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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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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웃음
댓글 0건 조회 1,047회 작성일 23-10-08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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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 세상
요즘처럼 자연의 나무를 이용한 건물이나 제품을 찾아 보기 힘든 변화된 시대에 나무가 주요 역할을 담당하던 지금과 많이 다른 60년대 농촌을 생각해 본다

그때 우리가 살던 초가집 자체가 나무, 흙, 지푸락으로 모두 자연의 산물로 만든 것이었고 손잡이, 경첩, 못 등 일부 쇠로 만든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나무로서 지붕을 버티는 기둥, 대들보, 섯가래 그리고 문틀과 방문 등 주요 자재로 사용되었고, 일본식 집도 유리 창틀과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 까지 거의 모두가 나무로 되어 있었다
흙담집도 흙을 다지고 높히 쌓아서 집을 지었지만 벽을 제외하고 천정, 문틀 등은 나무로 되었었다

우리집도 방문을 열면 넓고 튼튼한 나무로 만든 마루가 있어 겨울에 밟으면 발바닥이 시리고 햇빛이 들면 조금 따뜻하지만 해가 처마에 알맞게 가리는 여름에는 마루에서 시원하게 점심을 먹곤했다
규모가 큰 집은 나무로 만든 시원하고 넓직한 대청마루도 있었고 작은 집에는 마루도 없이 안방문 앞이 토방으로 토방에 신발을 벗어 놓고 바로 방에 들어 가는 집도 있었는데 역시 잘 사는 집은 마루도 넓다랗고 매끄러웠다
시원한 나무 마루에 누워 낮잠을 자본 사람은 나무의 단단하면서도 약간의 탄력이 있는 감촉을 기억하리라 생각한다

부엌문을 나무 판자로 만들어 보통 양쪽으로 열고 닫을 수 있는 문이었고 대부분 부엌문은 쇠로 만든 경첩문이 아니어서 슬그머니 부엌문을 열어도 여는 소리가  '삐거덕' 났고 연기 빠져 나갈수 있게 틈이 많았다

우리 동네 신작로 길은 역 앞에서 초등학교까지 약 2km 거리가 대부분 가게를 열고 있거나 열 수있는 집 구조로 되어 길을 따라 주욱 지어져 있었고 그런 가게들을 점방이라 불렀다

그 점방문들은 모두 색칠하지 않은 나무 판자로 만들어졌고 비를 맞으며 오랜 바람과 습기에 시달려 나무 고유 색은 바래고 사라져서 거무튀튀한 색깔의 까칠한 나무결을 느낄수 있었으며 대부분 비슷한 색깔들이다

연 점방을 지나 가면서 한쪽에는 기대어 차곡차곡 쌓여진 점방문들을 볼수 있었다
늦은 저녁, 점방을 닫기 위하여 포개서 세워 쌓여있는 판자문을 하나씩 들어다가 한쪽부터 차례 차례 제자리에 들어 올려 나무 문틀 위의 홈에 끼우고 아래 나무 홈에 맞춰서 내려 놓아 닫곤 하였는데 아침에는 그 문을 다시 열어 한쪽에 다시 차곡차곡 쌓아 놓는 친구 어머니 모습을 가끔 볼수 있었다

신작로와 떨어진 다른 동네에서도 그런 점방문 집이 한둘 있었던 것 같다

장사를 하지 않는 곳은 재색으로 빛이 바랜 판자문 여러개를 모두 닫아 놓았는데 그 어두운 판자 색깔에 의해서 신작로의 그쪽 분위기를 칙칙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구루마 수리점이 점방문을 닫더니 비단집, 수예점이 문을 닫았는데 어느날 그려 고무신집도 닫혀 있어 비록 이용할 기회는 없을테지만 저 가게가 언제쯤 다시 열어 키 크고 머리가 약간 흰 할아버지 미소를 볼수 있을까 하고 지나가면서 닫힌 문을 보며 궁금했다

그러나 모르는 사이에 슬금 슬금 그런 곳이 더 생기고 나중에 아예 잊어 버리게 되었지만 모두 닫아져 있는 빛 바랜 가게문 앞을 지나 다니면서 무의식 중에 도 그 색깔로 인한 답답함을 느꼈다
그렇지만 점점 시들어 가고 있는 시골 신작로 모습은 이웃 도시의 발전의 영향과 점점 달라지는 세상 변화에 따른 것임을 그때는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으리라 생각한다

울타리로서 긴 나무 판자를 엮어 나란히 촘촘하게 세워 놓은 집도 여러 군데 있었다
신작로 보다 낮은 옴팍집은 판자 울타리로 지나 가면서 판자 틈 사이로 안채 마루에 술상이 차려진 모습을 슬쩍 내려다 볼수 있고, 신작로의 우리집 쪽 좁다란 골목길 여기저기에 그런 판자 울타리가 있어 지나 다니면서 어른 키 높이의 얇은 판자 사이 넘어서 가끔 가까이 들려오는 속닥 속닥 비밀스런 소리도 옅 들을 수 있었다

판자 울타리는 비 바람에 시달려 거무스레 또한 오래 되어 빛이 전부 바래 버렸는데 그런 퇴색한 나무빛 회색은 나무를 많이 이용하던 나무시대를 상징하는 빛깔이있다고 생각한다

그땐 나무로 사과 괘짝이나 생선 상자를 만들어 많이 이용하여 이제 막 나온 새로운 상자는 나무 결과 노오란 나무 고유 색깔 그대로 되어 있었는데 상자는 짐 자전거에 싫고 옮기기도 하고, 팔려고 가게에 진열하기도 했다
지금의 골판지로 만든 박스가 없던 시기로 과일박스나 상자는 모두 나무로 만든 제품이었고, 그 노란 빛깔은 새로 막 이엉한 초가집 지붕 색과 비슷하였으며 지붕도 조금 지나면 오래 사용한 생선 상자와 비슷한 색깔로 곧 변하였다

농촌에서 물건을 나르던 주요 수단이던 지게나 수레(구루마)도  나무로 만드는데 간단한 나무로 만든 지게는 사람이 어깨로 질 수있는 엄청난 무게에도 견뎌 냈고, 짐수레는 400kg 이 나가는 힘 좋은 소의 힘으로 쌀이나 벼 나르기, 논을 가는 쟁기에 이용하며 힘이 드는 일 대부분 담당했었다

길가에 하늘 높히 세워져 있던 전봇대도 그땐 모두 나무로 만든 것이었다

그외에 나무로 만들어 생활 가재도구로 이용하던 것을 찾아 본다
학교책상, 걸상, 교실 바닥, 유리창틀, 연필, 필통, 두부/사과상자, 나무궤, 하코짝, 장롱, 쌀뒤지, 싸립문, 절구통, 말, 되, 두레박, 홀테, 칼도마, 빨래판, (빨래, 다듬이돌, 절구)방망이, 삽/괭이/낫/호미 자루, 선반, 시렁, 찬장, 말뚝, 각목, 장작, 판자대기, 소여물통, 대소변물통, 작두, 쓰레받이, 관, 상여, 나막신, 가마니 짜는 기계, 방앗간 설비, 나룻배, 사다리, 판잣집 . .

철이나 플라스틱이 나오기 전 나무로 여러가지 형태로 다르게 만들어 오랜 역사를 이어 사용하여 온 것이다

그중 나무로 지은 옛 건물들이 아직도 건재하고 경복궁, 종묘 등이나 옛 사찰들이 많이 남아 있다
썩을 수 있는 나무로 만든 건물들은 몇 백년이 지났어도 아직도 건장하게 남아 있는데 비하여 지은지 40년도 안된 건물을 재건축하는 아파트와 비교되기도 한다

나무로 만들던 문틀과 창문 그리고 공원 벤치를 이제 모두 대체제로 만들고 있으며, 관광지의 오르는 계단, 접근하기 어려운 너른 습지 위 발판, 안내 길 등을 만들어 인간에게 편리한 세상을 만들어 주고 있다

그것들은 나무와 유사하여 나무 빛깔과 나무결도 있으며 주위 경관에 어울리게 잘 만들어져 있는데 이를 철거하는 경우 모두 폐기물 처리를 해야 한단다

내가 본 미국은 아직 전봇대에 나무를 사용하고 있어 나무를 베어서 세워야 하니까 자연을 훼손하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오히려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그들은 나중에 그것들을 철거할 때 장래에 일어날 일까지 미리 생각하는 것 같다
재목으로써 쓸만한 나무들이 턱없이 부족한 우리로써는 그저 씁쓸한 마음이 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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