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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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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웃음
댓글 0건 조회 1,179회 작성일 23-08-11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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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같은 여름 더위에 에어컨을 켜지 않고 버티는 곳이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참을수 있는데 까지 참다가 할 수없이 에어컨 리모컨을 만지작하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어렸을 때도 한여름에는 지금처럼 견디기 어렵게 무더웠었다
에어컨이 없던 시절, 전기가 있어도 선풍기 하나에 의존하던 그시절, 그 때를 기억하면서 찾아 온 남은 더위를 이겨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선풍기는 60년대 말쯤 보급된 것으로 생각되는데 당시 부채 하나씩 들고 다니며 부채가 이는 바람으로 땀을 식히거나 이마의 땀을 손자락으로 훔치며 땀으로 옷이 젖어도 그저 참으며 한여름 더위를 보냈다

부채는 대부분 대나무와 종이로 만든 둥그런 타원형 부채를 썼고, 잘 찢어지지 않도록 기름 묻힌 큰 부채는 시원한 바람을 많이 일으켰으나 무거워서 부치기 힘들어 주로 어르신이 사용했으며 펼쳐지는 편리한 부채는 거의 없던 시절이었다

여름 방학이 되면 집에서 종일 놀다가 더워지는 오후가 되면 집 들어가는 길목에 지붕의 그늘이 지고 통로로 바람이 불어 오는데 그런 시원한 곳을 찾았고 동생과 함께 끙끙 들어다 무거운 멍석을 깔았다

그때 집집마다 여름 더위를 식히기 위하여 그늘이 있고 바람이 불어 오는 좋은 장소가 하나 쯤 있었고 그게 우리는 입구 길목이었다

거기서 누워 놀거나 방학책을 풀었으며 심심하면 평소에 눈여겨 보아 두었던 거무스레 씨알이 익어가는 단수수를 베어다가 도막 도막내어 누나 동생과 함께 나누어 먹었는데 단수수를 이빨로 씹을 때 나오는 물은 마치 설탕물 같았고 그 달콤함과 시원함은 입안에서 자르르르 . .

이따금 먼곳에서 '아이스께끼', '얼음과자'라는 소리가 들려 오면 어머니를 졸라서 반짓그릇의 주머니에 꼬기꼬기 꼼쳐 놓은 동전으로 께끼상자를 어깨에 들쳐 메고 다른 동네로 막 넘어가는 사람을 찾았는데 아이스바는 더운 여름 그야말로 땀이 달아날 만한 속이 시원한 꿀맛이었다
먹고 나면 목을 넘어가는 얼음물에 달궈진 몸의 더위가 싹 가시는 것 같다가 조금 후 다시 목이 말라 오지만 . .

부채를 부쳐도 부쳐도 등과 가슴에 땀이 주르르 흐르고 몸이 끈적끈적해져서 시암에 가서 우물 옆에 업드리고 있으면 두름박에 물을 퍼서 누나가 깊은 차디찬 샘물을 등위에 찌클어 주면 에쿠쿠쿠 - - 하며 깜짝 놀랄 정도로 그 시원함의 전율이 온몸에 짜르르르  . .

그런 더위 속에서 심심해지면 우리 어린애들은 친구와 함께 방죽 맑은 물에 뛰어 들고 물에 떠서 헤엄 친다며 발로 퐁당퐁당 마구 물장구 치며 극성 더위를 잊어 버리고 노는 것이 무엇보다 제일 신나는 일이었다

그러다가 어두워지고 밤이 되면 부엌 앞 마당 한쪽에 네모난 페인트 박스통에 구멍내어 여름동안 임시 아궁이를 만들어 양은솥을 올리고 어머니는 수집이를 끓였고 마당에 큰 멍석을 깔고 옆에 지푸락과 조금 젖은 풀로 연기를 내는 모깃불을 피우며 식구들이 도란도란 모여 맛있는 수집이를 들었다

저녁을 먹고 나서 멍석에 동생과 나란히 누워서 밤하늘을 바라 보면 하늘에 수놓는 수 많은 별들 가운데 오리온 별자리는 언제나 쉽게 눈에 뜨였고 국자 모양의 북두칠성 일곱개 별을 찾고 나서 국자 바가지 끝 부위에 선을 주욱 이어 보면 얼마 떨어진 곳에 밝게 빛나는 북극성을 찾을 수 있었다

맑은 날은 수많은 별이 반짝이는 가운데 뿌옇게 보이는 길다란 은하수도 볼수 있었으며 책에 나오는 큰곰자리, 작은곰자리, 전갈자리 등은 하늘에 온통 별 뿐인 가운데서 찾기가 어려워 포기했다

그렇게 누워 있으면 멍석의 작은 돌기들이 등과 엉덩이가 고여 오래 있기가 힘들다
컬컬한 연기를 내고 있는 모깃불에도 계속 윙윙대며 귀찮게 하는 모기를 부채로 다리를 탁탁 치며 쫒기에 지치기도 하지만 습기 때문인지 몸이 끕끕해져서 눕던 멍석을 돌돌 말아 헛간 벽에 걸어 놓고 방으로 들어 갈수 밖에 없었다

가끔 저녁밥 먹고 부채 하나를 들고 이웃집 마실을 다니기도 했는데 이웃 마당에 평상을 피고 어른들이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친구 곁에 앉아서 어른들 세계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옆에서 옅 들을 수 있었다

여름이 오면 해마다 방문에 바른 창호지 중간 부위를 잘라내고 파란 모기장을 붙히면 그 작은 모기장 창을 통하여 찬 바깥 밤 공기가 들어 왔고 부엌 쪽으로 난 문을 열지 않아도 늦은 밤에 약간 더웠지만 참을만하여 방에서 그냥 잠을 청하였다

나중에는 방에다 병에 든 호마끼를 입으로 불어서 잔뜩 뿌려 놓고 한참 후에 들어와 자기도 했으며, 모기장을 사다가 방 안에 쳐놓고 방문을 모두 활짝 열어 놓은 채 자기도 했는데 그래도 모기가 모기장 안에 어떻게 뚫고 들어 왔는지 자다가 일어나 법석을 떨기도 했다

새벽녁이 되면 런닝 샤쓰만 걸치고 자다가 바깥 냉기가 슬그머니 찬바람으로 들어 와 몸을 움츠려야 했었다

그러나 점점 나이가 들면서 홀딱 벗고 방죽에서 헤엄치는 횟수가 자연 줄어 들고 그러는 가운데 자라서 여름 방학 동안 가만히 있어도 가슴에 땀이 흐르는 가운데서도 고3 무렵에는 부채를 들고 공부를 해야만 했다

두꺼운 초가 지붕이 내리 쬐는 태양을 막아 주는 시골 낮에 선풍기 없는 우리집 안에서 제일 시원한 곳을 찾아야 했다
달아 만든 부엌 쪽의 방문을 열면 새어 들어오는 바깥 바람이 있어 부엌쪽 문지방에 걸터 앉아서, 그렇지 않으면 시원한 바람이 조금 들어 오는 작은방 뒷칸 문지방에 앉아 부채를 부치면서 더위와 땀과 책과 씨름하면서 여름 더위를 어떻게든 참아야만 했다

등잔불 밑에 업드려 공부할 때는 책상에서 공부할수 있다면 머리에 저절로 쏙쏙 들어 가리라고 생각 했지만 막상 스탠드 아래 책상 위에서 공부를 하여도 저절로 되리라는 나의 생각은 오산이었다
부채를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며 공부를 하는 것과 나중에 에어컨의 시원한 공기 아래서 공부하는 것도 마찬가지며 결국은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생각하면 우리 어릴 때 다들 선풍기 아니면 부채 뿐이었는데 그런 더위와 모기에 시달리면서도 참으며 공부를 열심한 친구들이 많았고 그런 친구들이 옆에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제 태풍 '카눈'이 지나가고 요란한 매미소리와 밤에 조용히 홀로 우는 여치 소리가 들려 오는데 올해 여름 더위는 한풀 꺾였다고 생각하며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 더위를 잘 이겨내신 여러분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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