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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용으로 추억여행

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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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웃음
댓글 0건 조회 1,177회 작성일 23-07-15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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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우리 동네에는 토종 물까치가 많이 살고 있는데 늘상 볼수 있는 까치와 다르게 그 모습을 보기가 매우 힘들다

나무 속에서 찌익 ㅡ 찌익 ㅡ  약간 구슬을 입안에서 돌리는 듯한 소리를 내며 까치보다 조금 더 이쁜 것 같긴 한데 그 모습을 한번 보고 싶어도 좀처럼 드러내지 않으며 집을 어디에 짓는 지, 수줍움을 많이 타서 인지 매 같은 큰 새에게 잡히지 않으려 해서 인지도 모른다

우리 어릴 때 그와 다르게 주위에서 늘 볼수 있던 제비는 하늘에서 날쌔게 날았으나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가까이 하여 시골에 살던 사람들은 다들 기억하고 있을 것으로 그 때를 다시 한번 회상하여 본다

어느날 우리집 빨랫줄에 앉아있는 제비를 보았다
봄이 가고 여름이 가까 올 무렵 작년 가을 먼 하늘 남쪽 나라로 날라가서 한동안 볼수 없어 궁금했었는데 어김없이 올해도 다시 찾아 온 제비를 보니 내심 반가왔다

제비는 줄에 조용히 앉아 있다가 우리를 보고 지지배배 지저겼고 근방 하늘에 다른 한마리가 날라 다니는 것도 볼수 있었다

참새보다 조금 길고 날렵하게  생긴 제비는 약간 반사되는 듯한 진한 검은색 날개와 몸체를 하고 부리 아래 목덜미는 밝은 밤색 복실한 털, 아래 몸통에는 하얀 털이 나 있으며 꼬리는 둘로 갈라져 있어 하늘을 빠르게 자유 자재로 날수 있단다

다음날 처마 부위에 제비 두마리가 날라 와 부근에 있는 못과 중간 가로지른 나무 위에 앉아서 지저귀더니 마루 위를 날라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작년에 만들어 살다 간 제비집이 작은방 쪽 문앞에 아직 그대로 있는데 그쪽에는 거들 떠 보지 않는다

어느날 방문 바로 앞 처마에 날라 와 집을 짓기 시작한다
처마 아래 가로지른 보의 수직 부위를 발톱으로 부여 잡고 부리로 물고 온 진흙 더미를 잘 붙으라고 조근조근 쪼으듯이 벽에 붙히고 있었다

얼마 높지 않은 처마에다 제비가 집을 짓고 있는데 키가 큰 아버지가 방문을 열고 나가면 제비는 위협으로 느낄 수 있을 터이나 방문 바로 앞에 짓고 있으면서 전혀 겁을 내지도 않고 다시 또 날라와 작은 흙더미를 계속 벽에 붙히고 있었다

짚눌 아래 놓인 작은 지푸리기를 입에 물고 와서 텃밭 우물가 물 내려 가는 도랑 옆에 앉아서 제비가 묽은 흙을 부리로 떠서 짓이기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날라 와 처마 밑에 작은 그 더미를 주둥이로 조근조근 붙히고 있는데 침을 내서 바르는 것 같기도 하고 두마리가 부지런하게 들락날락 하는데 조금 있으니 그 자리에 제비집 형태가 조금씩 되어가고 있다

제비 부부가 열심으로 작은 덩어리를 물어 날라서 조금씩 맨 벽에 붙히고 있는데 학교에 갔다 오면 그 집이 쑥쑥 커져 있는 것을 보았다

며칠 후 이미 있던 다른 집과 비슷하게 완성 되는 것 같았고 지푸라기와 검불 만 물고 오는 것도 보았다

그러더니 별안간 조용해졌다
알고 보니 한마리가 둥지 안에 들어가 꼼짝 않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미 알을 낳아서 품고 있는 것 이다

그러려니 하고 지나 다니다 보니 나중에 그 자리에 품고 있던 제비는 안보이고 그 속에서 찌익 찌익하는 소리가 들렸다
제비 새끼가 알에서 부화한 것이다

조금 멀리서 들여다 보니 털이 듬성듬성 제대로 마르지도 않은 어리디 어린 불쌍하게 보이는 작은 새끼들이었다
이후 아직 눈을 뜨지도 못하여 볼 수도 없는 새끼가 마루에 있던 내가 움직이며 작은 소리를 낼 때마다 제 부모가 먹이 가지고 온줄로 알고 나를 향하여 쩨쩨쩨쩨 ㅡ 머리를 치켜 들고 입을 크게 벌리며 먹이를 달라고 조르는 것 아닌가 !
그 뒤로는 마루에 나갈 때는 새끼 제비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가급적 발 뒷굼치를 들고 조용히 다녔다

제비는 다섯 형제였다
어미 제비가 먹이를 물고 오면 다섯 마리 모두가 경쟁하며 서로 먼저 달라고 쩨쩨쩨쩨 소리를 지르며 조르는 입이 어찌나 큰지 머리는 안 보이고 벌린 노란 입 모습만 보였다
어른 제비는 바깥에서 날라 와 그 중 하나를 골라 벌어진 입 안에 살짝 먹이를 넣어 주고 잠깐 머물다가 다시 하늘 속으로 날라갔다

제비들은 빠르게 종횡무진 이리저리 휘젖고 날아 다니면서 모기, 송충이, 애벌레 등 각종 벌레를 잡아 입에 물고 와서 커다랗게 벌리며 조르는 새끼 제비입 중 하나에 넣어 주는 것을 매일 볼수 있었다
그중에 입안에 아직 먹으면서 천천히 삼키며 들어가고 있는 꽤 큰 잠자리 날개 모습도 볼수 있었다

바람 불고 비가 많이 오는 날에도 어떻게 벌레를 잡아 오는지 매일 부지런하게 먹이를 물어다 멕여서 새끼 제비들은 무럭무럭 컸으며 이제 검정 제비옷을 입고 다섯 마리가 나란히 사이좋게 제비집에 앉아 있다

부모 제비는 먹이를 물어 오고 집을 돌보며 보금자리 안에 새끼가 싸놓은 하얀 똥을 입에 물고 버리러 바깥으로 날라 갔다

마루에 앉아 제비집 문턱에 예쁘게 나란히 앉아있는 제비를 보고 있노라면 재밌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여 만져 보고 싶지만 그저 참을수 밖에 . .
다섯마리가 사이 좋게 나란히 앉아 번갈아 제비의 쬐그만 눈으로 인간인 나를 바로 빤히 멀뚱멀뚱 쳐다 보고 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태연하고 겁이나 두려움이 전혀 없는 듯  참 귀여웠다

사이 좋게 앉아 있다가도 부모가 날라 오면 '저요 !  저 먼저 주세요' 하며 일제히 소리를 지르며 먹이를 먼저 달라고 목청을 높혔고 그런 모습을 매일 방문만 열면 볼수 있으며 서로 입벌리고 경쟁하는 그런 모습이 재미 있어 한참 보고 있었는데 조용하게 나란히 앉아 있다가 한놈이 즈네집 문턱 위에서 천천히 몸을 뒤로 틀면서 하얀 아랫배 꽁무니를 집 밖으로 내밀더니 바깥으로 똥을 싸는 것 아닌가 !
그 똥은 바로 아래에 있는 우리집 마루 위로 떨어졌다

마루에서는 그 뒤로 제비똥을 밟지 않도록 조심하지 않으면 안되었고 가끔 암닭이 마루에 올라 와 싸놓는 냄새가 많이 나는 달기똥과 비슷하긴 했으나 작았고 제비 똥은 흰색이었다

그러기에 어느 집은 그런 것이 싫어서 제비가 집을 짓기 시작하면 짓는 데로 그 집을 부숴 버리는 곳도 있었지만 어떤 집은 제비집 아래에 판자대기로 받쳐 주는 곳도 있었다

이제 제비도 완연히 커서 다섯 마리가 사는 제비집이 좁아지고 앉아서 다닥다닥 붙어 있는데 그 사이에서도 밀치며 슬슬 날개를 펼쳐 보고 있는 놈도 있었다
서로 밀쳐서인지 그러다 마루에 떨어진 제비도 보았고 집어서 다시 제비집에 넣어 주었다

어느날, 새끼 제비가 집에서 나와 벽에 밖아 놓은 못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이제 제법 커서 뒤로 돌아 서서 집 문턱을 꼭잡고 떨어질 듯 하면서 날개를 펄럭 거리며 연습하더니 드디어 바깥 새로운 세상으로 나온 것이다
그리고 근방에 어른 제비들은 왔다 갔다 하며 잭잭 거리기만 했다

한마리가 시작하니 다른 놈도 따라서 하기 시작하고 어설픈 날갯짓을 하며 나는 것이 위태 위태하게도 보였고 날다가 마당에 떨어지기도 하였으나 잠깐 후 다시 날았다
어떤 놈은 나는 것이 서툴러서 뒤엄자리나 닭장 지붕 위에 불시착하기도 하고 그러면 잠시 쉬어가는 등 어린 제비들의 차례 차례 시험 비행은 그것을 구경하고 있는 나로서는 그렇다고 도와 줄 수도 없어 애간장만 타 들어간다
얼마 후 다들 어렵게 연습을 잘하여 드디어 날기에 성공한 뒤 제비 식구들은 빨랫줄에 다섯마리가 모두 나란히 앉았고 한쪽에는 어른 제비 두마리도 앉아 있었다

이제 가을 되어 콩밭에 심은 수수도 점점 알이 짙은 색으로 익어 가는 계절이 되고 있는데 제비 식구들은 한동안 우리집 주위에 날라서 왔다 갔다 하였고 자기들이 살던 흙으로 만든 보금자리로는 들어 가지 않았고 근방만 왔다 갔다 하였다

스산한 가을 바람이 슬슬 부는 하늘이 어느 맑은 날 제비들이 빨랫줄에 모두 모여 지지배배 한참을 떠들면서 놀더니 한 마리가 하늘로 치솟았는데 모두들 따라서 먼 하늘로 사라졌는데 그게 마지막인 줄 몰랐다
겨울나러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가버린 것이다

그 뒤로 한동안 제비가 날라와 지저귀며 부산하던 우리집 마루는 조용해지고 처마에는 그들이 살다 간 흙으로 차곡 차곡 물어 와 쌓아 만든 제비집 두채만 덩그라니 썰렁하게 남아 있다

제비는 나무 위에나 인적이 드문 곳에는 집을 짓지 않고 뱀같은 짐승을 피하기 위하여 일부러 사람들의 보호를 받기 위해 찾아 오는 것으로 생각되며 시골 사람들은 모두들 제비를 좋아했고 해를 끼치지 않았었다

그에 비하여 주위에 늘 있으면서 재빠르며 한시도 몸을 가만 두지 않고 떼지어 놀면서 정이 잘 가지 않는 참새는 잡기 위하여 총으로 쏘고 그물망을 세워 잡으려 했고, 허수아비를 세우며 훠어이 내쫒았는데 나도 마당에 모이와 소쿠리를 괴어 놓고 줄을 이어서 방에 숨어 잡으려는 시도까지 했었다

그러나 제비는 일부러 사람들 옆으로 찾아 오면서 가까이 하고 시골 사람들과는 친하게 되고 익숙하여 흥부 놀부 전설도 생기고, 제비족, 제비꽃 말도 생긴 것 처럼 보인다

이제는 시골에서도 거의 찾아 보기 힘든 그 많았던 제비와 참새는 세월의 흐름과 함께 그저 흘러가 버렸으며 다만 우리 세대까지의 생생한 추억으로만 남아 있는것 같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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