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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화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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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웃음
댓글 0건 조회 2,376회 작성일 21-10-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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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 화단
안양천변길을 걸으면서 풀숲에 피어있는 보라색 나팔꽃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어릴적 시골 화단에 피어있던 나팔꽃 그리고 채송화 백일홍 등등 . . 그 시절 추억에 빠져 들어가 본다

나팔 모양 같아서 나팔꽃이라고 한 것 같은데 그 옛날 우리집 화단가에도 빨간 나팔꽃이 줄을 타고 올라 가며 화사하게 피었었다
나팔꽃은 날마다 피고 졌는데 꽃이 한꺼번에 필때면 나팔꽃들이 훨씬 더 빠알갛게 멋이 있었다
검정색 작은 알갱이 나팔꽃씨는 해마다 잘 거두워 장농 설합에 보관해두곤 했다

마당 앞 화단은 작은 돌로 경계지어 제일 앞쪽에는 잘잘한 줄기와 잎으로 된 채송화가 자리를 잡았었다
작지만 꽃은 커서 한송이만 피어도 눈에 확 뜨이는데 한창때 여러개가 한꺼번에 피어대는 빨강 노랑 보라색 채송화 꽃을 볼때면 화단 앞부분에 불이 붙은듯이 그 요란함이 대단했었다
깨알보다 더 적은 채송화씨는 잘못 터트리면 손톱으로 줍기도 힘들었었지만 . .

그 뒤에 있는 빨갛고, 하얀색의 수수한 봉숭아 꽃은 위로 올라가며 계속 피었었다
빨강 봉숭아 꽃이 진하게 피면 누나는 꽃잎을 콩콩 짓이겨 내 손톱 위에 올려 칭칭 싸매 주고는 기다리라고 했다
반나절 쯤 되었을까 들뜬 마음에 풀어보면 고운색 물감의 붉은 빛으로 칠한듯 내 손톱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학교에 가면 친구들은 빨갛게 물든 내 손톱을 보며 내심 그렇게 해 줄 수 있는 누나가 없음이 아쉽기도 하고 부러워하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 본다 ㅎㅎ

봉숭아는 열매가 맺히면 씨를 받는데 아주 조심스럽게 하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일쑤였다
봉숭아 씨 주머니에 대해서는 시골에서 자란 우리 친구들 이라면 누구나 다 잘 알고 있지 않을까 싶다
씨주머니가 잘 까지지 않는 것은 아직 씨가 익지 않아 따봐야 소용 없으니 잘 골라야 했다
무르익은 씨주머니는 봉숭아 나무에서 저절로 툭 터지는데 씨주머니가 갈라지면서 씨알이 제각각 흩어지고 도망쳐 버린다
적당히 잘 익은 것을 따서 손바닥에 올려놓고 슬쩍 건들기만해도 씨주머니가 갈라지는데 껍질이 제각각 살포시 오무라지면서 작은 씨를 슬그머니 손바닥에 내 뱉아 놓았다
그렇듯 사알짝 일그러지며 손바닥에 씨를 뱉어놓는 모습과 순간들이 어린 우리들에게는 무척 재미 있었지 . .

백일홍은 둥그런 꽃 모양으로 100일동안 오래 피는데 처음에는 그저 순진하게 예쁜 빨간 꽃이었고 조금 있으면 가운데 원이 커지며 작은 해바라기 같이 되다가 가운데 봉우리가 점점 불룩하게 되고 그 위에 나비들과 벌이 앉았었다
그 옆에 자리잡고 있었던 분꽃도 파란 잎파리 사이로 소박하지만 나름 독특한 빛깔의 작고도 길죽한 꽃으로 예쁘게 피었다
맨드라미 꽃들은 마치 성난 숯닭들의 빨간 벼슬 모습이 연상되듯 붉고 분홍 빛깔로 우뚝 솟아있어 뽐내는듯 하였다

한쪽에 자리잡고 있던 풍성한 잎파리 속에 피는 다알리아 꽃도 참 예뻤다
한 무리의 무성한 잎들 속에서 꽃대가 올라와 피기 시작하면 꽃중의 꽃답게 현혹되며 눈을 사로 잡았었다
다알리아 꽃을 보면 꽃의 자연스런 아룸다움을 말이나 글로서 다 표현할 수 없으리라 생각된다
나폴레옹의 황후 조세핀이 넓은 정원에 심어 놓고서 혼자서만 감상하였다고 하며 심지어 뿌리를 몰래 빼돌린 시녀와, 귀족을 쫒아내고 귀향 보냈다는 얘기도 전해 내려오고 있다
가끔 밤 하늘을 수 놓듯 여러 색깔의 폭죽이 터지는 광경을 보면 꼭 다알리아의 예쁜 꽃 잎파리를 공중에서 산산히 흩뿌려 날리는 것처럼 상상 되었다

조용하게 피어나는 노오란 달맞이 꽃은 무슨 사연으로 밤에만 피어 자태를 뽐내고 있었을까?
화려한듯 순수한 빛깔의 노란 달맞이 꽃을 노래하는 맹인가수 이용복의 키타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가요의 가사들이 아직도 마음 한자락을 흔들어 놓기도 한다

오랫동안 잎줄기로 올라오던 대 끝에서 밤사이 하얀 백합꽃이 활짝 피면 어느 화려한 색보다 더욱 눈에 띄어 화단 앞에서 숙연한 자세로 꽃을 한참동안 바라 보았었다
하얀 백합꽃의 고고하고도 정숙한 느낌이 마치 백의 민족의 옷를 입은 듯한 옛 여인의 자태를 엿 볼수 있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듯 싶다
백합은 점이 박혀 있으면서 황색, 분홍색, 주황색으로 피는 나리와 같은 종류이며 꽃말은 '순결', 영어는 'Lily', 한자어는 '百合', 순 우리말로는 '나리'라고 한단다

화단 한가운데쯤 심어져 있었던 홍초는 잎사귀가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하면 언제쯤 꽃이 피나 조바심내며 궁금해 했었던 기억도 난다
홍초를 칸나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커다랗고 예쁜 초록빛 잎 사이에서 꽃대가 올라오면 크고 아름다운 꽃을 피울 것이라고 예상했었고 꽃대가 솟아올라 핀 꽃은 역시 기대만큼 빨간 색 꽃들이 알록달록 피었었다

화단 뒤쪽에 담을 향하여 줄을 잡고 올라가던 덩쿨에 매달린 여주(여자)의 파랗고 노란 열매가 귀하게 보였었다
마치 왕자님의 보석 주머니가 모나지 않은 다이아몬드로 치장한 듯 맺혀 있다
고운 빛으로 노랗게 익은 여주열매가 사알짝 벌어지는데 속에  탐스렇고 달콤할 것 같은 빨간씨가 살짝 엿보이면 슬쩍 하나를 따다가 맛을 보았다
그러나 그 맛은 기대와 전혀 달라 실망이 컸었다

꽃에 대한 추억을 심어주던 그 자리에 아버지가 닭장을 짓는 바람에 화단은 그만 사라져 버렸다 

그래도 장독대 입구 바닥 돌 틈사이에서는 화투짝에 있는 난초로만 알았던 붓꽃들이 많이 피었다
납작한 잎들 속에서 둥근 대가 올라와 자유롭게 벌어지면서 피어 난 꽃 모습이 고급 난화분에 있는 난꽃 같았지만 붓꽃이  크고 보기좋게 확대한 모습으로 더 예뻤었던 것 같다

부엌 옆 마당가에도 채송화가 자생하고 번식하여 빨간 꽃들이 햇볕을 받아 빛났었다
그것들을 잘라 그 근방에 옮겨심어 퍼트리고 예뻐하며 작은 채송화들를 무척 좋아 했었지 . . 
어느 여름날 뒤엄자리옆 울타리 밑에 봉숭아 한그루가 저절로 자라 홀로 서있었고 크면서 빨갛고 볼그작작한 꽃을 마구 피워 시선을 끌었었는데 그 모습을 보면 "울밑에 선 봉선화야 ~ ~ ♬" 하고 부르던 유명한 노래가 생각 나기도 했었다   
 
지금 쯤 시골 우리집의 우물로 향하는 길목에는 키가 큰 코스모스 꽃들이 바람에 한들 한들 거리며 가을을 마음껏 재촉하고 있을 것 같은 추억속에 깊게 빠져 본다
백일홍 분홍꽃 옆에 피던 맨드라미 피고지고 몇몇해가 되었는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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