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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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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웃음
댓글 0건 조회 1,154회 작성일 23-05-30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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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우산들고 빗속을 걸어 가는데 바닥이 고르지 않아 조금 빗물이 있어도 저리 피하고, 폴짝 뛰어 운동화가 젖을 새라 조심, 조심했다

새 운동화에 빗물이 들어 오고 양말도 조금 젖는것 같는데 장화가 필요한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장화 생각하다가 어렸을 때 고무신 생각이 났다

그 시절 검정 고무신을 신었었는데 고무신 한쪽이 찢어져 새신을 사 달라고 마구 졸랐지만 어머니는 비료푸대실로 고무신을 꿰메 주었고 학교 갈때 신고 다녔다

비가 내리는 날, 물 없는 곳만 골라서 미끄러지지 않게 가고 있는데 신발에 물이 조금 들어 오더니 조금 있다가 진흙이 옆으로 들어 오며 발가락 사이에서 꼬물꼬물 . .
발바닥도 미끌미끌 . .

좀 있다 발고락도 바깥으로 슬며시 머리를 내밀었지만 그래도 학교까지 조심 조심 . .
학교 지붕에서 홈통으로 내리치는 물에 발을 씻고 교실 앞에서 탈탈 털고 들어 갔다

양말은 어땠냐고 ?
양말같은 소리 마세요 !
그때는 겨울 추위가 아닌데 양말을 . .

친구가 신고 있는 연한 분홍색 장화가 굉장히 부러웠다
저런 것을 나도 한번 신어 보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었다

장화를 신으면 신작로의 구루마 발통 자국으로 움푹 파져 빗물 고여있는 곳에도 일부러 들어가서 첨벙 첨벙, 질펀하여 질턱발탁한 단팟죽 같은 길도 발로 휘젓으며, 미끄러운 길에도 천하무적처럼 폼 잡으며 갈수 있는데 까지 걸어 가보고 싶었다

그렇게 하여도 발에 물이 젖지 않고 바지 가랭이도 튀기는 흙이 묻지 않아 마르면 비벼서 털지 않아도 될 것이다

비 오는 날, 우산을 찾았는데 살이 하나가 없어지고 구멍 나 있는 콩기름 멕인 종이 우산이지만 할수 없이 들고 가면서 구멍의 빗물 떨어지는 곳을 피하고 한쪽으로 비스듬하게 우산 나무대을 잡았었다

별안간 비가 내리는 날이면 길을 가다가 흙담 처마 밑에 들어가 비를 피하였는데 담의 용마루 처마는 좁아서 서있으면 떨어지는 빗물이 코끝을 스치는데 코끝이 간질간질 . .
흙담 처마가 조금만 더 길었으면 . .

바람 세차게 불어 오고 비오는 날에는 책보를 가슴에 안고서 행여 책이 젖을세라 머리를 수그리고 가슴을 웅크리며 마냥 달음박질 쳤다

비가 주룩 주룩 내리는 날에는 연분홍 장화를 신고 큰 검정 우산을 받치면서 우산 위에 투두두둑 -  -  부딪치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면서 학교에 갈 수만 있다면 . .
그것은 시골 꼬맹이의 이루어질 수 없는 바램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 갑니다
파란우산, 검정우산, 찢어진 우산 -
좁다란 학교길에 우산 세개가 이마를 마주대며 걸어 갑니다

우산 세개 중에서 찢어진 우산으로 우산 살 하나가 부러지고 약간 삐툴해진 종이 우산이 아마 내 우산일 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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