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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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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웃음
댓글 0건 조회 1,208회 작성일 23-08-22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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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모임에서 옥수수 1 박스를 받았다
들고 오는데 무거웠던 박스를 집에서 열고 보니 잘 정리된 옥수수가 가득, 수염 빛깔도 거무스레하니 잘 익은 것 같다

그런 옥수수를 다듬고 먹으면서 어릴때 옥수수가 기억으로 소환된다

여름 아침이면 텃밭을 한바퀴 돌며 밭가에 듬성듬성 나 있는 옥수수를 살폈는데 달려있는 수술의 빛깔을 슬쩍 쳐다보는 것이다

크면서 살짝 비집고 나오는 옥수수 수술은 처음 연한 초록이던 것이 조금씩 길어지며 햇볕에 익어 밤색으로 변하고 점점 짙어 지는데 겹겹 껍데기로 둘러 쌓인 옥수수 알갱이도 안에서 함께 자라서 작고 무르던 것이 길어지며 커가고 단단해 진다
옥수수는 수염 색깔의 짙고 옅음에 비례하여 얼마나 익었느냐를 겉으로 알수 있게 알려 주었다

수술은 자라서 대부분 밤색으로 된것도 막 나오는 연푸른 빛 부위와 끝 부위 짙어져 검정이 되는 것을 잘 보고 구분하고 따야 했다

먹을만한게 별로 없던 시절, 옥수수 수염 색깔이 짙어지며 빨리 여물기를 돌면서 기다리고 있다가 그 색깔이 조금 짙어진다 싶으면 조급한 마음에 그만 일찍 따기도 했다
그런 옥수수는 익지 않아 알맹이가 자잘하고 물렁물렁하여 찌면 맛이 없는 맹맹하고 물컹물컹한 알갱이였으나 할 수 없이 그냥 씹어야 했다
조금 더 기다렸어야 했는데 . .

그때 단수수 색깔도 마찬가지로 밤색이었고 진하면 질수록 단맛이 진한 설탕 나무였는데 그 달달함 즐기다가 울타리처럼 우물가에 빙 둘러 심은 것이 다 베어지고 없어져 버리면 그때 쯤 옥수수대도 꺾어다가 단수수처럼 씹어 보기도 했다

어떤 날 옥수수 수염 옆에서 방죽에 사는 강구와 비슷한 둥구를 잡아서 주머니에 넣고 마루에서 가지고 놀았다
나중에 보니 둥구가 있던 수염 부근이 썪어 있어 못 먹거나 그 부분을 잘라내야 했다

열린 옥수수를 그냥 더 놔두면 껍데기가 누렇게 마르고 수술이 검정색으로 되면서 완전히 익게 되는데 따서 벗겨 보면 크고 누런 앞니를 연상케 하는 옥수수 알맹이가 가지런하게 나란히 들어 있었다
밥위에 찌면 알이 단단하고 이빨에 씹히면서 입 안에 담백하고 미묘한 옥수수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잘 익은 놈을 하나 골라서 마루 위 기둥에 그냥 매달아 놓고 그림의 떡, 자린 고비같이 옥수수를 매일 쳐다 보기만 했는데 이제 먹을 옥수수가 다 떨어져서 그놈도 쪄서 먹고 싶으나 다음 해 농사를 위하여 남겨 놓은 씨 옥수수란다
나중에는 바짝 말라 쪄서 먹을 수도 없게 단단해지고 포기할 수 밖에 . .

이번에 받은 옥수수 박스는 수염들이 고르게 밤색이 검정색으로 짙어진 25 개가 알맞게 익었고 껍데기 벗기고 남는 꽁지를 입으로 자를 때는 옥수수대의 단맛이 느껴졌다

좋아하는 옥수수를 익혀 냉장고에 보관하여 욕심많게 혼자만의 샛거리와 때로는 점심 대용으로 삼으련다

맛있는 옥수수를 한알, 두알씩 꼭꼭 깨물어 먹으면서 다 먹을 때까지 어릴 때 익기만 기다리고, 기다리던 옥수수를 이제 마음껏 먹을 수 있게 해주신 분, 옥수수 농사를 잘 지은 농부에게 감사하고 또한 옛날 옥수수 따던 일들을 떠 올리게 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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