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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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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웃음 작성일 24-08-21 15:46 조회 47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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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아버지 댁
어릴 때 외할아버지, 할머니 생각이 나며 그 시절이 그립다

그땐 방학때 학교에 안가고 매일 놀수 있는 좋은 기회라 모두들 기다리지만 우린 외할아버지 집에 갈수 있는 기회가 찾아 오니 손꼽아 기다려졌다

이웃 동네 작은 골목까지 웬만한 곳은 다 꿰어 차고 있지만 외갓집은 멀어서 방학때나 돼야 갈 수가 있었는데 그곳은 그동안 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가 열리니까 더욱 기다려지는 것이다

마루에 앉아서 그저 바라만 보던 저 만치 철로에 칙칙 폭폭 소리, 뛰 -  - 기적을 울리며 늘상 오고 가는 그 기차 탈수 있는 기회도 함께 찾아 오는 것이다

누나를 따라 나섰다
동생은 별로 흥미가 없었는지 조르지 않고 따라 오지도 않았다
부용역에서 기차에 올라 창밖을 여기 저기 두리번 거리며 활동사진처럼 지나가는 풍경을 구경하는 사이 기차는 벌써 김제역에 도착했다

역을 나와 넓은 길을 조금 걸어가면 중국집과 쌀집이 나란이 있는 외삼촌댁이 나오는데 외숙모가 반갑게 맞아 준다
애들은 벌써 할아버지집에 갔단다
근방에 사는 이모집에도 들러 인사를 한 다음 시내 가게들을 두리번 거리며 구경하면서 한참을 걸어 읍내에 있는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비포장 바닥에 버스들이 여기저기 열 지어 있었는데 아저씨가 '광할', '광할' 외치고 있다
그것 참 이름도 이상하다 '얼마나 광활하면 광활이라고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고 그곳이 어디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버스가 출발하여 자갈길로 들어서 터덜터덜 달렸다
방학때마다 몇번 와본 길을 덜거덩 덜거덩 천천히 가고 있는데 길 주위 논과 밭, 동네가 나오는 풍경을 구경하면서 차의 흔들거림을 즐겼다

얼마 후 야산이 나오고 그뒤로 오른쪽에 엄청 커서 광할하다고 할 만한 능지 방죽이 나오더니 곧 만경에 도착했다
이제 사람들로 번잡스러운 만경에서 다시 출발하려면 한참 기다려야 한단다

전에는 이곳으로 오기 전 중간에 양수장이라 불리는 방앗간 옆에 내려서 샛길로 야산과 동네, 밭 사이 길을 한참 걸어 갔었다
그때 꼬마 걸음으로 한참을 걸어 갔었는데 꽤 멀었고 중간에 죽산 가는 길을 만나 가로 질러서 걸어 가면서 조금 더 어렸을 때는 누나가 중간에서 업고 갔었다고 한다

가실이라는 동네에서 버스를 내려 길 갓집 골목길 대문으로 들어섰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반겨주었고 거기에 미리 와있던 외갓집 식구들과도 손잡으며 반갑게 만났다

두분만 살고 계신 초가집은 옛날집으로 조금 퀘퀘한 냄새가 났으며 가구 등 모두 오래 된 것들이다
마당옆 닭장을 지나 감자 심은 텃밭을 한바퀴 둘러보고 집 뒤안으로 가서 감나무에 열린 감도 손으로 만져보고 있는데 담 넘어 길에 버스가 횅하고 먼지를 내며 지나간다

마당 앞 담넘어 이웃집 오리 소리가 나는 가운데 마당에서 놀다가 목이 마려워 부엌으로 갔다
천정의 연기 그을음 덕분인지 부엌은 어둑어둑하며 찬장 등의 나무가 닳아서 반질반질하다

원래 목소리가 카랑카랑한 외할머니는 부엌에서 우리들이 자꾸 들랑거리는 것이 약간 못마땅한 표정인 것 같기도 하다
우리와 같은 손자들이 와 있는 것이 조금 귀찮아 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외할아버지는 마루에서 긴 담뱃대에 담배를 뻐끔뻐끔 피우시며 항상 인자하게 약간 웃음을 띤 얼굴을 하시며 가끔은 허허 웃으시기도 한다
그곳 진봉면 가실은 해주 오씨의 집성촌이라 친척들이 많은데 할아버지는 큰집에 간다고 혼자만 따라 오란다

할아버지가 앞서 가시고 따라 나서는데 옆집 대문이 약간 열려있는 사이로 커다란 때까오가 나를 보더니 '꿰엑 꿰엑' 소리치며 달려 드는듯 위협하여서 무섭고 깜짝 놀랐는데 할아버지는 그냥 슬그머니 웃으시며 암시랑 안한 것처럼 보이니 조금 속이 상한다

큰집에 가서 처음 뵙는 어른들한테 인사를 하고 나서 작은 집으로도 향했다
꽤 큰 동네로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집들이 여기 저기 많았다
그리고 떡방앗간에 따라 갈 때는 한참을 걸어 가기도 했다

보여지는 모든 것들이 나에게 새롭고 흥미롭기도 하여 혼자 슬그머니 집을 나서 뒤 버스길로 나와 돌아 보는데 근방이 전부 평평한 넓은 논들이었다
도로를 넘어 만경 방향으로는 먼곳에 집들이 보였고 먼지나는 길을 따라서 심포 쪽으로는 넓은 들판을 넘어 까마득하게 동네가 보였다

만경평야라고 불리는 곳은 여기부터가 아닌가 싶다

일요일은 옆집 마당을 건너 가는 교회에 가서 할아버지댁 식구들과 함께 예배를 드렸다
그렇게 날마다 먹고 놀며 이곳저곳 구경하며 재맜게 보내고 있는데 누나가 외삼촌댁 누나와 조금 다투는 것 같더니 토라져서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 가자고 한다

이곳에서 그냥 더 있다 가자고 마구 떼를 써보았지만 막무가내다
여자들 성질머리란 . . !
할수 없이 짐을 싸서 길로 나와서 버스를 기다린다

반듯한 길 멀리 끝 부분에 보이는 동네 심포에서 쬐그만한 버스가 들녁 한가운데 난 길을 꽁무니에 하얀 먼지를 휘날리며 그 모습이 점점 커지며 가까이 오는 것을 길가에 서서 기다렸다

그게 얼마 전 일인데 어느새 우리가 되려 할압시, 할매가 되었다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인 손주가 온다고 하여 집사람은 전화받고 미리 준비를 한다

방학을 맞아 찾아 온 손주한테 백화점 주최 어린이 방학 프로그램도 참가시키고 시네마 어린이 영화도 보여 주며 맛있는 음식도 사 주었다
그러면서 집에서 TV 어린이 프로그램도 보여 주고 있는데 리모컨을 잘못 만져 보던 유튜브 프로그램에서 나가고 다시 찾을 수 없단다

예정 약속시간이 다 되기도 하여 TV 를 껐는데 그만 엉엉 울어 버렸다
잘 달래고 나중에 할머니와 함께 잘때는 슬그머니 어머니한테 휴대폰을 사달라고 말 좀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다른 친구들은 다 가지고 있다고 그러면서 집에서는 TV 보는 것도 극히 제한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집에 온지 4일 만에 아들 내외가 차로 데려 갔는데 요즘은 방학 때도 다 계획이 세워져 있어서 스케쥴 때문이란다
세월이 흐르고 상황이 바뀌어 우리들 어렸을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신혼 초와 같이 둘 만으로 조용하고 단조로운 생활로 다시 돌아 갔는데 그 옛날 외할아버지 댁에 가는 것을 기다리며 설레이던 마음과 함께 그곳에서의 생활이 주마등처럼 머리에 떠오르며 지나갔다

그때 외할머니 얼굴에서 조금 귀찮게 생각하시는 것을 생각 나면서 이제사 충분히 이해가 된다
시골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두분만 농사 지으며 조용히 지내고 계셨는데 별안간 두 집에서 4~5 명의 부잡스런 어린애들이 찾아 와 북적북적, 밥도 많이 지어야 하고 또 그 뒷수발을 드느라 바쁘기만 하니 조금 귀찮은 생각이 들 만하기도 하며 그것을 이제 우리가 느끼게 된다

마치 잔잔한 호숫물에 돌을 던지고 마구 휘저으며 재밌게 놀다가 가는 것 같다
한 녀석이었기 망정이지 동생도 데리고 오거나 작은집 애들도 함께 왔다면 . .

모처럼 손주들이 찾아 온다니 기다려지고 찾아 오면 참 반갑다
그러나 자기네 집으로 돌아 간다고 하니 그것 또한 훨씬 더 반가운 것이라는 친구의 말이 그야말로 실감한다

지금 손주들과 떨어져 살고 있는 우리 친구들도 그런 상황으로 되고 아마 다들 비슷한 마음이 되리라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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