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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 비닐 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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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웃음
댓글 0건 조회 1,572회 작성일 22-08-2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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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점방 안쪽에 비스듬하게 누워있는 큰 병에 들어있던 눈깔보다 더 큰 알사탕을 살때는 그저 손바닥에 받아 왔지만 샘비과자나 따뜻한 앙꼬빵은 봉투에 받아 왔었다

그런 봉투에는 교과서 인쇄하며 파지로 나온 것들이나 신문지 등으로 만들어서 때로는 풀빵을 먹다가 종이 봉지에 써있는 읽을 거리에 푹 빠진적도 있다
그 내용은 종이 한장의 내용으로는 제한적이라 읽다가 김만 뺄 뿐이지만 . .

'국수는 밀가루로 만들고
국시는 밀가리도 맹근다.
밀가루는 봉지에 넣어 팔고
밀가리는 봉다리에 넣어 판다.

봉지는 가게에서 팔고
봉다리는 점빵에서 판다.'
라고 할 만큼 종이로 만들었던 봉지는 항상 주위에 있었고 친숙한 것 같다

80년대 중반 군산에서 우리회사 직원이 교대 근무하며 부업으로 비닐봉지 제작공장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 무렵 부터 종이 봉지같이 가벼운 비닐 봉지가 널리 퍼지고 지금은 벼라 별 곳에 사용되며 온 세상에 일상화 된것 같다

태안 발전소에서의 일이다
별안간 터빈실에 물이 새고 있다는 연락에 달려 갔다
가면서 창문을 바라보니 바깥에 소나기가 억수로 내리고 있는데 . .
아니 !
오히려 창문 안쪽에 더 세게 비가 내리고 있는 것이다

밑에서 뛰어 올라 온 사람이 지하의 돌고있는 기계에 물이 차서 기기 위로 물이 올라 차고 있다는 말에 여럿이 그쪽으로 우루루 몰려갔다
아따 큰일이다 ! 하고 나는 옥상으로 향하는 여러 계단을 뛰어서 올라 헉헉 가고 있는데 직원 한명이 뒤 따라 왔다

가서 보니 비가 억세게 내리는 가운데 옥상이 한강되어 있었다
그러한 물속으로 들어가니 점점 무릎까지 올라 오는데 그 안쪽 가상쪽의 배수구로 가서 보니 뭔가가 밑에 구멍을 막고 있는것 같았다
구멍있는 데를 겉어 부친 발로 살살 더듬어 보면서 막고 있는 것을 발가락으로 옆으로 슬슬 밀어 제치니 물이 쪼아 - 악 - -

비닐 봉지가 여러 배수구 구멍을 모두 막고 있었던 것이다
옥상 여러곳 배수구마다 비닐 봉지가 막혀있는 것을 두 사람이 곳곳 물속을 찾아 다니며 발로 이리저리 밀어서 제거하니 많이 차서 한강 되었던 물들이 시원스레 쪽 - 쪽 -  소리를 내면서 사라져 버렸다

아마도 바로 옆에서 건설중이던 7,8호기 보일러 건물 높은 곳에서 날라 온 것들이다

그렇게 막고 있던 비닐 봉지는 보통 종이와는 다르게 물의 침투성에 아주 강하고 내용물의 무게에도 쉽게 찢어지지 않는 것 같다

올 여름에는 비가 많이 왔고 엄청난 빗물로 안양천이 불어나고 한강을 향하여 흐르는 세찬 물살 위에 두둥실 떠서 가고있는 테이크 아웃 커피잔과 비닐 봉지를 보았다
 
많은 물이 지나 가면서 많은 흔적을 남기고 갔는데 냇가에 심어져 있던 뿌리깊지 않은 나무들을 옆으로 눕혀 버리고 그 나뭇가지 위에 온갖 쓰레기를 걸쳐 놓았고 그중에 비닐 봉지도 연처럼 나무에 걸려 있었다

이제 더러워진 산책로, 자전거도로 옆에 쌓인 쓰레기를 줍기 위해 시민들이 나섰는데 저마다 손에 검정 비닐 봉다리가 하나씩 들려져 있었다

시장에서 식구들과 함께 즐겁게 먹을 것을 생각하며 복숭아, 사과 더미로 가득찬 큰 비닐 봉지를 양손에 무겁게 끙끙 들고 가고있는 아줌마 모습을 바라 보면서 사랑의 비닐 봉지의 위력을 새삼 깨달아 보지만 . .

한편으로 산속, 바다속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오랫동안 분해되지 않으며 자연을 파괴하면서 물고기의 주둥이를 막고 있을지도 모를 비닐 봉지를 생각해 보면 착잡하기도 하다

그러한 연유로 나는 "자연에 흔적을 남기지 말자" 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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