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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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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267회 작성일 20-12-30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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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과 새해를 맞이 할 즈음에는 어김없이 맹 추위와 함께 흰 눈이 휘날리며 장식되는 듯 합니다
올해도 변함없는 한파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지난 해를 보내고 또 새해를 맞이하며 속절없이 나이 한살만 더 먹는듯 . . 

밤 사이 내린 눈을 보며 눈이 오는 풍경은 도시와 농촌이 참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도시의 도로에 쌓인 눈은 화학물질을 뿌려 금방 녹혀버리며 아파트 길목에 쌓인 눈은 경비아저씨가 재빨리 훔쳐 버리려고 애를 씁니다
수많은 차에서 내뿜는 열기도 도시의 눈을 금방 녹여 버리기에 충분한 것 같습니다

밤새 눈이 내려 어두운 방에서 나오자마자 온 세상이 하애 부셔서 눈을 뜰 수가 없었답니다
마당에도 장독대에도 수북히 쌓이고 탱자나무 위에도 눈꽃이 포송포송하게, 저멀리 과수원과 철로넘어 황산쪽 먼산까지  . .
아름다운 한 폭의 멋진 풍경화가 펼쳐지고 사람들과 산, 나무, 그리고 논과 밭 우리집 초가지붕도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누구나 다 걸작을 만드는 화가가 되며 아름다운 시인이 되는 듯한 기분을 들게 했습니다
보고싶지 않은 더러운 세상의 모든 것들이 하얀 눈밑에 감추어 지는 하이얀 눈 나라 ! !

일찍 일어난 나는 아무도 지나간 적이 없는 길에 일부러 발자국을 만들어 발도장을 찍고 눈밭위에 큰 대자로 누워있는 사람 모습도 새겨 나만의 흔적을 남겨 봅니다

하이얀 눈위에 구두 발자국 ~ ♪
바둑이와 같이 간 구두 발자욱 ~ ♬

학교가는 길에 눈을 밟으면 '뽀드드 뽀드독' 나의 발자국 소리도 들을 수 있었지요
눈이 많이 내려 길 도랑 구분 안되면 먼저 간 발자국 구멍만 밟고 갔습니다
학교 운동장은 파도가 없는 고요하면서 하이얀 넓은 눈바다였습니다
교실 옆에서 친구들과 눈을 뭉쳐 눈 싸움을 하였습니다
눈덩어리로 눈탱이를 몇차례 맞았지만 그리 아프지 않았고 그냥 신나고 재미 있었습니다

손바닥에 눈을 쥐고 단단하게 만든 다음 눈 밭에 굴리면 굴릴수록 눈덩이가 점점 동그랗게 커져서 눈 사람이 되어 가고 눈, 코 귀를 만들어 온전한 사람을 만들어 봅니다
수업이 끝나고 오후에 다시 눈싸움을 했습니다
눈이 녹기 시작하면 습기가 생겨 뭉치면 단단해지고 눈싸움 할 때 이제 상황이 달라집니다
하교길에 눈보라가 몰아쳐 왔으나 그냥 온몸으로 맞았고 옷이나 머리에 쌓이면 그저 훌훌 털어 버립니다

살펴보면 집 주위 울타리와 밭은 물론 들과 산에 온통 소복하게 쌓인 하얀 눈으로 얼어붙은 가운데에서도 자연이 움직이는 것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탱자나무 밑에 밤 사이 쥐들의 발자국과 먹이를 찾는 참새들의 작은 발자국들, 그리고 족제비가 지나간 자국 들도 볼 수 있습니다
눈이 한뼘이나 쌓인 텃밭의 작은 봉우리진 곳에 눈을 긁어 나오는 지푸라기를 살짝 치우면 땅 속에 연초록 배추와 싱싱한 무우가 잘 놓여있어서 추운 겨울에도 우리들 식탁을 풍성하게 했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시골에 살던 우리에게는 하얀 눈과 함께 찾아오는 불편한 진실을 잘 알고 있었고 또 그 상황에 익숙합니다

눈길은 곧 밟혀져 단단해지고 이내 미끄러워집니다
경사길은 더욱 미끄러워 조심하지 않으면 엉덩방아를 찧기 일수였습니다
신작로에서 우리집으로 내려오는 길은 미글미끌한데 어른들은 안 넘어지려고 조심조심 엉금엉금 걸었었지만 우리들은 검정 고무신으로 그저 쭈~욱 쭉 미끄럼을 타고 놀았습니다.

눈은 양지에서 부터 녹고 그늘진 곳은 나중에, 산과 들 논밭은 천천히 녹았습니다
그래도 겨울 파란보리는 차거운 눈밑에서 견디며 자라고 있지만 . .
눈이 녹을때는 길이 질펀하다가 밤에 다시 얼어붙어 눈 물이 언 곳을 잘못 밟으면 넘어졌습니다
눈이 녹으면 진흙 길에서 고무신에 흙이 묻어 흙덩이가 점점 더 커지게 되니 길 한쪽에 서서 한손을 기대고 깨금발로 한쪽 신을 벗어 덕지덕지 엉겨 붙어 무거워진 신발의 흙을 탈탈 털어내며 신고 가곤했습니다

초가 지붕에 있던 눈이 녹기 시작하면 여러가지 크기의 아이스께끼가 처마에 열리기 시작합니다
그중 깨끗하고 큼지막한 고드름을 따다가 아자아작 씹어 먹습니다
그때는 그저 맛이 있었습니다

추운 겨울에는 방죽 얼음 위에도 눈이 쌓입니다
그러면 빙판 얼음 지치기가 조금 불편해집니다
눈이 오지않은 깡추위로 언 방죽은 반질반질하여 썰매타기 좋아 신나지만 눈이 내리면 녹다가 밤에 다시 얼어붙고 오돌토돌한 바닥이 되어서 다 녹고 다시 새로운 얼음이 얼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요즈음에는 어릴때처럼 산과 들이 눈세상으로 온통 덮힐 만큼 눈이 펑펑 내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눈이 많이 오면 그해에는 풍년이 든다고 했었지요
겨울이 지나가려면 아직 한참 남아 있으니 더 기다려 보아야 겠습니다

중학교에 갓 입학하여 눈이 퐁퐁 내리던 날 !
짖푸른 히말라야시다 긴 나뭇가지 위에 소복소복 눈이 쌓여 마치 여러개의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 사잇길을 걸어 가는듯한 자그마했던 우리들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이제는 우리들 머리에 하얀 눈(?)들이 휘끗 휘끗 장식되어가고 있습니다
온통 하얗게 덮여있는 친구도 있겠지만 듬성 듬성 흩날리다 한켠에만 자리잡은 친구들도 있을 것입니다
세월의 무게로부터 자유로워져 많은 추억들을 더듬어보는 2022년 첫 달입니다

Happy New Year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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