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풍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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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웃음 작성일 24-02-22 12:40 조회 918 댓글 0본문
○ 문풍지
사흘 내내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렸습니다
처음에는 안개비가 실실 종일 내렸는데 다음 이어서 주룩주룩 한참 쏟아지더니 보슬보슬 보슬비로 변하고 이어 진눈개비로 바뀌어 내렸습니다
아침 일어나니 온 세상이 하얗게 설경으로 변했습니다
온통 눈에 뒤덮히고 찬바람이 매섭게 불어 와도 이제 하나도 걱정되지 않습니다
난방 공급되는 아파트는 따뜻하여 바깥과 절연된 전혀 다른 세상이니까요
별안간 온통 하얗게 변한 창밖 세상을 바라 보면서 조용히 어릴 때를 생각에 잠겨 봅니다
바깥에 겨울 바람과 눈이 휘몰아 치면 오늘도 친구들과 함께 놀 엄두를 내지 못하고 방안 이불 속에 들어가 몸을 웅크린 채 폭신폭신한 맵재가 들은 벼개를 끌어 안고 고개 만 이불 밖으로 내 놓았었습니다
따뜻하고 아늑한 온돌방에 있는데 바깥의 바람이 만들어 내는 합창과 세레나데가 천지에 울려 퍼지고 있는 가운데서 '파르르르 . .' 초가집 방문의 문풍지가 떨고 있는 가냘픈 소리가 귓바퀴를 때립니다
해마다 가을이 깊어지면 집집마다 그랬듯이 우리도 풀 끓이고 방문에 창호지를 새로 발라서 깨끗하게 단장을 하였지요
한해 동안 계속 들락거리는 방문은 우리들 손과 몸둥아리에 늘 시달려서 문살 격자무늬 문종이가 찢어지고 떨어져 누덕 누덕 되어 있었으니까요
동생과 문종이에 살짝 침을 발라 구멍을 내고 구멍을 통하여 보이는 눈동자를 서로 마주 보며 흐흐 웃기도 했었습니다
혼나고 나서 문을 열면서 조심 조심 아무리 조심을 해도 얇은 창호지문은 구멍이 나기 마련, 그러면 남아있는 창호지로 그곳 구멍을 땜빵하였습니다
창호지가 없으면 흰 도화지로 바르고, 없으면 신문지나 다 쓴 공책으로 메우기도 했었습니다
창호는 얇고 연약하여 조금만 잘못하면 찢어지나 여름 내동 초가을 까지는 그곳으로 시원한 바람이 들낙여도 그냥 내버려 두기도 했습니다
가을 찬바람이 그 구멍을 통하여 술렁술렁 방으로 들어 오면 종이로 땜질을 하고 급하면 걸레로 문살 사이에 밀어 넣고 임시로 바람을 막기도 했었습니다
이제 새로 바른 방문은 훤하고 깨끗하지만 방문 틈 사이에서 혼자 '부르르' 떨고있는 문풍지는 누가 말릴 수도 없습니다
내리던 비가 조용히 눈으로 변했습니다
그땐 방문 밖에 비 오는 소식을 처마에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 마당, 닭장 지붕에 우두둑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태풍에 나무들이 요란하게 흔들리는 소리가 이불 속에서 자고 있는 데도 다 들려 왔습니다
그러나 사뿐 사뿐 솜털 같은 함박눈이 내리면서 쌓이는 조용한 소리는 들을 수 없었지요
아파트에는 바람이 불어와도 창문이 조금 흔들리고 말뿐 밖에서 비가 오는 지 눈이 내리는지 알 수 없으며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가서 밖으로 나서면 그때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눈 내리고 얼음 꽁꽁 얼고 매섭게 쌩쌩 부는 바랑이 아무리 세차게 불어도 따뜻한 집에서 조금만 버티면 겨울은 곧 지나 가고 춘삼월 꽃피는 봄이 틀림없이 찾아 올 것 입니다
그리고 눈 내려 쌓이고 미끌미끌하여 발 미끄럼을 타며 추워서 오들 오들 떨고 귀가 시리던 기억들도 봄눈 녹듯이 곧 잊혀 버리게 되고 말 것입니다
사흘 내내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렸습니다
처음에는 안개비가 실실 종일 내렸는데 다음 이어서 주룩주룩 한참 쏟아지더니 보슬보슬 보슬비로 변하고 이어 진눈개비로 바뀌어 내렸습니다
아침 일어나니 온 세상이 하얗게 설경으로 변했습니다
온통 눈에 뒤덮히고 찬바람이 매섭게 불어 와도 이제 하나도 걱정되지 않습니다
난방 공급되는 아파트는 따뜻하여 바깥과 절연된 전혀 다른 세상이니까요
별안간 온통 하얗게 변한 창밖 세상을 바라 보면서 조용히 어릴 때를 생각에 잠겨 봅니다
바깥에 겨울 바람과 눈이 휘몰아 치면 오늘도 친구들과 함께 놀 엄두를 내지 못하고 방안 이불 속에 들어가 몸을 웅크린 채 폭신폭신한 맵재가 들은 벼개를 끌어 안고 고개 만 이불 밖으로 내 놓았었습니다
따뜻하고 아늑한 온돌방에 있는데 바깥의 바람이 만들어 내는 합창과 세레나데가 천지에 울려 퍼지고 있는 가운데서 '파르르르 . .' 초가집 방문의 문풍지가 떨고 있는 가냘픈 소리가 귓바퀴를 때립니다
해마다 가을이 깊어지면 집집마다 그랬듯이 우리도 풀 끓이고 방문에 창호지를 새로 발라서 깨끗하게 단장을 하였지요
한해 동안 계속 들락거리는 방문은 우리들 손과 몸둥아리에 늘 시달려서 문살 격자무늬 문종이가 찢어지고 떨어져 누덕 누덕 되어 있었으니까요
동생과 문종이에 살짝 침을 발라 구멍을 내고 구멍을 통하여 보이는 눈동자를 서로 마주 보며 흐흐 웃기도 했었습니다
혼나고 나서 문을 열면서 조심 조심 아무리 조심을 해도 얇은 창호지문은 구멍이 나기 마련, 그러면 남아있는 창호지로 그곳 구멍을 땜빵하였습니다
창호지가 없으면 흰 도화지로 바르고, 없으면 신문지나 다 쓴 공책으로 메우기도 했었습니다
창호는 얇고 연약하여 조금만 잘못하면 찢어지나 여름 내동 초가을 까지는 그곳으로 시원한 바람이 들낙여도 그냥 내버려 두기도 했습니다
가을 찬바람이 그 구멍을 통하여 술렁술렁 방으로 들어 오면 종이로 땜질을 하고 급하면 걸레로 문살 사이에 밀어 넣고 임시로 바람을 막기도 했었습니다
이제 새로 바른 방문은 훤하고 깨끗하지만 방문 틈 사이에서 혼자 '부르르' 떨고있는 문풍지는 누가 말릴 수도 없습니다
내리던 비가 조용히 눈으로 변했습니다
그땐 방문 밖에 비 오는 소식을 처마에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 마당, 닭장 지붕에 우두둑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태풍에 나무들이 요란하게 흔들리는 소리가 이불 속에서 자고 있는 데도 다 들려 왔습니다
그러나 사뿐 사뿐 솜털 같은 함박눈이 내리면서 쌓이는 조용한 소리는 들을 수 없었지요
아파트에는 바람이 불어와도 창문이 조금 흔들리고 말뿐 밖에서 비가 오는 지 눈이 내리는지 알 수 없으며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가서 밖으로 나서면 그때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눈 내리고 얼음 꽁꽁 얼고 매섭게 쌩쌩 부는 바랑이 아무리 세차게 불어도 따뜻한 집에서 조금만 버티면 겨울은 곧 지나 가고 춘삼월 꽃피는 봄이 틀림없이 찾아 올 것 입니다
그리고 눈 내려 쌓이고 미끌미끌하여 발 미끄럼을 타며 추워서 오들 오들 떨고 귀가 시리던 기억들도 봄눈 녹듯이 곧 잊혀 버리게 되고 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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