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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고향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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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웃음 작성일 21-06-23 21:34 조회 2,25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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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고향은 . .
벌써 하지가 지나고 유난히 잦은 비가 온 덕에 올 봄만 같았다면 그때 그 시기의 시골 부용방죽은 여느 때처람 마르지 않고 물이 꽉 차있을 것이며 또한 산에 있는 높은 논까지 벼를 다 심었을 것입니다

조금 일찍 심은 벼는 뿌리를 내려 꼿꼿히 서있고 벌써 포기가 무성한 곳도 있으며 농부들은 늦게 심은 논에 모를 떼우거나 잘 자랄 수 있게 논 물꼬를 조절할 때입니다

그때 쯤이면 우리집 앞쪽 포도과수원 사이 논들에도 모가 다 심어지고 물이 방방하게 차 있어 밤만되면 논 바닥에서 개구리들이 한꺼번에 '개굴개굴' 합창을 하여 우리들이 잠을 자지 못하게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내렸던 봄비는 산천초목에 골고루 뿌리고 무럭무럭 자라게 하여 시골 전체를 온통 푸른 세상으로 만들었습니다
 
보리를 비어낸 뒤 밤새 내린 비로 촉촉해진 밭에 고구마 순을 잘라 고랑을 내고 돋은 열에 작은 고구마 줄기를 심었습니다

탱자나무에도 탱자가 많이 열려 손이 가시에 찔리는 것을 무릅쓰고 대나무로 탈탈 두드려 몽땅 따서 주머니에 넣고 동네에 가서 구슬 놀이를 하였습니다

살구가 다 익은 놈은 그만 떨어지기도 하겠지만 복숭아는 알이 꽤 굵어 졌으나 아직 더 익어 맛이 들어야 하고 밭가에 심은 옥수수도 많이 자라 조금 있으면 연노란 수술꽃을 필 때입니다

우리는 텃밭에 심은 하지감자를 감자나무는 그냥 둔채 뿌리에 달려있는 감자 몇개를 캐다가 저녁에 맛있는 감자국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그리고 조금 있으면 오이와 참외가 익을 때가 되고 포도알이 점점 굵어지고 있으며 지금쯤 익고 있는 중일 겁니다

밀은 아직은 베지 못하여 밭에서 출렁대고 있을 것입니다 보리보다 조금 늦어지니까

밀은 보리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보리보다 키가 더 커서 키가 크고 바짝 마른 사람을 밀대같다고 했습니다

나중에 밀가루로 국수와 수제비를 만들고 밀대모자를 만들수 있었지요
 
또한 조 밭도 새절 근방에서 볼 수 있었는데 조는 그때 서슥이라고 불렀습니다

키가 사람 가슴 높이만큼 자랐으며 서슥이 익으면 작은 알갱이 덩어리가 즐겨먹는 오뎅보다 길고 굵으며 무거워 고개를 숙였었습니다

그리고 별미로 쌀에 섞어서 조밥을 해서 먹었습니다

가을이 되어야 하얗게 예쁜 메밀 꽃밭을 볼 수 있으며 콩밭 가운데 드문드문 심었으나 키가 훨씬 커서 돋보이는 수수는 새들이 좋아하는 먹이감 이었습니다

수수는 주로 빗자루를 만들어 대비, 싸리비와 함께 마당과 교실 등을 청소하는데 사용하였고 또 수수는 밥 지을 때 올려놓아 익혀 까먹었는데 알갱이가 작아서 까먹기가 그리 쉽지는 않았습니다

부용 주장집 뒤 목화밭에는 푸른가지, 잎 사이에 하얀 그리고 빨간 목화꽃이 피었는데 꽃이 다알리아처럼 도도하게 아름다웠습니다

또 목화는 익기전의 작은 열매를 따서 입에 넣으면 그 맛이 아주 달콤했습니다

목화꽃의 아랫부분이 열매로 익기 시작하면 사알짝 갈라지고 그 벌어진 틈 사이로 하얀 솜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다 익으면 목화 열매는 불어난 솜 부피를 견디지 못하고 마치 옥수수 튀밥처럼 터져 하얀 솜이 짙은 밤색 메마른 목화나무대 위에 온통 하얗게 눈같이 쌓였습니다

목화솜은 그대로 솜으로 만들어져 우리들이 잘때 따뜻하도록 덮는 이불 안청 속에 넣었습니다

피마자도 어린애 키 정도로 자라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데 동그란 열매 겉부분에 오돌토돌 부드러운 가시같은 작은 수술들이 달려있어 지나가면서 몇개 따다가 그 열매로 던지기 장난을 하였었습니다

피마자는 동백기름으로 만들어 그 옛날 어머니와 누나들이 거울 앞에서 단장할 때 긴머리에 발랐습니다

뽕나무 잎이 푸른색으로 잎사귀가 반질반질할 때 우리집 뒷방에 치던 누에한테 가져다 주면 누에들은 뽕잎을 서걱서걱, 사각사각 조용한 소리를 내며 게걸스럽게 잎사귀를 갉아 먹었습니다

누에는 나중에 짚으로 만든 틀에 자신의 입에서 하얀 실을 토해내어 두개의 둥근 원이 합쳐진 모양의 하얀 고치를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거두어 농협에 나가 수매하였고, 고치는 가져다 공장에서는 비단옷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하였겠지요 

그러나 그런 것들이 얼마 후에 모두 사양산업으로서 사라져 없어지고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어 버렸지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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