이 실과 연꼬리를 길게 늘어뜨린 채 불어오는 바람에 펄럭거리는 연 모습을 볼수 있으며 . .
동네를 가로 지르는 하늘의 전선 줄에도 걸려있어, 바람이 불어 올 때만 '파르르' 떨면서 울고 있는 연의 모습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ㅎㅎ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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