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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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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웃음 작성일 22-05-28 18:32 조회 1,84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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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구마
삼식이 점심으로 군고구마가 나왔다
구수하고 달디 달며 쫀득쫀득한 군 고구마를 후후 불면서 "시장을 언제 다녀 왔다나?"물었다가 아 ! 엊그제 단체로 새만금 개발을 방문했다가 설명듣고 구경하고 선물을 받았던 그 고구마였음을 기억해냈다.

버스에서 전철역까지 전철도 중간에 갈아타고 또 버스타고 집까지 무거운 것을 들고 오느라 휴~ 내심 힘들었었던 기억이 새록 새록 . .
멀고 먼 귀가 길에 무게를 감안하면 사양하고도 싶었지만 그건 아닌것 같고 그렇다고 그냥 놓고 올 수 도 없고 ㅎㅎ
끙끙대며 현관을 들어서니 아내는 고구마를 어디서 가지고 왔느냐며 기뻐하고 좋아한다
그렇게 힘들었음도 어느듯 머얼~리 사라지고 엷는 웃음이 슬쩍 나온다.
먹을때마다 이렇게 달고도 입안에서 슬슬 녹는 좋은 고구마 선물을 음미하면서 불현듯 어린 시절 친구들은 왜 고구마 같다고 놀렸을까 하는 기억과 함께 고구마가 우리들의 주요 먹거리였던 그 시절이 선명해 진다.

아버지는 우물가 텃밭에 겨우내 보관해 온 씨고구마를 심었다
따뜻해진 봄날, 심은 고구마에 싹이 나고 잎사귀에 줄기가 무럭무럭 자라서 조그마한 땅에 줄기와 잎파리가 금방 얼기설기 서로 엉켜 붙는다
오월말 이때 쯤은 아마 밭에다 내다 심어야 할 때인 것 같다, 아니 조금 늦었나 . . ?

고구마 줄기를 거둬 순으로 갈라지는 줄기 부위를 몇 센티씩 잘라 어머니는 광주리에 이고, 아버지는 지게에 지고 먼 밭으로 날랐다
폐허처럼 된 씨고구마 자리를 파 봤는데 순을 냈던 고구마는 대부분 썩거나 한쪽이 물러 쪼그라 들었지만 그중 성성하게 남아있는 것을 골라서 깍아 먹어 보았지만 맛이 영 맹탕이었던게 아마 자기가 가졌던 모든 것을 다 줄기로 내 보내 버려서 인것 같다

보리 베어낸 밭을 소가 쟁기로 갈거나 삽으로 파서 고르고 괭이로 고랑과 두덕을 만들어 고구마 심을 준비를 해 놓았었다
줄기 자른 것을 하나씩 호멩이로 파고 띠엄띠엄 심었는데 비가 내리면 금상첨화로 심은 모종에 생기가 돌고 잎줄기가 빳빳이 서며 싹이 살금살금 돋아 나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햇볕이 쨍쨍 계속 내리쬐면 심은 모종이 축 늘어져 땅위에 기대는데 그러면 주변 우물물을 길어다 주어야 했다

일단 뿌리를 내리면 고구마는 슬금슬금 줄기를 뻗으면서 자기 고랑을 벗어나 다른 두덕을 침범하여 서로 얼키고 설켜서 발 디딜 틈이 없어진다
비만 오면 풀도 함께 쑥쑥 자라며 풀밭으로 되어 고구마 영양을 빼앗아 가는 녀석들을 매번 없애지 않으면 안되었다
한여름 뙤약볕에 어머니는 수건을 둘러쓰고 엎드려 흐르는 땀을 닦아가며 호미질을 해야만 고구마를 수확할 수 있다
요즘은 비닐을 바닥에 깔아 풀들이 못 올라오게 하는데 그때는 그런게 없었으니 천상 . .

한창 자라고 있는 고구마순 줄기를 꺽어다가 식구들과 앉아 함께 껍데기를 벗겼는데 저녁 밥상에 맛있는 고구마순 무침으로 올라오고 그건 여름철 별미였다
그때는 남의 밭에 고구마 순이나 깻잎을 따는 것이 그렇게 문제삼지 않아 가끔 깻잎과 고구마순을 밭에서 돌아 오면서 더 따오기도 했다

한여름이 지나가면 고구마는 두렁 속에서 알이 굵어지며 슬그머니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고 뿌리는 새끼에 새끼를 치며 땅속에서 알이 굵어지는데, 가끔 지나가던 사람이 고구마 밑둥을 슬그머니 더듬어 고구마를 캐내고 흔적이 남지 않게 원래대로 흙을 덮어 두기도 했다

혼자서 고구마 순을 가져와 텃밭 한쪽에 심어 본적도 있었는데 매일 우물에 세수하러 가면서 물을 주니 잎과 줄기가 무성하고 무럭무럭 잘 자라나는가 싶었는데 나중에 고구마를 캐보니 크지도 않은 것이 겉에 울퉁불퉁 근육이 보이고 못생겨서 그냥 내버린 기억도 아련하다
잎과 줄기가 무성하다고 열매가 좋은 것은 아닌것 같고 부드러운 황토 흙이어야 잘 열리는것 같았다

가을이 되고 이슬이 내리기 전 고구마를 캤다
줄기를 잡아 당기면 덩쿨 채 달려 나오지만 그냥 잡아 당겼다가는 뿌리가 띵키고 캘수 없어 호미로 조심조심 그리고 괭이나 삽으로 깊은 곳에 숨어있는 놈을 찾아내야 했다
우리는 캔 고구마는 모두 지게로 지고 와서 작은방에 수수깡으로 어린애 키높이로 울타리를 만든 곳에 쟁여 놓았다

집에 쌓여있는 고구마는 겨울내내 그리고 봄이 온 뒤에도 즐길 수 있다
산더미같이 쌓여있는 고구마를 가져다 먹는 것은 나의 자유였고 눈 내리는 겨울에도 따뜻한 방에서 세끼 밥 외에 고픈 배를 채울만한 다른 것이 없던 시절 즐겨 먹을 수 있는 시골의 먹거리였다

쌓여있는 고구마 중 대부분 큰놈을 선호했는데 이는 항상 배고팠던 시절이라 그랬다
또한 붉은 고구마를 골랐는데 그중에서도 맛있는 밤고구마, 호박고구마를 찾는 것이다
입안에 물이 자르를 흐르는 하얀 고구마도 좋지만 찌면 근육질이 씹히면서 맛이 하나없는 물고구마는 싫어했다
지금은 다양한 과일을 맛보는 여유에 넘치지만 그때 그 시절에는 배가 고파서 생고구마를 많이 깍아 먹었다
생고구마를 칼로 자르거나 깍으면 하얀 녹말액이 나와 씹으면 입안에서 달짝찌근한 맛에 계속 먹다보면 속이 쓰렸었지만 그래도 마냥 먹었다

고구마 깍은 껍질은 뒤엄자리에 절대 버리지 않고 뒤안에서 기다리는 토끼한테 주었다
토끼는 좋아서 손으로 잡고 사각사각, 서걱서걱 앞니 두개를 들어내며 맜있게 먹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이 재밌었고 또 고구마 줄기와 잎사귀도 맛있게 먹는다

보통은 고구마를 밥위에 쪄서 후식으로 식구들이 함께 먹었고, 가끔 고구마만 따로 가마솥에 쪄서 간식으로 했는데 밥그릇을 솥 안에 엎어놓고 고구마와 함께 물을 넣은 뒤 불을 때면 물은 밥그릇 밑으로 다 들어가고 밥테기 한알 뭍지않은 뜨끈뜨끈한 고구마를 즐길 수 있었다
남는 고구마는 잘게 쓸어서 대나무 소쿠리나 채반에 담아 햇볕에 말려 두고 나중에 달짝지근한 둥그런 고구마 말랭이로 즐길수 있었다

군고구마가 생각나면 밥 지을때 아궁이 불을 다 때고 나서 불기가 남아 있는 재속에 파묻어 놓으면 알맞게 잘 익은 비할데 없는 맛있는 군고구마를 먹을수 있었다
구울때 성급하게 불이 훨훨 타고있는 아궁이에 넣기도 했는데 그럴땐 알맹이가 껍데기와 함께 새까맣게 타버려 눈치를 봐서 재빨리 부지땡이로 끄집어 내야 한다

우리는 한쪽에 쌓아놓고 먹으며 고구마를 팔 생각을 한적이 없는데 이제 생각하니 그때는 고구마가 흔하고 가격이 싸서 팔 수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당시 쌀 한말에 황등산 고구마 한가마니를 살수 있었다고 하며 고구마 스무 가마니를 팔아야 중학교 때 경주 수학여행을 갈수 있었다고 친구들이 이야기했다

새만금에서 선물받은 고구마는 먹기 알맞는 크기에 당도도  뛰어나 구웠더니 말랑 말랑 달고 맛있어서 한동안 베트남에서 즐겨먹던 망고보다 훨씬 더 맜있는 것 같다
'익산 날씬이'로 적혀 있는데 이제는 고구마를 심고 거두는 기술도 예전보다 훨씬 발전한 것 같다

고구마는 굽는 방법에 따라 맛이 다르기 때문에 혼자만 맛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 옛날이나 지금이나 우리들 옆에 있어 즐기며 먹을 수 있는 것도 행복의 하나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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