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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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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웃음
댓글 0건 조회 2,055회 작성일 21-12-23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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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우리
 
동지를 지나 금방 어두워지는 겨울 밤, 저녁밥을 먹었지만 캄캄하고 강추위에 바깥에 나갈 엄두를 못내면서 낮에 구슬치기로 딴 구슬 알을 세어보고 잃은 꼬페를 보충하려고 다쓴 공책을 뜯어 다시 만들어 놓고 그냥 옷을 껴입은 채 이불속에서 아랫묵의 따뜻따뜻함을 즐기던 시기였다
긴 밤, 답답하고 심심하여 뭐 재미있는 일 없을까 생각하고 있을 때 동네 아이들이 밖으로 나와 동네 앞 논바닥으로 하나, 둘 모여 들었다

농사를 다 짓고나서 비어있는 마른 논에서 누군가 망우리를 시작하였고 둥그렇게 돌리고 있는 망우리 불빛이 마루에서 탱자나무 울타리 너머로 보였다
나도 미리 만들어 마루밑 한쪽에 보관하던 망우리 깡통을 가지고 동생과 같이 합류하였다
깡통을 줏어다가 몸통에 못으로 구멍을 송송 뚫고 철삿줄을 매달아 망우리 할 통을 미리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벌써 동네 친구들은 불이 붙어 환한 망우리 통을 돌리고 있었다
동생과 함께 잔 나뭇가지를 통 안에 넣고 벌건 나무숯을 불씨로 얻어 와 불을 지폈다
망우리 통을 힘껏 돌려 보는데 왠일인지 연기만 조금 날 뿐 불꽃이 살아나지 않아 속상하여 다시 더 빨리 힘있게 돌려 보지만 불꽃이 조금 살아날듯 하다가도 애를 먹이며 꺼져 버리는 것이다 !
방법을 바꿔 이제 솔가리와 함께 종이를 몽땅 꾸기꾸기 집어넣고 한참을 돌리니 그제서야 불이 붙기 시작한다

망우리야 ~ !

활활 잘 붙은 망우리 통을 동생과 사이좋게 교대로 돌리면서 신나게 외쳤다
통을 빙빙 돌리면 송송 뚤어진 구멍으로 공기가 훨씬 많이 들어오며 망우리 통에 있는 불꽃이 더 활활 타올라 캄캄한 곳을 밝히며 사람 키 두배의 큰 원을 그렸다
내 망우리 불이 환하게 붙어서 통을 따라 불꼬리를 길게 휘날리며 빛을 발하는데 그 빛에 함께 놀고있는 친구들의 볼그작작하며 빙그레 웃고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것도 잠시 망우리 불이 오래가지 못하고 사그라 드는 것이 통 안에 있던 나뭇가지가 다 타버려 땔감 나무를 다시 찾으러 다녀야 했다
 
동네 형 하나가 논 어덕아래 오목한 곳에다 근처 논에 쌓아놓은 짚 다발을 가져다가 불을 피웠다
순식간에 훨훨 타오르는 지푸라기의 따뜻한 불에 우리들은 온몸을 쪼이며 앞쪽이 뜨근뜨근 너무 뜨거워지면 뒷쪽으로 돌아서서 교대로 불을 쬐었다
얼어있는 손 바닥도 녹이려고 불을 쏘이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 있던 동네 형이 데굴데굴 땅바닥에 둥글기 시작 하는게 아닌가 !
서서 모닥불을 쬐며 친구들하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하다가 한눈 팔며 불 주위에 너무 가까이 있었던 탓에 바지가랭이가 그만 불이 홀라당 옮겨 붙어 버린 것이다

망우리 깡통에다 초기에 불 붙이기를 여러번 실패 했었는데 좋은 방법을 알아냈다
얼기설기한 솔방울로 불을 붙이면 잘 붙고 불쏘시게 역활로 안성마춤이었다
솔방울 불은 그렇게 오래 가지는 못하였지만 우리는 그뒤로 망우리 하려면 앞산 소나무 아래로 솔방울을 찾으러 다녔다

망우리야 ~ !
외치며 돌리는 깡통에 불이 활활 잘 타오르면 신바람에 더 큰 소리로 외쳤었다
지금도 '망우리야' 라는 뜻을 모른다
아마 가요중에있는 '불놀이야 ~ ♬' 하고 부르는 것과 같은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누군가 불이 붙어있는 망우리 통을 하늘 높이 던졌고 불 붙은 통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 가는데 환한 불과 함께 불꼬리와 빛가루의 재들이 떨어지는 모습이 정말 멋 있었다
요즘 밤 하늘에 폭죽 터뜨리는 모습과 같다고나 할까 !
망우리 놀이하는 곳은 동네에서 조금 떨어졌기 때문에 불이 붙어있는 통을 던져도 불낼 염려가 없었으며 밤에는 불기가 조금 있어도 잘 보이기 때문에 불날 걱정을 하지 않았다

어젯밤에 신나게 놀았지만 그 재미를 잊지 못하여 다음 날 낮에도 그 자리에 나와 또 망우리 돌리기를 하였다
또한 통에 불이 붙은 상태로 논둑에 있는 쥐구멍에 불을 놓으면서 논둑 잔디들을 태웠다
쥐구멍 아랫쪽에 지푸락으로 불을 놓고 연기를 피우면 윗쪽에 있는 구멍으로 연기가 나온다
때로 쥐구멍을 파면 쥐들이 겨울을 나려고 숨겨놓은 나락 이삭이 한 웅큼씩 나오기도 했다
벼를 모두 베어낸 논에서 쥐들이 이삭줍기를 한것 같다

낮에 논둑을 태우면 불이 붙어서 타는 모습이 태양의 밝은 빛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다
잔디풀이 소리없이 연기도 없이 사그락 사그락 타들어 가서 밭가의 탱자나무 아래에 있는 덤불로 옮겨 붙는 것도 보았다

해마다 어릴때 망우리 놀이를 했는데 이는 우리나라 전통놀이의 쥐불놀이로 알려져 있다
아마 논둑에 구멍을 내고 살고있는 쥐나 풀에 사는 겨울나기 곤충을 태워 없애려고 불통을 들고 다니다가 유래된 풍습 같기도 하다

문헌에 의하면 쥐불놀이는 '정월 대보름날 나무나 짚으로 만든 달집에 불이 붙는 것을 신호로 논둑과 밭둑에 불을 놓는데 정월 첫 번째 쥐날인 상자일(上子日)이나 음력 정월 열나흗날 또는 대보름날 저녁 농가에서 쥐불을 놓는다'로 나와 있다

망우리는 주로 한 겨울 산천이 꽁꽁 얼어붙은 시골 농촌에서 추위로 집안에 갇혀 있던 아이들이 오늘날과 같이 TV 나 장난감 등 재밌거리가 없었을 때 일정기간 동안 하는 놀이였었다
엄동설한에서도 집 밖으로 나와 비교적 자유로운 곳에서 잔 나무가지에 새로 불을 붙여 보기도 하고, 재만 남고 꺼져가는 작은 불씨를 간신히 살리기도 하고, 종이나 솔가지로 불을 다른 곳으로 옮겨 붙이기도 하였다

점점 불이 붙어 커지고 타오르는 것을 좋아했던 놀이다
불장난을 하면서 어떤 나무는 잘 타고 어떤 것은 아무리 하여도 타지 않다가 나중에 활활 타 올라가는 것을 보며 환희를 느낄 수 있었고 또한 불을 끄기 위하여 솔가지로 마구 두드리거나 발로 밟고 짓이기기도 하는 등 불에 관한 자연적인 현상을 보면서 체험할 수 있는 주로 남자애들의 불장난 놀이였다고 생각한다

요즘에는 소방서에서 불 낸다고 절대 못하게 말릴 것이다.

망우리 놀이는 시골 농촌에서의 우리들만 즐기는 놀이였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도시 옛 서울 중랑천 뚝방에서도, 강원도의 마을 가까운 밭, 산 위에서도 그런 불놀이를 했었다니 . .  위험하게시리 . .

지금은 세상이 변하여 망우리 같은 불놀이는 우리들의 어렸을 때의 아스라한 추억으로만 남아 있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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