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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고 실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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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웃음 작성일 23-04-15 17:59 조회 1,27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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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고 실습
작은 쇳덩이를 주면서 다 닳은 줄(야스리)로 깍아서 망치를 만들라는 실습과제를 친구들은 다들 기억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은 공고입학 후 첫 실습과제였고 왼쪽 첫번째 실습실에서 였다

쇳덩이를 바이스에 물려 늫고 야스리로 열심히 밀어 보는데 선배들도 썼던 것으로 보이는 야스리는 깍는 산이 다 닳아 미끌 미끌하여 쇳덩이가 전혀 깎이지 않았다
다른 친구들도 거의 비슷하였을 것이다
그래도 어떡하나요 ?
자꾸 문지르니 마찰이 되어서인지 닳아선지 오랫동안 쇳덩이와 실갱이하다 보니까 대충 망치 모습이 되어 가는것 같은데 아예 포기하는 친구도 있는 것 같다

이학년때 우리 교실은 본관의 현관 입구 바로 위층이었고 전기를 배우던 한창때 우리들은 호기심이 많았던 것 같다
교실 한구석에서 친구와 함께 옛날식 투박한 우유빛 이어폰에다 유리 속이 드려다 보이는 주황색 띠가 그려진 다이오드를 연결하고 그 다이오드 한쪽 리드선을 철 구조물에 갔다 댔더니 간단한 장치인데도 이어폰에서 여자 아나운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근방 옛 전북 공대옆 기독교방송 안테나의 전파를 잡은 것 같고 그게 호기심의 시발점이 된것 같기도 하다

이후 권총 고대를 만들었다
친구가 가진 것을 보고 따라서 시내 전업사에서 작은 트랜스, 얇은 코일, 평각동선, 절연지 등을 사왔다

집에서 얇은 코일을 절연지 위에 며칠에 걸쳐 촘촘히 감고 거기에 여러장의 철심을 하나씩 차근차근 조립하고 그 위에 평각 동선을 구부려 두번 감고 끝 부위 팁에 가는 동선을 연결하여 변압기 원리 이용하여 많은 전류를 흐르게 하는 것인데 100V 전원을 넣으면 팁에서 납이 스르르 녹았다

손잡이도 설치하고 거기에 현관 초인종용 보턴을 달아서 쬐끄만 빠이롯트 램프를 연결하면 램프에 불이 들어 오면서 납이 살살 녹는 것은 신기하고도 재미있었다
그때 권총 모양 검정 고데를 시중에서 팔았는데 그것을 살 염두를 못냈지만 모양이 그럴듯하면서 내가 만든 권총 고대는 납땜할 수 있었고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납땜하고 조립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고데를 사용하여 뭘 만들려 해도 우리 집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것이 조금 문제였지만 . .
꼭 필요할 때는 전기가 있는 큰집으로 갔다

실습시간에 모터 권선을 감았었다
단상모터의 권선을 감았는데 모터 코어에 코일을 일일이 감는 것은 정성을 들여야 했고 시간이 꽤 걸리는 일이었다
옆 모습은 동그랗고 원형 안에는 빙 둘러 철심 홈이 여러개 나 있어 홈에서 다른 홈으로 에나멜 코일 껍질이 벗겨지거나 절연이 파괴되지 않도록 잘 감는게 어려운 일이다

빨리 먼저 만드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다 감은 모터는 단상 전원을 넣었을 때 '횅 -'하고 돌아가야 한다

나도 열심히 코일을 다 감고 선생님한테 가지고 가서 전원을 연결하여 보는데 '윙 --'하는 진동음만 나면서 모터 축이 돌지 않는다
그것 참 !
오랜 시간을 걸쳐서 열심히 정성들여 권선을 감았었는데 다 헛일을 했단 말인가 ? 하며 기대에 비하여 실망이 매우 컸지만 할수 없다
도로 가지고 와서 자세히 살펴 보니 단상이라 스타팅 코일이 필요했고 그 스윗치가 아무래도 수상하다
거기에 이상 있음을 알게 되고 점점을 고쳐 전원을 넣었더니 '왱 -'하는 소리가 나면서 조용하게 잘 돌았다

무엇보다도 실습의 하이라이트는 진공관 5구 슈퍼 조립이었다
그때 황호직 선생이 담당했었고 선생님은 부품을 타러 갈 때마다 저항 색깔 읽는 법, 회로 읽는 법 등을 질문했고 모르면 진공관 등 부품을 주지 않았다

권총 고대를 조립한 바 있는 나는 의기 양양하여 제일 먼저 소리를 내보고 싶은 마음에 내 권총고데를 사용하면서 열심을 부렸으나 그렇게 쉽지 않았고 아마 2 등으로 스피커가 쿵쿵 울리는 소리를 들은것 같다

이어서 다른 친구들도 소리를 내기 시작했는데 실습실이 스피커 소리로 울리며 붕붕, 쾽쾅 그리고 주파수 조절 소리, 때로는 부드러운 소리, 그때의 감동의 소리들을 기억한다
진공관 앰프는 음량이 풍부하면서 쿵쿵 울리는 소리를 잘 냈지만, 이후 트랜지스터와 소형 라다오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진공관은 빠르게 사라져 갔다

그러나 내가 만든 진공관의 박력있는 음의 여운이 아직 남아 있었는데 진공관의 따사로운 소리는 다시 후대 음악 애호가들에게서 인정을 받게 되고 나는 다시 진공관 앰프를 만들고 그 소리를 들어 보는 꿈을 꾸었지만 아직까지 실현하지 못했다

공기가 닫는 면에 따라 용량이 변하여 주파수를 선정하는 가변 콘덴서, 다리 위치로 E,C,B 를 구별하던 트랜지스터, 동조코일, 권선저항 등은 이제는 찾아 볼수 없는 유물이 되어 버렸다

그때 졸업 이후 취업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일부 친구들은 방향을 이미 돌렸을 때로 그 친구들 한테는 실습시간이 고역이었을 것이다

얼마전 모교 방문시 실습실을 찾아가 보니 그때와는 다른 현대에 맞게 실습내용도 많이 달라진 것을 보았다

그중 라스베리 파이라는 주먹만한 컴퓨터 응용반도 있었는데, 그것은 내가 퇴직후 시간 여유가 있어 그걸 이용하여 주식시세 표시기처럼 글자가 흘러가는 LED 전광판을 만들었고 나중에는 원격으로 휴대폰에서도 글자를 바꿀수 있는 프로그램 준비를 하였었다

그 때문에 홈페이지도 만들었지만 장고 끝에 계획을 포기했는데, 10년만 더 젊었더라면 그 컴퓨터 프로그램과 씨름하는 것을 시도하여 볼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라스베리 파이는 주먹만한 PC 가 데스크탑 컴퓨터의 일을 할수 있어 잘 응용하면 생활가전 제어분야 등 얼마든지 유익한 용도로 실 생활에 적용할 수 있어 현 공고생들 한테도 충분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내글을 보내주는 인연으로 옛친구를 최근 만났는데 공고에 입학하여 고1 방학 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인문계인 남고로 다시 돌아가 1년 늦게 졸업하고 서울대, 박사거쳐 부경대에서 교수로 제대한 친구였다
이야기 중 대학교에서 공고 출신 입학을 일정 비율로 배려하게 되어 있는데 그에 대하여 실망하는 눈치이고 그걸 물어보는 것이다

내 경험으로 보아 뛰어난 사람은 그가 어디에 있던지 반드시 빛이 나고 드러나게 되어 있으며 학력과는 관련이 없는 것이라고 말해 주었는데, 비록 정답은 아닌 것 같지만 . .

공고를 나온 우리 동창들, 그중에도 뛰어나고 꾸준히 노력하여 교수가 되고 사장이 된 친구가 얼마나 많은가 !

어려운 시절, 공고를 졸업했지만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약하고 나라의 경제 발전에 이바지했던 주역이었으며 훌륭한 인재들이었던 우리 친구들을 늘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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