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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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웃음 작성일 23-12-13 12:08 조회 1,027 댓글 0본문
어릴 때 토끼를 길렀다
토끼장은 집 뒤안 흙담 옆에 철망으로 아버지가 사과 괘짝보다 조금 크게 만들어 줬는데 토끼에게 먹이 주는 것은 곧 나와 동생의 담당이 되었다
하얀색 털이 북실북실, 커다란 빨간 눈알을 굴리면서 철망 사이로 풀을 넣어 주면 풀을 앞발로 잡고 하얀 윗니를 드러내며 오물오물 씹어 먹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웠는지 토끼장 앞에서 먹는 모습을 구경하느라 시간을 보내곤 했다
가끔 토끼장 청소를 위하여 커다란 두개의 귀를 잡고 들어 올려 밖으로 내 놓았는데 그 녀석을 땅에 내려 놓고 잘못 놓치기라도 하면 토끼는 넓은 뒷다리로 폴짝 폴짝 뛰면서 넓은 마당을 도망 다니는데 꽁무니를 쫒아 집안 여기 저기를 돌아 다니며 재빠른 녀석을 잡으려고 토끼와 달리기 시합을 했다
토끼장을 청소할 때 검은 콩 같이 작고 동글 동글 굴러 다니는 똥을 볼 수 있었는데 꼭 염소 똥 같다
토끼는 크면 한번에 7, 8마리 새끼를 낳는데 하얗고 작은 새끼들이 옹기종기 어미 옆에 모여있는 모습들이 어찌나 귀엽던지 풀을 주면서 토끼장 밖으로 꺼내 가슴에 꼬옥 껴안고 털을 살살 만지며 머리를 가만가만 쓰다듬고 동생도 함께 귀여워하며 놀았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오면 의례 낫을 들고 구럭을 어깨에 메고서 토끼풀을 뜯으려 밖으로 나섰는데 아버지가 지푸락으로 짜서 만들어준 구럭은 구멍이 듬성듬성하고 어깨에 맬수 있는 맬빵이 있어 하지 감자를 캐서 옮길 때도 편리했다
매일 풀 뜯으러 가며 구럭을 오래 가지고 다니다 보면 멜빵도 닳고 망도 찢어져 다시 만들어 줄 때까지 구럭 대신 대나무로 만든 논에 샛거리 나를 때 사용하는 네모난 가구를 들고 다녔다
사각사각 잘 먹는 토끼에게 한 구럭 가득 베어온 토끼 풀은 잘 해야 이 삼일을 버 티는게 고작이다
봄이 와서 가까운 논에 독새풀이 무성하게 자라면 독새 풀꽃이 피기 전까지는 그 독새풀을 삭삭 베어서 쉽게 한 구럭을 채울 수 있었다
그러나 논 바닥을 쟁기로 갈아 엎고 물을 채우기 시작하면 더 이상 독새풀은 벨 수가 없게 되지만 그래도 돋아 나는 민들레, 나숭개, 쓴너물 등 새로 난 풀이 많아 논둑이나 방죽 둑으로 가면 쉽게 한 구럭 채울수 있다
봄이 가고 여름이 다가 올수록 풀들은 더욱 무성해지고 풀이나 나뭇잎으로 종류가 다양해져서 구럭을 채우는 시간이 점점 줄어 들고 금방 가득 채워 집으로 돌아 올수 있었다
길가에 풀이 아무리 무성해도 쑥, 뱀딸기, 엉겅퀴, 갈퀴덩쿨, 쇠뜨기, 흰명아주, 소리쟁이, 익모초 등 먹기 곤란하거나 독성이 있는 풀을 피하여야 하고 잘 골라야만 했다
아카시아 나뭇잎도 훑어서 채웠고, 넓은 뽕나무 잎도 잘 먹어서 가지를 잡아 채며 뽕잎으로 구럭을 채웠다
토끼가 가장 좋아하는 풀은 역시 토끼풀이라 불렸던 클로버였고 토끼가 좋아할 만한 부드러운 풀들을 찾았으며, 우리 동네는 논과 밭, 방죽 그리고 야산이 있는 곳이라서 그런 풀들이 어디나 풍성하였다
비가 오는 날이면 풀이 젖어 있고 풀을 베러 다니기도 어려운데 풀이 떨어지고 없으면 그래도 할수없이 한손에 우산을 든채 낫질을 하거나 비옷을 입고 풀은 뜯어야 했다
젖은 풀을 먹으면 설사하고 병이 날까봐 풀을 잠시 말려 놓은 뒤 먹이던지, 미리 마른 먹이를 준비하여 놓아야 했는데 하고 걱정을 많이 하였다
토끼가 점점 커서 새끼를 낳아 식구가 늘어 나면 토끼 사는 집이 좁아져서 새 집을 더 지으며 기쁘기도 하였지만 점점 늘어나는 풀의 수요를 감당하기 위하여 더 많이 더 열심히 뜯어 날라야만 했다
가을 되어 고구마 캐고 콩을 수확할 무렵 쯤이면 낙엽져서 뜯을 수 있는 풀이 점점 줄어 들고 밭두렁, 논두렁, 가까운 앞산, 토끼산, 철둑 넘어 멀리 있는 논 고랑까지 이제는 풀을 찾으러 먼 동네까지 헤메고 다니지 않으면 안되었다
이제 한구럭 가득 채우려면 이웃 동네인 월현대나 목가동, 부용중학교, 봉살리, 사거리 그리고 철뚝을 넘어서 황산다리 옆 벌판 논두렁까지 멀리 돌아 다니며 아직 남아있는 풀을 찾았다
눈 내리고 얼음 어는 겨울에는 풀이 아예 없으니 미리 준비를 단단히 하지 않으면 토끼가 긴 겨울을 날 수가 없다
고구마순이나 잎파리 말린것, 콩 껍데기, 시레기 등을 준비하고 그런 것이 전혀 없을 때에도 토끼는 굶길 수는 없었다
우리가 깎아 먹던 생 고구마도 우리에 넣어주면 그걸 붙잡고 하얀 이빨로 스걱 스걱 소리를 내면서 잘 먹는다
귀여운 토끼를 기르는 것은 항상 즐거운 일은 아니며 매일 기다리는 토끼를 위하여 비가 오나 바람 불어도 풀을 뜯으러 나가야 한다
그래선지 풀을 뜯으러 다니다가 풀이 많은 방죽 둑이나 앞산 넓은 곳에 쇠말둑에 줄로 매어 있으면서 줄이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돌아다니며 한가하게 풀을 뜯고 있는 염소나 큰 소를 보며는 그 녀석들이 몹시 부러워 보였다
우리집 토끼도 저렇게 푸른 초장에 놓아 먹일수는 없을까 하고 한참 생각하여 보다가 이내 포기했다
혼자서만 아니라 동생과 교대로 풀을 뜯으러 다녔는데 어느 날은 풀을 뜯으러 가기가 이유없이 싫어지고 그때는 동생과 싸움하듯 윽박지르면서 억지로 구럭을 떠밀기도 했다
풀을 찾아 사방을 헤메다가 토끼산에 올라가 토끼풀을 뜯으며 행운의 상징 네잎 클로버를 찾으면 손에 들고 기뻐한 적도 있었는데 토끼산 한쪽에 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것을 보고 반가워 얼른 뜯으려 낫을 대고 보면 그 속에 소똥이 숨어 있었다
그 토끼산은 토끼와는 전혀 관련이 없고 가까워서 우리 친구들과 동네 사람들이 자주 놀러 오는 곳으로 작은 소나무와 오래된 무덤 그리고 잔디가 많은데 토끼처럼 작고 귀여워 붙혀진 이름으로 생각된다
풀을 뜯으러 다니다 그곳 언덕에 앉아 잠시 쉬곤 하였는데 저만치 철로에 칙칙 폭폭 지나가는 기차, 얼마전 새로 나온 디젤기관차가 이끄는 서울행 특급열차와 넓은 들녁을 바라 보며 경치를 감상하기도 했다
사료를 쌓아 놓고 주는 반려 동물 기르기와 비교하여 그때의 토끼 기르기는 봄, 여름, 가을 농촌에서 풍부한 좋아하는 신선한 풀을 제공하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또한 요즘 반려동물로써 집에서도 토끼를 많이 기르는 것 같은데, 우리 어렸을 때 처럼 토끼가 좋아하는 매일 싱싱한 풀을 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토끼장은 집 뒤안 흙담 옆에 철망으로 아버지가 사과 괘짝보다 조금 크게 만들어 줬는데 토끼에게 먹이 주는 것은 곧 나와 동생의 담당이 되었다
하얀색 털이 북실북실, 커다란 빨간 눈알을 굴리면서 철망 사이로 풀을 넣어 주면 풀을 앞발로 잡고 하얀 윗니를 드러내며 오물오물 씹어 먹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웠는지 토끼장 앞에서 먹는 모습을 구경하느라 시간을 보내곤 했다
가끔 토끼장 청소를 위하여 커다란 두개의 귀를 잡고 들어 올려 밖으로 내 놓았는데 그 녀석을 땅에 내려 놓고 잘못 놓치기라도 하면 토끼는 넓은 뒷다리로 폴짝 폴짝 뛰면서 넓은 마당을 도망 다니는데 꽁무니를 쫒아 집안 여기 저기를 돌아 다니며 재빠른 녀석을 잡으려고 토끼와 달리기 시합을 했다
토끼장을 청소할 때 검은 콩 같이 작고 동글 동글 굴러 다니는 똥을 볼 수 있었는데 꼭 염소 똥 같다
토끼는 크면 한번에 7, 8마리 새끼를 낳는데 하얗고 작은 새끼들이 옹기종기 어미 옆에 모여있는 모습들이 어찌나 귀엽던지 풀을 주면서 토끼장 밖으로 꺼내 가슴에 꼬옥 껴안고 털을 살살 만지며 머리를 가만가만 쓰다듬고 동생도 함께 귀여워하며 놀았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오면 의례 낫을 들고 구럭을 어깨에 메고서 토끼풀을 뜯으려 밖으로 나섰는데 아버지가 지푸락으로 짜서 만들어준 구럭은 구멍이 듬성듬성하고 어깨에 맬수 있는 맬빵이 있어 하지 감자를 캐서 옮길 때도 편리했다
매일 풀 뜯으러 가며 구럭을 오래 가지고 다니다 보면 멜빵도 닳고 망도 찢어져 다시 만들어 줄 때까지 구럭 대신 대나무로 만든 논에 샛거리 나를 때 사용하는 네모난 가구를 들고 다녔다
사각사각 잘 먹는 토끼에게 한 구럭 가득 베어온 토끼 풀은 잘 해야 이 삼일을 버 티는게 고작이다
봄이 와서 가까운 논에 독새풀이 무성하게 자라면 독새 풀꽃이 피기 전까지는 그 독새풀을 삭삭 베어서 쉽게 한 구럭을 채울 수 있었다
그러나 논 바닥을 쟁기로 갈아 엎고 물을 채우기 시작하면 더 이상 독새풀은 벨 수가 없게 되지만 그래도 돋아 나는 민들레, 나숭개, 쓴너물 등 새로 난 풀이 많아 논둑이나 방죽 둑으로 가면 쉽게 한 구럭 채울수 있다
봄이 가고 여름이 다가 올수록 풀들은 더욱 무성해지고 풀이나 나뭇잎으로 종류가 다양해져서 구럭을 채우는 시간이 점점 줄어 들고 금방 가득 채워 집으로 돌아 올수 있었다
길가에 풀이 아무리 무성해도 쑥, 뱀딸기, 엉겅퀴, 갈퀴덩쿨, 쇠뜨기, 흰명아주, 소리쟁이, 익모초 등 먹기 곤란하거나 독성이 있는 풀을 피하여야 하고 잘 골라야만 했다
아카시아 나뭇잎도 훑어서 채웠고, 넓은 뽕나무 잎도 잘 먹어서 가지를 잡아 채며 뽕잎으로 구럭을 채웠다
토끼가 가장 좋아하는 풀은 역시 토끼풀이라 불렸던 클로버였고 토끼가 좋아할 만한 부드러운 풀들을 찾았으며, 우리 동네는 논과 밭, 방죽 그리고 야산이 있는 곳이라서 그런 풀들이 어디나 풍성하였다
비가 오는 날이면 풀이 젖어 있고 풀을 베러 다니기도 어려운데 풀이 떨어지고 없으면 그래도 할수없이 한손에 우산을 든채 낫질을 하거나 비옷을 입고 풀은 뜯어야 했다
젖은 풀을 먹으면 설사하고 병이 날까봐 풀을 잠시 말려 놓은 뒤 먹이던지, 미리 마른 먹이를 준비하여 놓아야 했는데 하고 걱정을 많이 하였다
토끼가 점점 커서 새끼를 낳아 식구가 늘어 나면 토끼 사는 집이 좁아져서 새 집을 더 지으며 기쁘기도 하였지만 점점 늘어나는 풀의 수요를 감당하기 위하여 더 많이 더 열심히 뜯어 날라야만 했다
가을 되어 고구마 캐고 콩을 수확할 무렵 쯤이면 낙엽져서 뜯을 수 있는 풀이 점점 줄어 들고 밭두렁, 논두렁, 가까운 앞산, 토끼산, 철둑 넘어 멀리 있는 논 고랑까지 이제는 풀을 찾으러 먼 동네까지 헤메고 다니지 않으면 안되었다
이제 한구럭 가득 채우려면 이웃 동네인 월현대나 목가동, 부용중학교, 봉살리, 사거리 그리고 철뚝을 넘어서 황산다리 옆 벌판 논두렁까지 멀리 돌아 다니며 아직 남아있는 풀을 찾았다
눈 내리고 얼음 어는 겨울에는 풀이 아예 없으니 미리 준비를 단단히 하지 않으면 토끼가 긴 겨울을 날 수가 없다
고구마순이나 잎파리 말린것, 콩 껍데기, 시레기 등을 준비하고 그런 것이 전혀 없을 때에도 토끼는 굶길 수는 없었다
우리가 깎아 먹던 생 고구마도 우리에 넣어주면 그걸 붙잡고 하얀 이빨로 스걱 스걱 소리를 내면서 잘 먹는다
귀여운 토끼를 기르는 것은 항상 즐거운 일은 아니며 매일 기다리는 토끼를 위하여 비가 오나 바람 불어도 풀을 뜯으러 나가야 한다
그래선지 풀을 뜯으러 다니다가 풀이 많은 방죽 둑이나 앞산 넓은 곳에 쇠말둑에 줄로 매어 있으면서 줄이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돌아다니며 한가하게 풀을 뜯고 있는 염소나 큰 소를 보며는 그 녀석들이 몹시 부러워 보였다
우리집 토끼도 저렇게 푸른 초장에 놓아 먹일수는 없을까 하고 한참 생각하여 보다가 이내 포기했다
혼자서만 아니라 동생과 교대로 풀을 뜯으러 다녔는데 어느 날은 풀을 뜯으러 가기가 이유없이 싫어지고 그때는 동생과 싸움하듯 윽박지르면서 억지로 구럭을 떠밀기도 했다
풀을 찾아 사방을 헤메다가 토끼산에 올라가 토끼풀을 뜯으며 행운의 상징 네잎 클로버를 찾으면 손에 들고 기뻐한 적도 있었는데 토끼산 한쪽에 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것을 보고 반가워 얼른 뜯으려 낫을 대고 보면 그 속에 소똥이 숨어 있었다
그 토끼산은 토끼와는 전혀 관련이 없고 가까워서 우리 친구들과 동네 사람들이 자주 놀러 오는 곳으로 작은 소나무와 오래된 무덤 그리고 잔디가 많은데 토끼처럼 작고 귀여워 붙혀진 이름으로 생각된다
풀을 뜯으러 다니다 그곳 언덕에 앉아 잠시 쉬곤 하였는데 저만치 철로에 칙칙 폭폭 지나가는 기차, 얼마전 새로 나온 디젤기관차가 이끄는 서울행 특급열차와 넓은 들녁을 바라 보며 경치를 감상하기도 했다
사료를 쌓아 놓고 주는 반려 동물 기르기와 비교하여 그때의 토끼 기르기는 봄, 여름, 가을 농촌에서 풍부한 좋아하는 신선한 풀을 제공하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또한 요즘 반려동물로써 집에서도 토끼를 많이 기르는 것 같은데, 우리 어렸을 때 처럼 토끼가 좋아하는 매일 싱싱한 풀을 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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