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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용으로 추억여행

탱자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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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웃음
댓글 0건 조회 1,204회 작성일 23-06-24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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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울타리 필요없는 아파트에 살지만 어린시절 집 경계선으로 탱자나무나 흙담 울타리가 있었다

동네 한쪽을 짙은 푸른 색으로 장식하면서 항상 이웃에 있어 생활의 일부분이기도 했던 탱자나무와 관련하여 주욱 그 시절을 생각해 본다

동네 구석에 있던 우리집은 작은 뒷담이 있고 울타리 없이 지은 옆집을 제외하고 텃밭을 포함하여 탱자나무로 둘려 싸여 있었다

봄이 되면 탱자나무는 가시 곁에 연초록 싹이 트는가 싶더니 수수하고 하얀 예쁜 탱자 꽃을 피우고 곧 잎파리가 나면서 무성해졌다

창문 앞 탱자나무 가시 위에서 항상 노는 참새들은 동이 트면 젝잭젝잭 - 부지런히 짖어 대고 동창이 밝으며 아침 잠을 깨웠다

탱자나무 긴 가지에 쳐놓은 커다란 거미줄이 여기저기 걸려 있는데 뒤안에 있던 장대를 가져다 철사를 동그랗게 만들어 묶고 잠자리채를 만들어 거미줄을 뭍히고 잠자리를 잡으러 나섰다
거미줄은 상당히 끈적끈적하나 약해서 참새나 제비같은 큰 놈은 걸리지 못하는 듯 하였고 오래된 거미줄은 작은 잔챙이 벌레나 나비만 걸려 있어 그중에 거미가 밤 사이 열심히 새로 만들어 놓은 깨끗한 것만 골라서 뭍혔었다

잠자리채로 방죽 물위에 날아 다니는 잠자리들에게 휘둘러 보지만 잡기는 어려웠고 잠시 앉아서 쉬거나 졸고 있는 잠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내 길다란 장대 잠자리채는 탱자나무 높은 꼭대기에 살포시 쉬고 있는 고추잠자리, 닭장 지붕 위에 높히 앉아 있는 된장 잠자리도 잡을수 있었다

해가 져서 어두워지고 풀위에 밤이슬이 맺힐 때면 외지고 넓은 밭에 면해 있어 한적한 이웃집 탱자나무를 혼자서 찾아 갔다
캄캄해서 잘 보이지 않지만 눈을 밝히면 무성한 탱자나무 가지 사이에 왕잠자리가 혼자 쉬면서 잠자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고 조심조심, 살금살금 다가가서 날개를 사알짝 붙잡았다
그게 암놈이던 숫놈이던 상관이 없고 잡은 잠자리 다리에 실을 묶어 기둥에 묶어 놓고 그놈을 이용하여 내일 다른 왕잠자리를 더 잡을 생각을 하면 신이 났다

운치가 없는 흙담, 블록담과는 달리 탱자나무는 다른 동물, 식물과 어울리면서 자란다
더 어릴 때는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놀다가 탱자나무 가시 속에 있는 큰 능구렁이를 발견하고 동네 아저씨들한테 알려서 모닥불 잔치하는 것을 보았었다
여름이면 이웃집 우물가 탱자나무 울타리 위에 노랗고 붉은 능소화 한 무리들이 가지를 늘어 뜨리고 예쁘게 피우며 지나가는 길손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미나리깡 쪽 탱자나무에는 작은 가시가 달린 산딸기가 빨갛게 익어 유혹하는 것을 지나 가면서 따가지고 입에 넣었다
사람 손이 쉽게 닿는 곳은 일찍 따가서 없어지지만 높고 들어가기 어려운 미나리깡 어덕 가시나무 위에는 아직 남아 있어 욕심 많은 나는 깊숙이 들어가 몸을 넣어 손을 뻗고 탱자 가시가 찌르는 데도 그것을 따서 매년 산딸기 맛을 보았었다
비록 작지만 달콤면서도 새콤한 그런 맛을 어디서 찾아 볼수 없으니까 . .

동네 한쪽 밭둘레에 심어진 탱자나무는 덩쿨들과 함께 가시 나무를 감고 오르는 나팔꽃 같은 수수한 메꽃을 자주 볼수 있어 한번 슬쩍 쳐다보고 지나 갔다
진한 빨강색으로 예쁜 나팔꽃이 탱자나무 위에 보란 듯이 피어 있으면 발걸음을 멈춘 채 꺽지는 못하고 매혹된 눈길로 한참 쳐다 보다 갔었다

탱자나무 아래에는 토끼풀, 독새풀, 물망초 등 온갖 잡초가  나 있는데 쑥이 많이 나 있으면 저것을 다음에 누나와 함께 캐러 올까 생각했고 뱀딸기가 빨갛게 많이 익어 유혹하고 있으면 저걸 하나 따서 입에 넣어 볼까 하다가 그냥 갔다

우리 집은 탱자나무에 호박을 올렸다
탱자나뭇가에 호박 모종을 옮겨 심고 고랑을 빙둘러 파고 아버지는 냄새가 고약한 인분을 한 바가지씩 부었다
새끼줄을 옆에 매어 주면 호박은 넝쿨손으로 새끼줄을 잡고 탱자나무로 올라가서 탱자나무 위에 호박을 열었다

탱자나무의 날카로운 가시도 가느다란 넝쿨손으로 사알짝 감아 잡고 길게 줄기를 뻗으면서 나무위 가시밭길을 돌아다녔으며 여름내동 차례 차례 동그란 호박을 열어 우리집 밥상 위에 맛있는 호박국을 제공했으며 밥에 찐 호박잎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밥에 간장, 된장을 넣어 보드럽고 따뜻한 호박잎 쌈밥을 먹을 수 있게 했다
따지않고 탱자나무 위에 오래 놔둔 늙은 호박은 가시 자국이 조금 나 있지만 따서 마루의 시렁 위에 보관했다가 추운 겨울에 달디 단 호박밥, 호박떡을 해먹었다

탱자나무 아래 작은 경사에는 그 당시 대접을 받지 못하던 소블과 돛너물이 전부터 무리지어 자라고 있어 어머니는 가끔 뜯어다가 반찬으로 올렸는데 고것 참 별미였었다
탱자나무 구석 가시 안쪽에서 돼지감자가 자라고 있는데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아 감자 비슷한 돼지감자를 혼자만 캐서 깍아 먹었고 특별한 맛이 없는 무맛이었지만 그런대로 먹을 만하여 조용히 즐겼다

탱자꽃 자리에 열린 탱자가 점점 커지는 것을 볼수 있고 뻗어 닿을 수 있는 곳은 손이 타서 일찍 없어졌다
높은 곳이나 안쪽에 열린 딸수 없는 탱자는 매달린 채 동글동글한 초록색 열매가 점점 노랗게 익어가는 것을 길가면서 쳐다 볼수 있었다

과수원 울타리 탱자나무는 상당히 커서 위에는 여기 저기에 탱자, 탱자하며 수두룩하게 열려 있는데 장대만 가지고 가면 솔찬히 많이 딸수 있었다
탱자로 구슬치기할 때 유리구슬과 함께 사용했으나 구슬보다 조금 크지만 가벼워서 재미가 없었고 목표물 맞추기나 친구한테 던지기 하며 쉽게 구할 수 있어 많이들 가지고 놀았다 

주위에 늘 볼수있는 탱자는 노랗게 잘 익으면 보기에 예쁘고 탐스러워서 따가지고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주물럭 거리기도 했으며, 물렁하고 얇아진 껍데기를 벗기고 갈라서 알맹이를 입에 넣고서 상당히 큰 씨를 '퇘'하고 땅바닥에 멀리 뱉곤 했는데 시구름하여 눈을 찡그리기 일수였고 유리병에 탱자청을 담기도 했으나 귤처럼 단맛은 전혀 나오지 않았었다

한번은 친구가 학교에서 만든 고무줄 새총을 가져 와 자랑을 하고 있는데 그게 참 부러웠다
나도 고무줄 새총을 만들어 우리집 탱자나무 위에 수두룩하게 떼 지어 놀고있는 참새를 향하여 쏘면 그놈들 중 하나는 쉽게 잡을 수 있으려니 생각했다

새총을 만들려면 우선 어린애 기저귀를 채울 때 사용하던 노란 원통 고무줄이 있어야 하고 새총의 몸체는 단단하여 고무줄을 세게 잡아 다녀도 견딜 수 있어야 하는데 주위에 흔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단단한 탱자나무가 제격이었다

그 뒤로는 고무줄 새총이 뇌리에 박혀 탱자나무 옆을 지날 때마다 항상 아랫 부분에 적당한 굵기의 'Y' 형으로 생긴 줄기가 있는가 쳐다 보면서 갔다
그런 모양의 적당한 것이 있다면 그것을 잘라내도 표시가 나지 않아야 되고 개구멍이 생기지 않아 주인한테 들키지 않고 혼이 나지 않아야 하는 것을 찾으러 다녔다

동네에 여기 저기 많은 탱자나무를 돌아 다니고 탱자나무 아랫 도리만 바라 보았지만 그동안 어느샌가 나도 커 버리고 나중에는 그런 꿈도 어느샌가 슬그머니 잊어 버리고 말았다

탱자나무 울타리 아래는 약간의 여유가 있어 고양이, 족제비, 작은개 들은 쉽게 왕래하였고 담과는 달리 소리 전달은 쉬워 옆집 할아버지 기침소리도 들리고, 늦은 가을 탱자잎이 우수수 떨어진 뒤에는 옆집 부엌 뒷문을 열어 놓고 영숙이가 아궁이 불을 때고 있는 것도 눈치챌 수 있었다
우리 동네 장터길 옆 탱자나무 안에 도진엄마가 마늘밭 호미질하는 날에는 지나 다니는 동네 사람 모두들 탱자나무 사이로 인사를 하곤 했으니까

탱자나무 잎이 무성하여도 여름날 우리 옆집의 뒷편 화단 앵두나무에 앵두가 탐스럽게 많이 열린 것은 다 보여서 지나 가면서 그저 군침만 삼키다가 어느 날 탱자 가시를 제끼고 손을 쑥 뻗어 몇개를 따다가 입에 넣었었는데 달콤한 앵두가 입속에서 살살 녹았다

탱자나무와 함께 나도 자라서 어느새 내 손자락이 길게 뻗어 앵두나무에 까지 닿을 수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탱자나무는 매년 자라므로 2년쯤에 한번 쯤은 잘라 주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으면 탱자나무길 건너편이 꼬랑으로 제한되는 작은 길은 점점 좁아져 다니기가 힘들어 지고 양쪽이 다 탱자나무로 된 길은 겹으로 더 좁아 졌었다

우리 집은 조금 낮은 높이로 탱자나무 주로 크는 윗 부위를 주기적으로 잘라서 햇볕에 말렸다가 아궁이에 태워 밥을 지었다

어릴때 다니던 초등학교는 울타리에 탱자나무가 주욱 둘러져 있었고 사이 빈 개구멍이 될 만한 곳은 가시철사로 전부 막아서 뒷쪽에서 다니는 친구들도 정문으로 돌아 다니게 했었는데 얼마 전 가서 보니 탱자나무는 모두 없어지고 가시없는 작은 나무들이 심어져 있어 얼마든지 넘어 다닐 수 있었다

지금 농촌을 둘러봐도 탱자나무를 찾아 보기가 어려운데 고향을 떠나 사는 동안 탱자나무는 베어지고 슬금슬금 없어져 버린 것이다
왜 그렇게 다 베어 버리고 사라졌는지 관리하기가 귀찮아서 인지, 가시가 있어 찔리는 것이 무서웠는지 그저 상상만 할 뿐이며 아마 조금 귀찮다고 생각하면 탱자나무를 눈엣가시로 보일 수 있을것이다

탱자 따느라 탱자 가시에 찔려 곪아서 누나가 바늘로 따 준적이 있었는데 어릴적 탱자 가시에 찔려보지 못하고, 탱자를 따보지도 않고 탱자맛을 보지 못한 사람은 시골에 살아도 시골사람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자연의 일부분으로 조용히 한쪽 자리를 차지하던 탱자나무는 단순히 울타리였지만 그런 탱자나무는 어렸을 때 우리들의 추억에 상당 부분을 차지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나 이제 거의 다 사라져 버렸으니 그저 씁쓸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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