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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웃음 작성일 21-09-27 10:50 조회 2,24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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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가져 온 추석 선물은 요즘 많이 팔리는 알이 굵고 씨없는 청포도 상자였다
청포도가 달콤한 맛은 있으나 비록 씨가 있어도 깊은 맛이 있는 고향 백구 포도가 맛이 더 있는것 같다 
어릴때는 못 먹어보던 포도를 이제는 종류별로 가려 먹을 수 있다는 일종의 행복감도 느끼면서 그 시절 포도과수원 생각에 빠져본다

동구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 ♬

어린시절 살던 시골에 펄시암 방죽을 지나서 월현대 동네입구에 과수원이 있었으며 과수원 사잇길은 긴 탱자나무 사이로 파여진 오솔길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었으나 비교적 좁았고 무성한 탱자나무가 길다랗게 아카시아 나무도 드문드문 심어져 있었는데 밤에는 어둡고 으시시하여 신작로 가게에 심부름 오가는 친구 조병석과 월현대 사람들은 그곳을 지날 때마다 혼자는 조금 무서웠으리라 생각이 든다

과수원 울타리인 탱자나무에는 지금 쯤 탱자가 많이 열려서 다닥다닥 노랗게 익었을 때이다
파랗게 큰 탱자는 따다가 친구들과 구슬치기를 했었고 노랗게 익으면 집에서 작은 바구니에 넣어놓고 누나들은 은은한 탱자 향을 즐겼다
잘 익어 물렁한 탱자는 갈라서 속을 입에 넣어 탱자씨를 퇘하고 뱉어내고 약간 얼굴을 찡그리며 신 맛을 즐기기도 했다
가을이 가고 겨울바람 불어오면 과수원길 탱자나무 잎파리가 눈송이 처럼 날린다 
우수수수 . . .

포도와 함께 사과, 배는 과수원에서 키웠고 그런 과수원들은 하나같이 오래되고 큰 탱자나무로 된 천연 가시울타리를 했다
다른 울타리를 한 과수원은 없었으며 아마도 담이나 가시철망 울타리는 과일 도둑이 쉽게 넘어 갈 수 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참외, 수박 밭에도 오두막을 만들어 모기장을 치고 밤에 자면서 지키기도 하던 시절 이었으니까 . .

당시 동네에는 과수원이 반월리 가는 큰길 양쪽, 중학교 옆 그리고 월현대쪽 두곳에 오래전부터 있었다
맛있는 과일은 농촌에서는 그림의 떡이었고 그래선지 드넓다고 생각되던 과수원 옆을 지나가면 괜시리 탱자나무 사이로 보일락 말락하는 안쪽 모습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길 가다가 탱자나무 사이에 열어진 과수원 문 안쪽을 쭈빗 들여다 보면 기다랗게 열을 지어 오래 자란 굵고 큰 가지가 엄청나게 퍼져있는 포도나무에 알이 송알송알 빽빽한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열려 있는 것을 보았다

우리집은 논밭을 사이로 월현대 포도과수원 건너편에 있어 포도철이 되면 윗쪽 과수원 원두막 윗부분이 조금 보였는데 그곳에서 들려오는 떠들썩한 웃음소리가 늦은 여름 마당에 멍석을 깔고 수제비를 먹고있는 우리 일곱 식구들에게 들려왔고 보이지 않지만 아랫쪽 포도과수원에서도 재잘재잘 소리가 들렸다
나무에서 익은 것을 따서 먹어야 제맛인 것 처럼 원두막이나 시원한 포도나무 그늘 아래 친한 친구들, 식구들과 방금 따온 싱싱한 포도맛을 보는 것은 굉장한 즐거움 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솜리(익산시)에서 오는 기차가 오후 쯤 역에 도착하면 철로 옆길로 월현대 포도밭을 향하는 한 무리들을 포도철이면 매일 볼수 있었다
김제쪽 철로 망대 옆 포도 과수원에는 탱자나무 가지가 논가에 넘실거렸으며 치렁치렁한 수양버들 나무와 커다란 아카시아 나무의 꽃이 활 - 짝 피었었다

백구포도가 소문이 난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추석 명절 고향에 갈 때면 반월리에서 농원 앞 공동묘지 옆까지 포도밭이 이어지며 매달려 있는 포도송이와 함께 길가의 여러군데 판매대를 차 안에서 볼 수 있었다
논에 벼 대신 여러 곳에 포도를 심은 것도 많이 보았다
 
백구포도가 명성이 나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친구 유영호네 포도농사가 원조일 것이라 생각한다
초기 반월리에 포도를 심어 맛이 참 좋다고 인정받아 솜리보다 군산 과일시장에 가면 값을 더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시장에서 권유 받았었다고 한다
반월리에서 시작한 것을 피난와서 생활력이 강한 농원 사람들이 본받아 본격적으로 널리 퍼트렸으며 부용 근방 시골 우리 누나들도 포도농사를 짓고 있다
일부는 용지면 죽신리에 과수원이 있어도 백구포도가 더 값을 쳐 준다고 박스에 백구포도라고 써진 것으로 사용한단다

익지 않았을때 시디시고 신맛 나던 포도는 익어가면서 점차 깊은 단맛으로 변한다
알이 굵고 달달하면서도 약간 싱거운 청포도의 맛 보다는 입안에 넣고 포도 씨를 뱉아가며 먹는 백구 포도, 신 맛이 승화되어 찐한 단맛으로 된 백구 포도맛이 우리들이 선호하는 포도의 제맛이라 생각한다

여건이 좋아져 이제는 포도나 감은 얼마던지 먹을 수 있는 환경으로 변했다
백구에서 가져 온 포도는 달디달아 손이 자꾸 갔으며 포도를 많이 먹어 밥 대신 배를 채울 수 있었고 가뜩 배불리 먹은 뒤에도 배탈이나 후탈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 

얼마전 지나가다 그렇게 오래된 옛 포도과수원이 굵은 포도나무를 모두 베어 버리고 새로 심은 작고 젊은 포도나무에서 수확하는 것을 보았고 내심 깜짝 놀랐다
포도재배 농가가 늘어난 이후 오래 전부터 과수원의 풍성한 울타리로 되어오던 탱자나무들도 싹둑 잘라져 버리고 동네 입구 과수원 탱자 나뭇길이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다

"동구밖 과수원길 ~ ~ ~ ♪
 탱자나무 꽃 ~ 하얗게 핀 먼 옛날의 과수원길 ~ ♬"

이제는 어렸을 때의 정겹던 그 탱자나무 과수원 동넷길을 떠올리며 그저 과수원길 노래를 혼자서 중얼거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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