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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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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웃음 작성일 23-08-31 09:17 조회 1,11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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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오랫만에 이웃 동네 친구를 만나 함께 지낸 어린시절, 아득한 그 때를 떠 올리며 주고 받은 이야기는 그때 재미가 있었던 수로와 도랑에서 고기 잡던 일이었으며 그때로 한번 다시 돌아가 본다

어렸을 때 맑은 물속에서 고기들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많이 볼수 있었지

시냇물은 졸졸 졸졸 ~
고기들은 왔다 갔다 ~ ♪

우리 고향에서는 방죽에서 수로를 따라 흐르고, 흘러서 넓은 벌판을 먹여 살리는 맑고 풍성한 물이었다

둘 다 농촌에서 자라 가까운 방죽이 옆에 있었고 모를 심기 위하여 수문을 열어 놓으면 소용돌이와 함께 흘러 내려가는 맑은 물을 볼수 있었고 그 속을 자세히 드려다 보면 물살을 타고 살살 꼬리를 움직이며 올라 오거나 가만히 그자리에서 지느러미를 슬슬 움직이며 헤엄치는 고기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 어릴 때는 그런 고기를 잡으러 다녔었다

수로에 내려가는 맑은 물을 거슬러 올라 오는 고기를 대소쿠리로 건져 잡거나 가장자리 풀 속에 숨어 있는 고기를 맨손으로 잡는 것은 당시 라디오나 장난감 조차 없던 시골에서 무엇보다도 재밌는 일이었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생활이었던 것 같다

처음엔 친구들 고기 잡는 모습을 바라 보다 소쿠리가 없지만 수로 한쪽으로 들어가서 그냥 손으로 흐르는 물에서 졸졸 모여 있는 송사리를 잡았는데 무척 신기하여 검정 고무신을 벗어 물과 함께 고기를 고무신에 담아 들고 맨발로 걸어 집으로 가져 와 양철 수대에 넣고 그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물속의 작은 고기들이 살살 헤엄치며 수대 안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재미 있어 혼자 오랫 동안 바라 보았다

다음에는 바지를 걷어 올리고 물이 무릎 올라오는 수로에 들어가서 가장자리 풀 밑을 한참 동안 손으로 살살 더텃는데, 별안간 '푸드득'하며 커다란 붕어가 내 손에 잡혔을 때 그 기쁨 . . !
물 밖에 나와서도 손바닥 만한 붕어가 내 손바닥에서 '퍼덕, 퍼더덕 . .' 다시 물속으로 도망치려 하는 놈을 행여 놓칠세라 두 손을 꼭 움츠리며 잡았던 그 감촉 ! ! !
물속에서는 도망 다니는 붕어를 그렇게 손으로 잡아보지 못한 사람은 아마 모를 것이다

나중에는 보기 드문, 작고 예쁜 금붕어를 닮은 각시 붕어도 잡을 수 있었다

동네 쪽 펄시암 방죽에서는 콸콸 나오는 물은 수로가 없이 곧바로 논으로 들어 가는데 출구에 붕어와 미꾸라지가 많았다
대나무 소쿠리를 가져와 붕어를 잡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가상의 무성한 물풀 밑을 더터서 잡히는 미꾸라지는 손으로 잡았다가, 잡아서 옮기다가 매번 놓치기 일쑤였다

미끌미끌한 것이 손가락 사이로 교묘하게 미끄러져 달아 나려는데 그런 놈을 어린 작은 손으로 굵은 미꾸라지가 손가락을 빠져 나가지 못하게 손가락에 힘을 꼭 쥐며 잡는 것이 상당히 어렵지만 기어코 미꾸라지 녀석을 이겨 냈을 때 그 성취감 !
비늘이 미끌 미끌한 미꾸라지를 손으로 잡아 보지 못한 사람들은 아마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길래 무슨 일에서나 요령을 피우면서 슬슬 요리 저리로 잘 빠져 나가는 사람을 미꾸라지 같다고 하지 않는가

부용 황산다리 밑에서 헤엄치며 놀다가 우연히 발바닥에 밟히는 민물 조개를 몇 개 잡아다 집에 가져 와 우물가 확독에 물과 함께 넣어 놓았었다
다음날 가보니 말조개들이 커다란 하얀 발판을 드러내며 확독 안 맑은 물속 매끄러운 돌바닥 위를 수물수물 기어 다니고 있었다
참 신기하였는데 그런 일은 요즘 수족관에서도 보기 힘든 나 혼자만 느꼈던 특별한 즐거움이었던 것 같다

모내기 끝나고 벼가 자라는 시기에도 수로를 통하여 논으로 계속 물을 흘려 보냈는데, 물이 흐르는 동안 수로에 고기들이 많아 동네 아이들이 모여서 왁자지껄, 그곳은 항상 우리들이 고기를 잡으면서 재미있고 즐거운 놀이터가 되었었다

그러는 동안 계속 비가 내리지 않고 가물게 되면 방죽은 물이 서서히 빠지고 나중에는 바닥을 드러내며 방죽 안에 여기 저기 웅덩이가 생기기 시작한다
그러면 방죽 안에 있던 고기들은 여러 웅덩이로 갈라져 갇혀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되는데, 어떤 웅덩이는 고기가 많아 물반, 고기반인 곳도 있고 그 곳들은 커다란 방죽에서 살던 붕어, 메기, 가물치들이 좁은 곳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물이 많이 있는 큰 웅덩이는 어른들이 들어가 가래치기로 여기 저기 물속을 철벅거리며 다니는데, 우리들은 고기들이 많이 있을 만한 둠벙 하나를 골라 차지하고서 낮은 쪽에 망을 대고 바가지와 대야로 물을 열심히 퍼내면 조금 뒤 슬금 슬금 낮은 물 뻘 위에 드러나는 고기를 잡았는데 꾸물 꾸물 움직이는 고기를 그냥 손으로 줏어 담으며 잡는 것도 재미있고 참 신나는 일이다

그러나 비가 계속 내려서 방죽 물이 마르지 않고 가득 차 있으면 둑 길을 걸어 가면서 맑은 물 위에 송사리 떼들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런 고기들은 잡고는 싶지만 그건 어림없는 일이고, 물 속 물풀 사이에서 살던 큰 고기들이 물 위에 날고 있는 잠자리를 낚으려고 가끔 위로 올라와서 모습을 드러내면, 깊은 물속에는 얼마나 많은 고기들이 살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그러면 강태공들이 하나, 둘 방죽 둑 이곳 저곳에 자리 잡고 낚시하고 시간을 낚으며 붕어를 잡아 대나무 고기 통에 '푸다닥' 넣곤 하였는데 옆에 앉아서 한참을 구경하다가 문득 나도 그런 붕어를 잡고 싶어진다

집에 가서 마디가 울퉁불퉁하지만 긴 대나무를 찾아서 어머니 반짓 그릇에 있는 실패의 바느질 실을 길게 끊어서 대나무 끝에 연결하고, 수수 대가리를 잘라서 수수깡으로 찌를 만들었다
낚시와 추는 가게에서 구입하고, 미끼를 위하여 부엌에 들어가 찬장 위에 있는 찬밥 양푼에서 밥테기 한 덩어리를 떼어 내고, 우물가 도랑 옆을 파서 땅속에 수물 수물 움직이고 있는 지렁이를 잡아 가지고, 방죽 둑 한쪽을 차지하고 앉아서 낚싯대를 물에 던졌다

주로 붕어가 잡혔고 이따금 빠가사리가 올라 오기도 하는데 미꾸라지가 잡힐 때는 그놈을 바늘에서 떼어 내느라 힘들었으나 커다란 메기나 가물치는 잡을 수 없었다
고기를 잡아서 강아지풀에 꿰어 집에 가져 오면 그날 저녁 찌게에 넣어 붕어나 미꾸라지의 잔뼈가 씹히는 맛있는 고깃국을 식구들과 둘러 앉아 먹을 수 있었다

그땐 수로 뿐만 아니라 또랑(도랑)이나 물이 고여있는 논에도 여기 저기 고기가 살고 있어 송사리, 우렁, 미꾸라지, 뱀장어 등을 물을 푸면서 잡을 수 있었으며, 아마 다른 동네에서도 비슷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60년대 후반 무렵 부용 뜨락의 논들이 모양과 높낮이가 제각각이던 것을 모두 반듯하게 만들고 수리조합 물을 공급하는 경지 정리를 실시하고 나서 방죽은 더 이상 농사용 물을 내려 보내지 않아도 되었으니 점차로 방죽도 황폐해지고 고기들을 더 이상 잡지 않게 되었다
시골 농촌을 떠난 후 도시에서는 붕어, 미꾸라지를 볼 수 없었다 

물고기 천국이던 곳은 폐허로 되고, 방죽에서 부터 시작되는 작은 수로는 아직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나, 물이 흐르지 않는 수로의 어덕에는 무심한 풀들이 수북히 자라며 흐르는 세월 속에 아직 남아 있을 테지만 그 이후로 우리들이 어렸을 때 느꼈던 그런 즐거움을 가질 수 없는 세상으로 변한 것 같다

어릴 때 자연 속에서 우리들은 고기를 보고 좇으며 찾아 다니기도 하고, 떨키기도 하면서 고기를 잡는 즐거움을 맛 볼수 있었으나, 요즘에는 어른들도 그러한 즐거움을 찾으러 낚시터나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는 낚시광들이 많은 것 같다

그중 일부는 고기를 힘들게 잡아서 도로 놓아 주곤 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은데 우리 어릴 때와 비슷하게 고기를 잡아 올리는 짜릿한 손맛의 즐거움을 그저 느끼려는 사람들인 것 같기도 하다


    맑게개인 아침  뚜루루루
        낚싯대를 메고  차박 차박
    발걸음 가볍게  뚜루루루
        고기잡이 가네  차박 차박

    여기 앉아 잡아 볼까 ~
        저기 앉아 잡을까
    미끼 달아 놓고서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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