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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방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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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0-08-01 10:13 조회 2,08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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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 방죽

동네옆 작은 펄시암(월현대) 방죽은 어릴적 헤엄치기, 고기잡기, 잠자리잡기, 낚시하기, 얼음지치기 등으로 동네 친구들의 놀이터였다
펄시암이라고 불리는 공동우물이 입구에 있어서 그렇게 부르는 것이고 '시암'은 우물이고 '샘'의 사투리이며 '펄'은 논과 방죽 옆에 있어 '뻘'이 '펄'로 변한것이라 생각된다
조금 먼 동네의 작은부대 아줌마와 아가씨들도 머리에 이고와 펄시암에서 빨래하면서 방죽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지켜 보곤 했었다

방죽이 동네에 가까이 있어 이마에 땀이 흐르는 무더운 여름이면 친구들과 그냥 홀라당 벗고 들어가 땀도 식히고 물장구 치며 마냥 놀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수문쪽은 깊었기에 논둑을 타고 조금 들어가면 헤엄치기 알맞은 장소가 있었고 그곳에서 개구리 헤엄치고 물싸움하였다
어느 여름 입구 부위가 깊게 파져 있었던 것도 모르고 들어 가다가 물속으로 푹 가라앉아 버렸다
입과 코로 물이 마구 들어와 한참이나 정신이 하나도 없으며 하늘이 노래져서 그야말로 죽다가 포도시 살아 온 기분이 들었다.

친구들과 방죽 안에서 즐겁게 헤엄치며 놀고 있었는데 따라온 우리 워리가 논 둑에서 안절부절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고 있는게 아닌가 !
'워리'하고 부르는 내 소리를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방죽안으로 뛰어들어 내게로 헤엄쳐 오는 우리 '워리' 가 어찌나 대견하고 귀여웠던지 . .

방죽에서는 뱀이 목을 쳐들고 슬릉슬릉 헤엄치는 것과 커다란 덩치의 소도 물위에 거뜬하게 떠서 헤엄치는 것을 보았다
물이 차있는 방죽옆 논 둑에서 둘이 양쪽에서 쥐몰이를 했었는데 막다른 곳에서는 쥐도 물속으로 뛰어들어 헤엄쳐서 잘도 도망가는 녀석을 그냥 쳐다 보았다.
그리고 발목이 조금도 물에 빠지지 않고 물위에 떠있는 소금쟁이들의 움직임을 신기해 하면서 부러워 했었다

농사철에 수문을 열면 물 나오는 입구와 또랑에 고기들이 많이 모이는데 송사리, 붕어는 물론 가상 풀밭 사이에서는 미꾸라지도 잡을 수가 있었다
그곳은 미꾸라지가 많은데 그놈의 미꾸라지는 손으로 잡아도 손가락 사이로 미끌미끌 잘도 빠져 나가며 큰 녀석은 손가락에 힘을 주지 않으면 놓치기 일수였지만 그러한 미꾸라지를 잡는것도 상당히 재밌는 일이었다 

더듬어 잡았으나 엄지 손가락보다 더 굵은 미꾸라지가 두손으로 꽉 쥐어도 손가락 사이로 미끌미끌 빠져 나가는 그 느낌은 시골에서 미꾸라지를 손으로 잡아 본 사람만이 알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어린시절 고기 잡는 것은 정말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었다

둑에서 어른들이 낚시를 하고 있을 때면 옆에서 고기 잡는 것을 구경 하다가 푸드득 하며 올라오는 붕어를 직접 낚아보는 것도 재미 있을 성 싶었다
집에가서 대나무를 줏어다 낚싯대로 하고 반짓그릇에 있는 실패의 바느질 실을 잘라내어 낚싯줄을 만들었으며 수수깡을 잘라서 찌를 만들고 우물옆 또랑가를 파서 지렁이를 잡아다가 강태공 옆에 앉아서 낚시질을 했다
오랜시간을 기다리고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 봤어도 방죽에 고기가 별로 없었는지 붕어 작은 놈 몇 마리만 겨우 건지고 나서 나는 낚시할 타입이 아닌 것 같아서 포기하고 말았다

낚싯대를 담그고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는 것, 그렇게 보내는 시간들이 조금 아깝게 생각되기도 했었지만 . .
낚시는 시간을 낚는 일로 고기를 잡아 올리는 기술도 필요하지만 기다릴 줄 아는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모내기가 끝나갈 무렵에는 논에 물을 대느라 방죽물이 마르고 바닥이 드러나면서 방죽안에 둠벙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그때 쯤에는 온동네 사람들이 떼로 몰려와 방죽에서 고기 잡느라고 난리들이었다
가래치기로 어른, 청년들이 가지고 웅덩이 여기서 첨벙, 저기서 첨벙하면서 큰 고기를 잡았었는데 우리는 구경만 하였다
물이 더 줄어들면 둠벙에서 우리들은 소쿠리로 물속을 훑어서 붕어를 잡거나 수대로 둠벙 물을 퍼내어 손으로 잡기도 하는데 온통 수렁이기 때문에 뻘물이 튀겨 옷을 버리기 십상이었지만 그래도 고기 잡는게 더 재미있었다

모심기가 끝나고 장마가 시작되면 방죽은 다시 물이 차오르고 그때 쯤 우리들은 잠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된다
잠자리는 물을 좋아해서 방죽에 가면 보통잠자리, 작은잠자리, 고추잠자리, 된장잠자리, 왕잠자리, 말잠자리가 물위를 이리저리 빙빙 맴돌다가 물풀 위에 앉아서 쉬면서 꼬리를 물에 담그기도 했다
대나무 막대에 굵은 철사를 동그랗게 만들고 탱자나무에 걸려있는 거미줄을 묻혀서 잠자리를 잡으러 다녔었다

헤엄치던 곳에서 논둑으로 좀 더 들어가면 갈대와 물풀이 무성하고 가상이 깊어 고기들이 놀면서 숨기 좋은 장소가 있었는데 맑은 물의 물풀 속에서 노닐다가 물위로 입을 삐금히 내놓는 가물치를 가끔 볼 수 있다
여름이 익어갈 무렵 그 주위 논둑에서 대나무 끝에 잠자리를 매달고 가끔 물 위쪽으로 올라오는 가물치를 유인하여 잡는 전문꾼도 보였다
깨끗하여 훤히 드려다 보이는 물속에서 가물치가 이리저리 어슬렁거리며 놀고 있는데 그 녀석과의 줄다리기하며 끈기있게 시간과 세월을 낚고있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 볼 수 있었다
방죽으로서는 제일 한가한 시기가 그때인것 같다

겨울이 오고 강추위가 찾아와 물이 꽁꽁 얼어붙으면 방죽은 다시 동네 친구들로 붐비게 된다
다들 앉아서 타는 스케이트를 만들어 와서 노 젓는 것 처럼 찍으면서 앞으로 미끄러지고 뒤에서 밀어주기도 했다
모두가 주시하는 가운데 외발 나무 스케이트를 한발로 균형을 잡고 쭈-욱 미끌어져 누가 더 멀리까지 가는지 자랑하기도 하였다
나도 앉아타는 나무 스케이트를 동생과 함께 만들어 와 방죽에서 시승을 하고 있었는데 동창 친구 하나가 욕심이 나는지 10원 줄테니 팔으란다
그때 10원이면 꽤 큰돈이었으니 동생과 같이 고민을 한적이 있었던것 같다

그 방죽에 언제부터인가 얼음 위에 사람들이 많이 있을 때나 끝나고 다들 집에 가고 없을 때에도 혼자서 방죽 한바퀴를 빙빙 돌며 칼스케이트 타기를 즐기는 갑수아저씨를 볼 수 있었다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방죽 바로 옆 두 가구만 있는 곳에 사는 그 아저씨는 말이 거의 없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방죽옆의 논 농사를 지으면서 평소에는 늘 지게를 지고 다니던 성실한 농사꾼이었지만 동네 사람들과는 교류가 없으면서 약간 이상하게 생각들 하였었다
아무도 없는 아침 일찍부터 얼어붙은 방죽을 빙빙 돌면서 당시 드물었던 칼스케이트 자국을 만들어 놓곤 하였다

추운겨울 눈보라 속에서도 말없이 방죽이 자기네 것인양 혼자만 얼음을 탔다
그것은 얼음이 녹아 퍼석퍼석해질 때까지였고 다음 해 그 다음해에도 겨울이 오고 얼음이 얼면 또 계속 되었다
방죽 둑길을 지나 다니는 사람들은 얼음 위를 미끄러지며 한 바퀴를 돌아서 수문 쪽으로 다가오는 무심한 듯 하면서 혼자만의 즐거움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듯한 그 아저씨의 얼굴을 다들 보아 왔을 것이고 지금도 내눈에 선하다 

방죽이 얼어 단단해지면 월현대에서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부용교회 옆길을 통하여 방죽 얼음 위를 대각선으로 지름길 삼아 다니곤 하였다
따뜻해져 녹기 시작하면 얼음이 아직 두꺼워도 혹시 깨질까봐 겁나고 그때부터는 조심스러워 그 방죽 얼음위로 가는 친구들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는데 뱃짱이 있는 녀석들만 일부러 그냥 가로질러 갔었다

봄이 가까워지는 어느날 방죽 둑에 동네사람들이 인산 인해를 이루며 방죽 안쪽을 쳐다보고 있길래 틈새에 끼어들어 살펴보니 녹았어도 아직 얼음으로 뒤덮혀 있는 방죽 한가운데에 어떤 친구가 얼음에 빠져 꼼짝 못한채 윗도리만 얼음 위에 걸쳐 있는게 아닌가 !
어른이 들어가면 얼음이 깨질 우려가 있어 다들 웅성거리며 망설이고 있는 가운데 한사람이 밧줄을 몸에 걸고 조심 조심 얼음위를 걸어 들어가 무사히 꺼내서 데리고 나왔다
얼음 가운데 빠졌던 녀석은 초교 일년 후배로 키가 땅딸만 하였고 나중에 우리집 옆 교회 앞 길에서 나랑 한바탕 하기도 했었는데 작은 체구에도 상당히 맷집과 곤조가 있던 친구였다
그런 곤조가 있었길래 다들 무서워 가지 못하던 살얼을판 위를 혼자서 겁없이 시도해 보았으리라 . .

방죽은 농사에 필요한 물을 논에 대주어서 모를 심을 수 있고 자랄수 있게 하지만 그 근방 사람들의 휴식과 놀이를 할 수있는 즐거움을 선사했던 곳이기도 하다
물바닥이 들어나면 장마비로 다시 채워지고 물풀이 자라나고 송사리, 붕어, 가물치들이 놀았던 맑고 깨끗한 물 방죽은 그야말로 자연의 아름다운 조화였었다고 생각된다   

논에 수리조합 물이 들어오면서 방죽에서 놀던 친구들도 하나씩 떠나가고 . .
세월이 많이 흘러 맑은 물로 가득찼었던 그 방죽은 지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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