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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용으로 추억여행

설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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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277회 작성일 21-02-1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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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 ♬

어린 시절의 설날은 설레이며 손꼽아 기다리던 날 이었다
설은 한해 농사를 마무리한 농촌에서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부모님께 세배 드리고 조상을 기리면서 화목한 가운데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을 수 있는 날 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 . . 
그러기 위해 어렵고 힘들었던 일을 해내면서 살아 왔던 것이 아니었던가 !

설 며칠 전부터 집집마다 쿵더-쿵 떡방아 소리와 함께 전 부치는 냄새가 흘러 나오고 신작로 가게들에는 물건사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이발소도 설 전날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으며 한참을 기다렸다가 머리를 깍을 수 있었고 집에 와서 목욕도 하였다
한복은 아니었지만 새옷을 입기 전 몸과 마음을 단정히 준비하기 위해서이다

설날이 되면 떡국을 먹고 그리고 우리들은 한살을 더 먹었다
한살을 더 먹는다는 것이 그때는 왜 그렇게 신나는 일이었는지 모르겠다

설날 아침 일찍 아버지가 사가지고 온 때때옷을 입고 부모님께 세배를 드렸다
큰집에서 차례가 끝날 때를 맞추어 동생과 함께 큰집으로 가서 제일 어른이신 큰어머니와 사촌형님 부부한테 세배를 드렸다
그리고 나서 아버지가 알려 준대로 다른 친척들에게도 찾아가 세배를 드렸다
알고보니 우리 동네 근방 분들 중에 혼인관계로 사돈네 팔촌으로 연이 이어지는 꼬치가루가 조금 묻은 듯한 먼 친척들이 많았던 것 같다
또 한동네 이웃에 사시는 어른들도 찾아 뵙고 세배를 드렸다

다음날 좀 떨어져 사는 근방 친척들에게 버스를 타고서라도 설날을 기점으로 일부러 찾아 뵈었다
신석 남전리에 사는 고모 할머니는 항상 화사하게 웃는 얼굴로 우리를 맞아 주셨었다
세배를 드리면 반가워 했고 과일이나 설 쇠기 위하여 만든 떡을 내 놓기도 하셨다

비록 철없는 어린 나이였지만 찾아뵙고 세배를 드리는 것이 어른을 공경하면서 친척 및 이웃들과 맺어지는 끈이 되는 귀여운 전령사로서의 역할을 한 것 같다
설날 아니면 관계가 조금 먼 친척들은 평상시 찾아 뵐 명분이 없고 가까이 할 수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배를 다 드리고 난 후 동네에 나가보면 다들 예쁜 새옷을 입고 모여서 놀고 있었다
동네 집 마당에서는 벌써 여자애들이 널뛰기를 하고 있는데 치마자락을 한손으로 잡은채 펄썩거리며 쿵덕 쿵덕 둘이서 박자를 맞추어 잘도 뛰어 오른다
옆에서 한참 지켜 보고 있다가 나도 해보고 싶어 끼어 들었다

짚다발을 널판자 밑 가운데 받혀놓고 양쪽 널판 위를 교대로 펄쩍 펄쩍 뛰는데 상대방이 뛰어내려 널판에 발이 닫는 순간 튀어 올라야지 그렇지 못하면 엇박자가 나면서 어색하게 되어 몇번을 시도하다 나는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그런데도 두사람씩 장단을 척척 맞춰 탄력을 받으며 여자애들이 사뿐 사뿐 하늘 높히 잘도 나는 것이 참 신기하여 한참이나 바라 보았었다

우리들은 제기를 꺼내어 친구들과 함께 제기차기를 했다
오랫동안 누가 더 많이 찰 수 있는지 하나, 둘 세어가며 교대로 서로 시합을 했었다
자세를 바로 잡고나서 떨어지는 제기를 한쪽 발 옆굴탱이로 정확하게 맞춰 하늘로 띄우고 떨어지는 놈을 다시 차서 위로 올려야 했는데 쉽지는 않았지만 . .
어려운 제기차기는 가끔 제기가 발에 잘 맞아 줄 때도 있어 친구들과 기분좋게 놀았으며 그런만큼 재미있었다 

그리고 나서 연날리기를 했다
집에서 미리 대나무를 자르고 여러갈래로 납짝하고 가느다랗게 갈라서 창호지에 구부리고 붙혀만든 정성스럽게 준비한 수리미 연이었다
만들때 연 위아래 줄을 고정시키는 포인트나 연줄 묶는 중심을 적당하게 잘 잡을 수 있었고 꼬리를 적당히 붙여서 시험도 해 봤는데 여러번 만들어 봐서 연 만드는 것은 자신이 있었다

집 옆에 있는 중앙교회 앞이 따뜻하고 연이 걸릴만한 전봇대 전선줄이 없는 곳이어서 연을 날리기 장소로는 안성 맞춤이었다
때 마침 바람이 슬슬 불어와 내 연은 스므스하게 바람을 타고 하늘로 슬슬 올라갔다
공중에서 바람을 타고 왼쪽, 오른쪽으로 조금씩 왔다 갔다하는 연을 보면서 친구들 것과 비교해 보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탱탱하게 늘어져 있는 연실을 살살 당겼다가 살짝 놓으면 바람을 받아 팽팽하게 균형을 잡으며 이리저리로 움직이는 녀석을 손가락으로 살살 컨트롤하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 .

한참을 재미있게 날리고 있었는데 연줄이 '뚝'하고 그만 끊어져 버렸다
연은 하늘에서 뒤짚히고 꼬리와 서로 뒤엉켜 바람이 부는 대로 그냥 널러가 버리는데 그걸 쫓아서 열심히 달렸다
멀찌기 떨어진 앞산의 높은 소나무 가지 위에 걸려 있었고 도저히 그것을 끄집어 내릴 방법이 없어 그저 멍청하게 쳐다만 보다가 그만 돌아섰다

어느 바람이 몹시 부는 날 학교가는 길에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앞산을 바라 보는데 소나무에 걸려있던 내 연이 그 위에서 날고 있지 않는가 ! 
연실은 소나무 가지에 칭칭 감겨있는데 드센바람 결 때문인지 연과 꼬리가 풀어져서 곧바로 하늘에 날고 있었다
바람이 없는 날엔 내려 앉아 있다가 바람이 부는 날에만 소나무 가지 위에서 날고있는 연을 그 후에도 계속 학교에 갔다 오면서 볼 수 있었다

지금도 광수의 추억마을에 가보면 높은 소나무 가지 위에서 혼자서 날고있는 연을 볼 수 있고, 키 높은 포플라 나무 위에 걸린 개구장이들이 정성을 쏟아 만들었던 꿈의 잔해들이 실과 연꼬리만 길게 늘어뜨린 채 바람에 펄럭거리는 모습과 동네를 가로 지르는 하늘의 전선줄에 매달려서 가끔 바람이 불어 올때 '파르르' 울고있는 연을 볼 수 있을 것이다  ㅎㅎ

설 쇠고 얼마나 지났을까 옆 동네인 작은부대 쪽에서 웬 풍악소리가 들려왔다
달려가 보니 커다란 꽃이 달린 고깔모자에 색동무늬 농악대 옷으로 잘 차려입은 한무리가 집집마다 돌아 다니는데 동네 어린이들도 뒤를 따라 다닌다
농악대는 꽤갱깽깽 ~ 꽹가리 소리, 당다당다 ~ 장구 소리, 덩  덩 ~ 북소리, 지잉~ 지잉~ 길게 울리는 징소리와 함께  '삐리리 ~ ~ ♪' 울리는 태평소 소리가 참 멋이 있었다

동네 한바퀴를 돌던 중에 초교동창 근화네 아버지와 같은 걸출한 어른이 계시는 집이면 머물면서 한잔씩 걸치기도 하고 어떤 아저씨는 농악의 흥겨운 박자에 맞추어 더덩실 춤을 추기도 하였다
정월 대보름날이어서 한해 풍년을 기원하는 기념 행사를 동네 어른들이 치루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삐리리 ~ ~' 하는 멋있는 태평소 소리는 이후 다른 농악대에서 들어 본적이 없는 것 같다

보름날 밤에는 달이 보름달같이 둥그럽게 크고 휘엉청 밝았었는데 아이들은 그때 쯤이면 어김없이 근처 논가에 모여서 망우리불 돌리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예로부터 설은 음력 초하루이지만 설명절은 정월 대보름까지 이어지며 먼곳에 사는 친척은 보름까지 찾아가 세배를 드렸다고 한다

설날이 다가 왔지만 요즘에는 그 옛날의 설떡을 나눠주고 세배를 드리고 동네 아이들과 재밌게 놀던 시골에서의 정취를 찾아 볼 수가 없다
코로나의 준동 때문에 더욱 더 삭막해진 것 같기도 하다

눈 깜박할 사이에 우리들은 어느 듯 어른이 되어 이제는 아버지가 되고 할아버지가 되어 버리고 . .
할아버지, 아들, 손자가 예전처럼 한집에 함께 살지 않으니 그때처럼 밥상머리 교육도 할 수 없게 변해 버리고 . .

세배를 드렸던 나도 세배 드릴 부모님과 장인 장모님, 어른들이 계시지 않으니 세배를 받게 된 것이다
이제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에게 건내 줄 덕담과 함께 세뱃 돈이나마 두툼하게 준비해 놓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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