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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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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웃음 작성일 21-07-21 18:21 조회 2,24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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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산가는 길목에 어처구니 없는 멧돌이 덩그러니 경계석처럼 박혀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곡물을 갈던 생활에 유용하게 이용되던 물건이 이제 쓸모가 없어 천대를 받는것 같아 좀 씁슬하기도 하다

어린시절 돌을 깍아서 만든 유용한 생활용품들에는 맷돌 뿐만 아니라 도고(절구)통, 학독, 다듬잇돌 등이 있었다
길가에 내버려진 것보다 더 아담하고 예쁘장하던 맷돌을 잘 사용하던 기억이 엊그제 같기도 하다

밭에서 거둔 노란 콩을 양은솥에 넣고 불을 때고 볶으면 달궈진 솥안에서 콩콩 거리며 콩 튀는 소리가 요란해진다 !
잘 볶아진 콩을 맷돌에 갈기 전 한 움큼 가져다가 한 두알씩 오도독 씹으며 고소한 맛을 즐겼던 생각에 미소가 저절로 난다
누나가 볶은 콩을 맷돌에 갈기 시작하는데 어처구니를 돌리면서 가운데 구멍에 콩을 넣으면 위 아래 돌 틈바구니에서 단단했던 콩들이 갈아져 고운가루가 되어서 내려온다
신기한 마음에 구경하던 나도 어처구니를 잡고 돌려 보았지만 어린 나에게는 힘이 딸려 금새 지칠수 밖에 없었다
한참을 돌리고 있던 누나가 힘겨운 것 같으면 작은 힘이라도 보탠답시고 나도 함께 손잡이를 돌려보곤 했다.
처음 돌릴때는 힘이 많이 들지만 콩이 갈리기 시작하면 맷돌 무게가 눌리면서 갈리는 면에 콩가루가 윤활제 역활을 하는지 도는 것이 훨씬 부드러워진다
그렇게 만들어진 콩가루는 인절미를 만드는 고물로 사용한다
때로는 불린 쌀을 맷돌에 갈아서 옷에 풀 먹이는데 사용하는 풀을 만들기도 했다

독(돌)을 동그랗고 오목하게 깊이 파서 만들어진 도고통은 항상 우리집 장독대 옆에 있었다
도고통는 솥에서 찐 찹쌀을 넣고 찧었었는데 아버지가 도곳대를 들어 올려 계속해서 힘껏 내리치면 그 사이 사이에 어머니는 도고통 안으로 손을 넣어 일그러진 떡덩어리를 뒤엎곤 하셨다
그 순간 잘 뒤집어 지지 않아 조금이라도 손을 늦게 빼기라도 하면 도곳대가 어머니 손을 여지없이 내리칠 것 같아서 잔뜩 겁먹은 얼굴로 어머니를 지켜 봤던 기억도 선명하다
도고통은 메주를 만들기 위하여 삶은 메주콩을 찧을 때도 많이 이용했다

둥그런 큰 밥상 위에 뭉근 콩가루를 뿌려놓고 금방 찧어 김이 나고있는 찰진 떡 덩어리를 올려 놓고 납작하도록 눌러서 알맞은 넓이로 넓힌다
콩가루로 골고루 뒤덮은 뒤 부엌칼로 반듯하게 자르고 또 네모난 작은 조각으로 떡 만들기를 시작하는데 옆에서 침 삼키며 한참이나 기다리고 있던 나는 따뜻하며 쫀득쫀득 보실보실한 콩고물이 뭍어있는 인절미를 얼른 집어서 어찌나 맛있게 먹으며 행복했었던지

네모난 돌로서 윗부분이 맑고 하얀 회색으로 반들반들 윤기가 나던 다듬잇돌도 생각이 난다
무거웠던 다듬잇돌은 언제나 농(장롱) 아래에 있었다
어머니는 하얀 옷이나 이불 호청빨래를 하여 말린 후 입으로 '훅 훅" 물을 뿜어 가볍게 적신후 하얀 포대기에 감싼 뒤 다듬잇돌에 올려놓고 양 손으로 방망이 두개를 교대하여 두들기기 시작한다

매끄럽고 단단한 다듬잇돌 위에 놓인 옷을" 또드락" "또드락" 두들겨 대는 소리에 옆에서 공부하던 내 귀가 따갑지만 할 수 없이 한참동안 울려대는 소리를 참을수 밖에  없었다.
빨래를 줄에 말려 그냥 끝내기도 하고 어떤 때는 마른 옷의 한쪽을 잡으라면서 불빛이 벌겋게 남아있는 숯불 다리미를 들어서 다리기도 하고 어떤 옷은 다듬이 방망이로 흠씬 두들겨 패기도 하였다
가끔은 빨래한 옷을 하얀 보자기 속에 넣고 올라서서 밟으라고 하기도 하였다
평평하지 못하여 중심잡기 힝들지만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 막간의 시간을 이용하여 밞으면서도 서서 책을 읽곤 했었다
다듬이 방망이는 나중에 칼국수를 만들때 반죽을 방망이로 둥글리고 펴서 얇고 납짝하게 만들 때 유용하게 이용하기도 했다

우물가에 있는 학독은 물을 담아놓고 내가 잡아온 고기를 넣어 기르기도 했으나 김치를 담기위하여 고추, 마늘도 갈았다
학독은 보리밥을 하기위한 보리쌀도 갈고, 쑥떡을 하려고 쑥을 가는데도 사용했으며 떡을 찧을 때도 도고통 대신 사용하기도 했다
학독은 주먹 두개 크기의 뭉툭한 돌로 문질러 갈았었는데 요즘의 믹서기와 같은 역활이었다 생각한다

그 시절에도 떡 방앗간이 동네에 있어서 가지고 가면 해결할 수 있었지만 옛날부터 사용하고 익숙하던 편리한 도구들이라는 생각들과 작은 분량으로 떡방앗간까지 갈 필요가 없다 싶어 집에서 그냥 해결 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무거운 돌을 다듬어 만들어진 이런 제품들이 집집마다 다 있던 것은 아니어서 맷돌은 빌려쓰기도 했으며 도고통은 이웃집에 가서 이용하기도 했었다
우리 집에는 돌로 만들어진 도고통이 있었으나 다른 집에는 나무로 만든 것도 있었다

추석이나 구정이 다가 오면 여기저기 집집마다 "쿵더 - 쿵" "쿵더 - 쿵" 요란하게 방아찢는 소리가 담너머로 울려 퍼진다
달이 점차 둥글게 되는 보름이 가까워지면 당시 사람들은 신비로 가려져있던 둥근달 속 계수나무 아래 토끼가 도곳대를 들고 방아를 찟고 있다고들 이야기 했었다

맷돌, 도고통, 학독, 다듬잇돌은 무게가 엄청 많이 나가기 때문에 고향을 떠나 올 때 이삿짐 속에 들어가지 못하였었다
돌로 만들어진 것들이라 닳지도 않고 썩지도 않으며 변형되지도 않지만 무겁고 사용하기 쉽지않아 지금도 옛날 집들에는 용도 폐기 된채 그대로 남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떠나올 때 두고 온 우리것들은 지금쯤 시골 어느 구석에 처박혀 있는지 조금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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