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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 방랑기 41 -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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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웃음
댓글 28건 조회 1,158회 작성일 25-07-28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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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시인 김삿갓 (41)  소에게 맡긴 판결과 쥐구멍 사건

"무슨 부탁을...."
"선생이 관북천리를 유람하시기를 단념하시고 우리 고을에 길이 머물러 주시면 저로서는 그 이상 고마운 일이 없겠습니다."
김삿갓은 너털웃음을 웃었다.
"말씀인즉 고맙습니다. 허나, 역마살에 치인 기러기 같은 넋을 타고난 사람보고 한곳에만 머물러 있으라 하시는 말씀은 무리한 말씀입니다. 얼마간 술이나 더 얻어먹다가 떠나가게 해주소서."

"선생! 문천 고을은 제가 관할하는 고을 올시다. 그러므로 선생께서 아무리 떠나시려 하여도 사또인 제가 못 떠나가게 하면 선생은 문천 땅을 한 걸음도 벗어나질 못 하실 것입니다.
하하하."
사또는 속마음이 담긴 농담을 하며, 어떡하든지 김삿갓을 오래 붙잡아 두고 싶어 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뒤였다.
사또는 퇴청하자 김삿갓과 술을 나누었는데, 어쩐지 그날따라 안색이 좋지 않았다.
"사또께서 오늘은 기색이 좋지 않으시니 무슨 골치 아픈 일이라도 생기셨습니까?"
김삿갓이 이렇게 묻자 사또는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오늘도 골치 아픈 송사가 또 하나 생겼습니다."
"백성 간에 시비가 생겼을 때 사또께서 흑백을 가려줘야 하는 것은 목민관의 본분이 아닙니까?"
"물론입니다. 허나 오늘의 사건은 워낙 아리송해서..."
"아리송하다뇨? 어떤 사건이기에 아리송하단 말씀입니까."
김삿갓은 호기심이 일어 물어 보았다. 사또는 술을 권하며 말했다.

"오늘의 소송 건은 내용이 지극히 단순한 사건입니다. 두메산골에 사는 촌부 두 사람이 황소 한 마리를 제각기 자기소라고 싸우다가, 사또인 저한테 주인을 가려달라고 소를 끌고 온 사건입니다. 그러니까 둘 중에 한 사람은 멀쩡한 도둑놈인 셈이지요. 그러나 저로서는 누가 소 임자이고 누가 도둑놈인지 전혀 가려낼 수가 없었다는 말씀입니다. 허참, 소에게 물어 볼 수도 없고..."
김삿갓은 그 말을 듣고 크게 웃었다.

"사또 어른, 해결책을 스스로 찾으셨습니다!"
"네?"
"지금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소에게 물어 본다고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사또는 김삿갓의 대꾸에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으며 김삿갓을 빠꼼히 쳐다보았다.

"소는 귀가본능이 어떤 동물보다도 강한 동물입니다. 그러기에 사람이 간섭하지 않고 그냥 놓아주어 버리면 소는 영락없이 자기 집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따라서 소가 어느 집으로 돌아가는가를 알고 나면 누가 소 임자이고 누가 도둑인지 절로 알 수 있게 될 것이 아니옵니까?"
사또는 그 말을 듣고 무릎을 치며 감탄한다.

"과연 너무도 절묘한 방법이시옵니다!"
그리고 나서 혼잣말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허참, 그렇게도 쉬운 방법이 있는 것을 나는 왜 깨닫지 못했을까. 그러고 보면 나 같은 위인은 애당초 사또가 될 만한 자격이 없는 것이 아닌가?"
김삿갓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선정을 베풀려고 너무 긴장을 하시다보니 오히려 냉정심이 흐트러진 탓이라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그런 점을 유념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좋은 충고의 말씀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금후에는 그런 점에 각별히 유념하도록 하겠습니다."

사또는 백성들로부터 "명관"이라는 칭송을 듣고 난 이후, 김삿갓을 어떤 일이 있어도 놓아주지 않으리라 결심을 하였다. 그리하여 날마다 향기로운 술과 기름진 안주로 김삿갓의 환심을 사기에 여념이 없이 하였다. 그러나 김삿갓에게는 술과 안주의 질과 양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며칠만 쉬어 가려던 계획이 달포가 지남에 따라 김삿갓은 마음이 밖에 있어 온 몸이 쑤셨다.
(사또에게 떠난다고 작별인사를 한다고, 그러라고 하진 않겠고... 어떡하든 붙잡으려 할 텐데... 제일 좋은 방법은 아무 소리도 없이 슬쩍 도망을 가버리는 것 밖에는 없겠구나...)

이렇게 마음을 다진 김삿갓이 슬며시 빠져 나갈 기회를 엿보고 있던 어느 날...
사또가 불시에 찾아와 이렇게 말을 한다.
"선생이 심심하실 테니 이제부터 재판구경이나 하시죠. 오늘은 매우 흥미로운 재판이 있을 예정입니다."

"흥미로운 재판이라뇨?"
가뜩이나 심심하던 김삿갓에게는 사또의 이야기 자체가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지금 여러 건의 재판이 밀려있는데, 그중에서 유뷰녀가 바람을 피우다가 남편에게 고발당한 사건도 하나 있습니다. 그 사건은 제법 흥미가 있을 듯하오니, 선생은 제 옆에서 구경을 하고 계시다가 제가 판결을 잘못 내릴 경우에는 옆에서 도와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김삿갓은 남의 재판에 관여할 생각은 없었지만 사또의 부탁을 거절하기가 난처하여 사또를 따라 동헌으로 나왔다. 이윽고 사또는 동헌 마루에 덩실 올라앉더니, 바람을 피우다 남편에게 고발을 당하고 끌려온 여인을 굽어보며 준엄한 어조로 문초를 시작했다.
"죄수는 듣거라. 너는 어엿한 남편이 있는 몸으로 그의 눈을 속여 가며 외간 남자와 계속 통정을 하였다니 우리 사회에는 삼강오륜이 뚜렷하거늘 유부녀가 어찌 그럴 수 있느냐!"
사또 앞에 죄인으로 끌려나오면 누구나 겁에 질려 몸을 떨게 되는 법이다.

그러나 문제의 여인은 떨기는커녕 눈도 하나 까딱 않고 도도하기 이를 데 없이 보였다.
여인의 옆에는 남편인 듯싶은 사내 하나가 웅크리고 서 있었는데, 몸을 떨고 있는 사람은 끌려나온 죄수가 아니라 오히려 그녀의 남편이었던 것이다.

김삿갓은 계집이 어떻게 생겨 먹었으면 저렇게도 당돌할까 싶어 여인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과연 사내들이 욕심을 부릴 만큼 교태롭게 생긴 계집이었다.
(계집이 예쁘고 교태롭게 생기면 얼굴값을 한다더니, 저 계집이야 말로 사내들을 호려먹게 생겼구나.)
사또는 심문에 응하는 죄인의 태도가 매우 불량해 보이자 화가 치밀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네 죄를 아직도 모르겠느냐? 어찌 대답이 없느냐?"
죄수는 그제서야 얼굴을 똑바로 들더니 사또의 얼굴을 말끔히 올려다보며 앙큼한 대답을 한다.

"쇤네가 외방 남자와 정을 통해온 것은 사실이옵니다. 허나, 남편을 속여 가며 정을 통해 온 일은 한 번도 없습니다. 쇤네의 행실은 남편도 이미 다 알고 있는 일이온데, 새삼스럽게 그것이 어째서 죄가 된다는 말씀이시옵니까?"
사또는 어이가 없는지 잠시 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남편 되는 자에게 물었다.

"그대의 아내는 그대의 허락을 받고 바람을 피웠노라 말을 하는데 사실이냐?"
사내는 두 손을 모아 잡고 머리를 굽신거리며 대답했다.
"집사람이 외간 남자와 정을 통해 오고 있는 사실을 소인도 알고 있기는 하옵니다만, 소인이 그러한 행실을 허락해 준 일은 결단코 없사옵니다."

사또가 그 말을 듣고 호통을 내지른다.
"예끼 이 못난 놈아! 여편네가 바람을 피우면 가랑이를 찢어 놓을 일이지, 뻔히 알면서도 그냥 내버려 두었다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리냐! 계집 하나도 다스리지 못하는 주제에 관가에 고발은 왜 했느냐?"

"아무리 그러지 말라고 타일러도 말을 들어주지 않기에 어쩔 수 없이 사또 전에 호소를 하게 된 것이옵니다. 사또 어른께서는 소인의 안타까운 심정을 굽어 살피시와 다시는 그런 일이 없게 해주시옵소서."
기가 막힌 소리다.

사또의 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김삿갓은 어쩌면 저리도 못난 사내가 있을까 생각하며 속으로 혀를 찼다.
사또는 계집의 행실이 생각할수록 괘씸타 여겼는지 계집을 굽어보며 준엄하게 말했다.
"죄수는 듣거라. 너도 지금 들은 바와 같이 네 남편은 네가 외간 남자와 통정을 하도록 허락해준 일이 한번도 없었노라고 하지 않느냐. 그러므로 남편의 허락도 없이 외간 남자와 통정을 한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죄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너는 아직도 네 죄를 깨닫지 못하겠느냐?"

그러자 계집은 두 손으로 땅을 짚고 얼굴을 들더니 사또를 말끄러미 올려다보며 말한다.
"매우 외람된 말씀이오나, 사또 전에 한 말씀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뭐가 알고 싶으냐. 어서 말해 보거라!"
그러자 요망한 계집이 따지듯이 말을 하는데, "쇤네 몸에 달려있는 내 것을 가지고 내 마음대로 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사또께서는 어찌하여 그것이 죄가 된다는 말씀이옵니까."
이에 사또는 분노가 폭발하여 벼락같은 소리를 지른다.

"네 이년! 아 가리 닥쳐라. 그것이 네 남편의 소유물이지, 그것이 어째서 네 물건이란 말이냐!"
사또와 죄수가 "그 물건"에 대한 소유권 문제로 언쟁이 벌어지자 김삿갓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사또가 과연 어떻게 결말을 지을지 무척 궁금하였다.

과연, 사또는 말끝마다 이 핑계 저 핑계로 말재주를 부리며 빠져나갈 몸부림을 치는 여인을 앞에 두고, 몹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다음 말이 언뜻 생각나지 않아 물끄러미 마당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무슨 생각이 났는지 별안간 손을 들어 마당구석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외쳤다.

"여봐라! 얼굴을 들어, 저기 기어가는 짐승을 보아라. 저게 무슨 짐승이냐?"
여인이 얼굴을 들어 바라보니 마당 한쪽 구석에서 쥐 한마리가 살금살금 기어가는 것이 보였다.
"저 짐승은 쥐가 아니옵니까?"
"그렇다! 저 짐승은 네 말대로 쥐가 틀림없으렸다!"

사또는 여인의 대 답에 일단은 못을 박았다. 그리고 "쉬잇!" 하고 큰소리를 내어 쥐를 쫓았다.
그러자 쥐가 기겁하여 쪼르르 도망을 치며 자기의 구멍으로 쏜살같이 들어가 버리는 것이었다.
그것을 보고 사또가 죄수에게 다시 물었다.

"쥐가 지금 어디로 들어갔느냐?"
"제 구멍으로 들어갔습니다."
"제 구멍이라니? 제 구멍이란 어떤 구멍을 말하는 것이냐?"
"제 구멍은 쥐구멍 아니옵니까?"

"저것을 어째서 쥐구멍이라고 하느냐?"
"사또님도 참! 쥐가 들락날락하니까 쥐구멍이라 하는 것이 아니옵니까!" 여인은 무심코 말을 지껄였다.
그러자 사또가 즉시 추상같이 다그치는데

"옳지! 이제야 네가 바른 말을 하는구나. 쥐가 드나드는 구멍을 쥐구멍이라 하듯이, 네 남편만이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그것이' 비록 네 몸에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네 것이 아니고 네 남편의 '것이' 아니겠느냐! 이제야 내 말 뜻을 알아듣겠느냐?"
여인이 자기 말에 걸려서 아무런 대꾸를 못하자, 사또는 지체 없이 최후의 판결을 내렸다.

"저 계집은 어엿한 유부녀임에도 불구하고 바람을 마음대로 피웠으니 파륜지죄(破倫之罪)를 범했음이 분명하다. 저 계집을 당장 끌어내어 다시는 오입질을 못하도록 곤장 삼십대를 쳐서 놓아 보내라."
사또가 서릿발 같은 판결을 내리자 김삿갓도 치밀어 오르던 체증이 한꺼번에 뚫리는 듯, 통쾌감을 느끼며 사또에게 이렇게 속삭였다.

"사또 어른! 이번 재판은 진실로 명 판결이셨습니다. 사또에 대한 백성들의 칭송이 갈수록 자자해질 것이옵니다."
"이제부터 처리해야 할 사건이 아직도 여러 건 남았으니 선생은 끝까지 지켜보아 주소서."
그러나 김삿갓은 지금이야말로 몰래 도망갈 기회라고 생각하고 사또에게 다시 작은 소리로 말을 했다.

"제가 속이 좋지 않아 잠깐 뒷간에 다녀오겠습니다."
김삿갓은 거짓 핑계를 대고 밖으로 나와, 부리나케 숙소로 돌아와 길을 다시 떠날 준비를 하며 달포 동안이나 자신에게 융숭한 대접을 해준 문천 군수 이호범 사또에게 그동안 고마웠다는 고별인사를 한 구절 써 놓았다.

樂莫樂兮 新相知  (낙막낙혜 신상지)
즐거움은 새 사람을 알게 된 것보다 더 큰 즐거움이 없고

悲莫悲兮 新別離  (비막비혜 신별리)
슬픔은 친구와 헤어지는 것보다 더 큰 슬픔이 없다.

김삿갓은 장장 한 달여 만에 다시 바랑을 지고, 삿갓을 쓰고, 지팡이를 잡으니, 날아갈 듯한 기분이었다.
이렇게 문천 관아 밖으로 홀연히 나서니 오랫동안 잊고 있던 산천초목이 자기를 새삼스러이 반갑게 맞아 주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오랜만에 느껴보는 해방감에 들떠 차츰, 읍내를 벗어나는 김삿갓의 발걸음은 여간 총총, 사뿐사뿐 하였다.


방랑시인 김삿갓 (42)  色酒家 주모와 내기_상편

문천에서 달포를 보낸 김삿갓, 어느덧 봄날은 다 가고 여름의 초입에 들어섰다.
김삿갓은 오늘도 북상하는 계절을 등에 두고 자꾸만 북쪽을 향하여 걸어갔다.
얼마를 가다 보니, "色酒家"라는 희한한 간판을 내건 주막이 있었다.
(색주가?... 美人計를 써서 술꾼들을 많이 불러 모으려고 이러한 간판을 내걸었나?)

​김삿갓은 술 생각도 간절했지만 괴상망측한 술집 이름이 궁금하여 수중에 돈 한 푼 없는 처지이나, 주막으로 거침없이 들어갔다.
김삿갓이 술청에 들어서자 저쪽에서 손님들과 히히덕 거리고 있던 주모가 반갑게 달려온다.
"어서 오세요. 손님도 소문을 듣고 우리 집에 '내기'를 하려고 오신 모양이죠?"
마흔을 넘어 보이는 주모는 젊은 계집처럼 얼굴에 분칠을 하고 어린아이들이 입는 녹의홍상(綠衣紅裳) 차림을 하고 있었다.
주모의 차림은 어느 모로 보나 어울리지 않는 차림이었는데, 김삿갓을 맞으면서 조차 두렁두렁한 왕방울 같은 눈을 가늘게 떠 보이며 배시시 웃는 통에 김삿갓은 '움찔' 하며, 여자가 징그럽다는 생각이 다들 정도였다. 김삿갓은 미욱한 입맛을 쩝쩝 다시면서 대꾸했다.

"나 술 한 잔 주시오... 나는 아무 소문도 못 듣고 지나다가 우연히 들렸는데, 이 집에 대해 무슨 특별한 소문이라도 있소?"
주모는 눈을 호들갑스럽게 뜨며
"우리집 소문이 얼마나 요란스러운데 손님은 그런 소문도 못 듣고 왔다는 말인가요?"
"그러게 말이오. 나는 색주가라는 간판이 희한하여 발걸음 했지."
그러자 주모는 또다시 호들갑을 떨며 비웃는 듯이 말했다.
"색주가란 '계집과 술이 있는 집'이란 뜻인데, 손님은 그런 뜻도 모르셨나요? 유식한 양반인줄 알았더니 ..." 하며 살짝 비꼰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술을 파는 집치고, 계집이 없는 집이 세상천지에 어디 있소? 내가 세상을 두루 편답을 하며 수많은 주막을 전전했지만, 소도둑놈 같은 사내놈이 술을 파는 주막은 본 바가 없소이다."
"그리고 보면 세상의 주막은 모두, 색주가라 할 수가 있을 터가 아니오? 그런데 이 주막은 술은 있어 보이는데, 계집은 안보이니 어찌된 일이오?"
김삿갓은 짐짓, 주모의 꼴과 하는 말이 괘씸하여 속마음을 '툭' 던져보았다. 그러자 주모 하는 말
"이보시오 손님! 손님 눈은 눈이 아니고 응가 구멍이오? 나 같은 미인을 앞에 두고 계집이 없다 하는 것은 무슨 몰상식한 말씀이오!" 하며 시비조로 나왔다.
"엇! 하하하하... 나는 그대가 하늘에서 내려 온 선녀인줄 알았지, 설마하니 주모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소! 오, 그대가 이집 주모였던가?... 그렇다면 어서 술이나 가져오라구!"
김삿갓이 너스레를 떨며 이같이 대꾸하자 주모도 조금은 마음이 풀어졌는지 말씨가 상냥하게 변하기는 하였으되, 고개는 좌우로 살랑살랑 흔들며 말을 한다.

​"그건 안돼요. 사전에 약속이 있기 전에는 술을 함부로 내놓을 수 없어요."
"것 참, 우습구려. 사전에 약속이 있기 전에는 술을 내올 수 없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리요?"
"우리 집에서는 술값을 먼저 받고 술을 내오는 첫 번째 방법이 있고, 두 번째는 먼저 술을 한잔 따라 놓고 손님과 내가 내기를 해서 손님이 이기면 술을 공짜로 드리지만, 손님이 지게 되면 술 석잔 값을 내놓아야 하는 방법이에요. 손님은 두 가지 방법 중에 어떤 방법을 택하시겠어요?"

김삿갓은 하챦은 계집과 내기를 하고 싶진 않았다.
그러나 가진 돈이 없으니 공짜 술을 얻어먹으려면 싫든 좋든 내기에 응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마침 잘 되었다. 내기를 해가지고 공짜 술을 얻어먹기로 하자. 어떤 내기를 걸어올지는 모르지만 설마하니 술이나 팔고 있는 돌대가리 같은 계집에게 지기야 하겠는가?..)
"별로 까다롭지 않은 내기로군. 아무튼 내기를 할 테니까 우선 술이나 한잔 가져 오라구!"

김삿갓이 이렇게 대꾸하자 먼빛으로 구경을 하던 손님 하나가 김삿갓을 향하여 손을 휘저어 보이면서 이렇게 소리친다.
"여보시오, 노형! 행여 주모하고 내기하지 마시오. 우리는 멋모르고 조금 전에 내기를 했다가 술은 한잔씩 밖에 못 마시고 여섯 잔 값을 뺏겼다오."
그러는 옆에 앉은 일행인 듯한 다른 사내는 계면쩍은 웃음을 보였다.
그러자 주모는 그 말을 한 손님 쪽으로 분노에 찬 눈초리로 쏘아 보며 말을 한다.
"이 못난 것들아! 내기에 졌으면 곱게 꺼질 일이지, 무슨 억하심정이 있다고 남의 장사에 훼방을 놓는 거야? 대갈통을 부숴버리기 전에 썩 꺼지지 못해!"
​주모가 진짜로 대갈통을 부숴버릴 도끼를 들고 나올 것 같은 서슬 퍼런 소리를 내지르자, 손님들이 혼비백산하여 줄행랑을 놓았다.

​김삿갓은 크게 소리 내어 웃었다.
"하하하, 이제 알고 보니 주모는 선녀가 아니라 주막 깡패로군 그래!"
"그나저나 내가 술을 한잔 먼저 따라 놓고 손님한테 말재주를 부릴 테니 손님은 즉석에서 그 말에 어울리는 답구를 해 주셔야 해요. 즉석에서 대답하지 못하고 어물거리면 지는 거예요 .알았죠?"
주모는 내기의 방법을 말해 놓고 술을 가지러 술청에 들어갔다가 금방 나왔다. "쪼르르..." 술 한 잔이 따라졌다. 주모가 따른 술을 김삿갓은 냉큼 집어 쭉 들이켜 버렸다.

"어머! 내기도 하기 전에 술부터 마셔 버리면 어떡해요."
"목이 타올라 못 견디겠는걸 어떡하나. 내기를 하고 나서 술을 마시거나, 술을 마시고 내기를 하거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그건 그렇지만, 내기에 지게 되면 술값은 틀림없이 석 잔 값을 내야 해요. 아셨죠?"
"어따, 걱정도 팔자일세... 어차피 공짜 술을 마시게 될 터이니 빨리 내기나 시작하자구."
"길고 짧은 것은 대 보아야 할 테니 단단히 각오하세요."

​이윽고 내기를 시작하는데, 주모는 허공을 잠시 바라보더니 문제를 말한다.
"오동나무 열매는 桐實 桐實! 댓귀 말을 하나 말해 보세요."
"내기가 고작 그 정도 인가?.. 보리 뿌리는 麥根 麥根... 어떤가?"

"어머! 손님은 제법 대답을 잘 하시네요. 그렇다면 오리는 십리를 가도 오리, 백리를 가도 오리 ... "
김삿갓은 소리를 내어 웃으며 대꾸했다.
"할미새는 어제 낳아도 할미새, 오늘 낳아도 할미새..."

​주모는 적잖이 놀래며
"새장구는 새 것도 새장구, 낡은 것도 새장구..."
"북은 동쪽에 있어도 북이요, 서쪽에 있어도 북이라!..."

김삿갓이 거침없이 대꾸를 하니 주모는 몹시 초조한 빛을 띄며 다음 문제를 말한다.
"槍으로 窓을 찌르니, 그 구멍은 창槍 구멍인가, 창窓 구멍인가?"
"그런 얘기는 얼마든 많네... 눈(눈)이 눈(眼)에 들어가 눈물이 나오니, 그 눈물은 눈(눈)물이라 할 것인가, 눈(眼)물이라 할 것인가? 주모의 대답을 듣고 싶네!"

"아이구 엄마야!... 내가 아직도 한 번도 져 본 일이 없는데, 손님에겐 못 당하겠네."
김삿갓이 막힘없이 힘들이지 않고 대답을 해대니 주모가 손을 번쩍 들며 졌다고 고백한다.
"사람이 솔직해서 좋군 그래... 헌데, 나는 아직도 술을 한잔 더 마시고 싶은데 내기를 더 하고 싶은 생각은 없는가?"
"정말이이에요?"
"물론이지."

"그럼 이번에는 문제를 바꿔 漢詩 짝 맞추기 내기를 할까요?"
"한시 짝 맞추기를?... 주모가 한시도 알고 있단 말인가?"
"이 양반이... 사람을 뭘로 보고 말하는 거예요! 내가 이래 뵈도 서당에서 삼년 동안 부엌떼기 노릇을 하는 통에 白首文을 통째로 외울 수도 있는걸요."
"재구삼년에 능풍월(齋狗三年 能風月), 서당개 삼년에 풍월을 읊는다더니, 주모가 "딱" 그 격일세, 허나.. 백수문을 통째로 외운다고 해도 한시까지 잘 할 수는 없을 텐데..."
"애고, 내 걱정을 마시고 손님 걱정이나 하시오."
주모는 어디, 믿는 구석이 있는지, 제법 당당하게 나온다. 김삿갓은 웃으며 말했다.

"좋소! 우선 술이나 한잔 더 따르고..."
주모는 술 한 잔을 또 따랐다.
김삿갓이 술잔을 들고 마시는 사이, 주모는 어디선가 종이 두루마리를 가지고 나타났다.
"한시 짝 맞추기 내기의 문제가 이 두루마리에 적혀있으니 빨리 내기를 시작하세요." 하며 자랑스럽게 두루마리를 흔들어 보였다.

김삿갓이 보건데, 어떤 선비가 장난삼아 한시 짝 맞추기 글을 적어 준 모양이다.
"내기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말해 주게. 아무래도 이번에는 내가 술값을 내게 생긴 것 같군."
김삿갓이 짐짓, 자라 모가지 집어넣듯, 어깨를 들어보이자 주모는 신이 나서 말을 한다.
"이 두루마리에는 다섯 개의 유명한 한시가 적혀 있어요. 첫 문제는 한 일자로 시작하는 한시이고, 둘째 문제는 二자로 시작하는 한시이고... 이런 식으로 五자까지 다섯 편의 시와
그 대귀가 모두 적혀 있어요. 그러니까 내가 한 문제를 낼 때 마다, 손님은 그 대귀를 대답하면 되는 거예요."
"어떤 놈팽이가 그걸 적어 주던가."
"그건 아실 필요가 없어요."

주모가 첫 문제를 읽으려 하자 김삿갓이 손을 들어 제지시켰다.
"가만 가만... 다섯 문제 중에 몇 문제를 맞춰야 이기게 되는가?"
"다섯 문제 모두를 맞춰야 해요. 한 문제만 틀려도 지는 것이 되요."
"그런 불공평한 내기가 어디 있단 말인가?"
"술장수 술을 공짜로 마시기가 그렇게 쉬운 줄 아세요. 호호호호...

​주모는 벌써부터 승리감에 도취된 듯 요사스럽게 웃어 젖혔다.
주)백수문은 천자문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지은이가 천자문을 완성하고나니 머리가 백발이 되었다해서 白首文이라고 합니다.


방랑시인 김삿갓 (43)  色酒家 주모와 내기_하편

"첫 문제는 一자로 시작하는 시예요. 내가 문제를 부르면 즉석에서 대답을 해야 해요, 아셨죠."
그리고 한시 한 줄을 읽었다.

"一粒栗中 藏世界"  (일립율중 장세계)
김삿갓은 주모가 읊은 시구를 듣고 크게 놀랐다.
이것은 오등회원(五燈會元)이라는 불서(佛書)에 나오는 시로서, 우주의 원리를 일곱 개의 글자로 집약해 놓은 너무도 심오한 시였기 때문이다.
김삿갓은 주모에게 놀란 음성으로 물었다.
"주모에게 누가 그처럼 심오한 시를 적어 주던가?"
주모는 이번에야 말로, 내기에 이길 자신이 생겼다고 여기는지, 의기양양하게 대답을 재촉한다.
"내기 문제를 누가 가르쳐 주었든 간에 대답을 못 하겠거든 빨리 손이나 드세요."
"허.. 참!" 

김삿갓은 주모의 태도를 마뜩하지 않게 여기며 댓귀를 불렀다.
"일립율중 장세계"   .. 좁쌀알 한 알 속에 온 세계가 숨어 있어
"반승당병 자건곤"   .. 반 되들이 솥 속에서 하늘과 땅을 삶는다.  (半升당丙 煮乾坤)

​주모는 문제가 적혀있는 종이 두루마리를 들여다보다가 김삿갓의 대답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고 크게 놀란다.
"첫 문제는 용케도 맞추셨네요. 그러나 두 번째는 안 될 거예요."
주모는 두 번째 문제를...

"이월강남 화만지"  (二月江南 花滿枝) 하고 말한다.
김삿갓은 즉각 대답했다.
"이월이면 강남에서는 가지마다 꽃이 피니" ........... "이월강남 화만지 "
"타향에서 한식을 맞는 이 몸 고향 생각 간절타"..... "타향한식 원감비" (他鄕寒食  遠堪悲)
"지금 이 시는 당나라 시인 맹운경의 한식일이라는 시렸다." ..

​주모는 약이 오르는지, 이번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세 번째 문제를 읊었다.
"삼오야중 신월색" (三五夜中 新月色)
김삿갓은 또 다시 짝을 맞춰 대답한다.
"삼오야중 신월색"  ... 한가위 보름밤에 달이 솟아 아름다우니
"이천리 외고인심"  ... 이천 리 타향 사는 친구의 마음은 어떠할까. (二千里  外故人心)

세 문제를 연거푸 척척 맞춰내니 주모는 초조한 기색을 보였다.
그러나 주모는 낙담을 하지 않고 네 번째 문제를 불렀다.

"四十餘年  睡夢中" (사십여년 수몽중)
주모가 문제를 부르자 김삿갓이 말했다.
"그 시는 명나라의 왕수인의 수기우성이라는 시라네. 내가 전문을 읊어볼 테니 들어보라구."
그리고 김삿갓은 시 한편을 줄줄 읊어 내렸다.

​"四十餘年 睡夢中"   (사십여년 수몽중)  
사십 여년을 꿈속에서 살아오다가

"능今醒眼 始夢용"   (능금성난 시몽용)  
이제야 깨어나니 눈앞이 텁텁하네.

"不知日巳 過停午"   (부지일사 과정오)   
해가 이미 한낮이 지난 줄도 모르고

​"起向高樓 撞曉鐘"   (기향고루 당효종)  
이제사 다락에 올라 새벽종을 치노나.

​주모는 내기 문제를 낼 때 마다 막힘없이 술술 풀어내는 김삿갓의 재주에 그만 넋이 나가버렸다.
실상인즉, 주모는 한시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손님들 돈을 우려먹을 심산으로 어떤 한학자(漢學者)에게 부탁하여 내기 문제를 받은 것이다. 그런데 김삿갓에게는 통하지가 않았다.
주모는 내기문제를 받을 때 한학자가 말했던 것을 기억해 냈다.
​"이 내기문제로 짝 맞추기 내기를 걸면, 백발백중 첫, 두 구절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할 게요. 만일 세 번째나 네 번째까지 알아맞추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우리나라 이태백일 것이오."

​사태가 이쯤 되니 주모는 내기에 이기고 지는 것이 문제되지 않았다. 김삿갓에 대해 인간적인 존경심이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주모는 감격어린 눈으로 김삿갓을 바라보며 말한다.
"손님이 한시에 이렇게 훌륭하신 분인지 미처 몰랐어요."
"내기를 하다가 무슨 소리를 하는 게요. 나머지 하나도 마저 부르시오."
"아네요, 손님처럼 위대한 학자님께 이 이상 내기를 하자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요. 승부는 끝난 것으로 하고 술값은 한 푼도 받지 않겠어요."
"웬일인가? 주모는 손님에게 내기 술 한 잔을 먹여 놓고 석잔 값을  받는 사람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래요. 못난 사내놈들에게 돈을 울거내기 위한 술책이었던 것은 사실이에요. 그러나 손님의 경우는 달라요."

"지금까지 내기를 해오다가 별안간 나의 경우는 다르다니 별일이군."
"손님은 학식이 너무도 높기 때문에 이제 와서는 존경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을 어떡해요."
"고맙네. 실상인즉 나도 돈 한 푼 없어. 내기에 졌더라면 크게 창피를 당할 뻔했구먼."
"네? 그런 거짓말은 하지도 마세요. 돈이 한 푼도 없는 사람이 술집에 어떻게 들어와요?"
 "색주가라는 간판을 보자 술 생각이 하도 간절해 돈 같은 것은 생각할 겨를 없이 덮어놓고 들어왔지."
"아이참! 기막혀라.. 생판 모르는 술집에 와서 무작정 무전취식을 하려는 배짱이었다는 말씀이에요?"
"나의 경우는 무전취식이 아니라 무전 취주라는 말이 옳겠지, 하하하."
"이제 보니 손님은 배짱이 보통이 아니시네요."
"돈 없는 놈이 배짱까지 없으면 술맛을 평생 못 보게 될 것 아닌가, 안 그래? 하하하..."


방랑시인 김삿갓 (44)  色酒家 주모의 팔자 고치기

"그나저나 어쩌다 주모는 돈밖에 모르는 여자가 되었나?"
주모의 내기 항복을 받아낸 김삿갓, 화제를 바꿔 주모에게 물었다.
그러자 주모는 갑자기 우울한 얼굴이 되며 신세한탄을 한다.

"나도 처녀 시절에는 남들처럼 꿈도 많고, 사랑도 얼마든지 잘 알 수 있는 여자였지요. 그러나 지금까지 여러 사내놈들에게 하도 많이 속아서 악녀가 되고 말았어요."
"사내놈들에게 얼마나 속았기에 악녀가 되었다는 말인가."
"내가 사내놈들에게 속은 이야기는 말도 마세요. 한두 번 속았다면 말도 안하겠어요. 자그마치 사내놈들에게 여섯 번이나 속았으니 악녀가 될 수밖에 없지 뭐예요."
"사내들한테 속은 사정이 매우 애석한데, 이왕이면 그 얘기를 들려줄 수 없을까?"

주모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좋아요. 이런 이야기는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을 결심을 했었지만, 손님에게는 특별히 얘기할께요."
그리고 주모는 김삿갓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주모의 이름은 "최순진,.. 함흥 변두리에서 태어난 그녀는 열다섯 되는 해에 이웃마을에 살고 있는 "고주태'라는 총각과 사랑을 속삭이게 되었다. 그러나 고주태는 순진이에게 임신을 시켜 놓고 어디론가 멀리 도망을 가버리고 말았다. 순진의 비극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열 달 만에 딸을 낳았으나 그 아기는 세상에 나온 지 스무하루 만에 죽고 말았다.

​두 번째 결혼한 남자는 광산촌의 뜨네기 광부였는데, 그 사내도 결혼 반년 만에 살림살이를 몽땅 팔아가지고 남의 집 유부녀를 데리고 도망쳐 버렸다.
사태가 이쯤 되고 보니 순진은 어쩔 수 없이 함흥으로 들어와 술집에서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그 생활 10년 동안 네 번이나 사내들에게 정을 주었다가, 그때마다 돈도 사랑도 잃어버리고 결국은 알거지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만나는 사내마다 모두가 도둑놈이었으니 돈 밖에 믿을게 뭐가 있겠어요."
주모의 말을 듣고 나니 그 신세가 무척 처량했다. 김삿갓은 껄껄 웃으며 농의 말을 던졌다.
"만나는 사내마다 도망치는 것을 보니, 주모의 옥문(玉門)이 항구형(港口型) 옥문인가 보군 그래."

주모는 김삿갓의 말뜻을 얼른 알아차리지 못하고 물었다.
"항구형 옥문? 그게 무슨 소리예요?"
김삿갓은 소리 내 웃으며 말했다.

​"묘자리에도 금계포란형(金鷄抱卵型)이니, 비룡승천형(飛龍昇天型)이니 하는 형국이 있듯이 여자들의 옥문에도 항구형이라는 것이 있거든. 이렇게 항구형 옥문을 가진 여자에게는 사내들이 가까이 왔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모조리 달아나 버리는 법이거든..."
김삿갓은 장난삼아 되는대로 말을 하였다. 그러나 주모의 표정은 자못 심각해졌다.
"항구형 옥문을 가진 여자에게는 사내들이 오래 붙어있지 못한다는 말씀이예요?"
"아무렴.. 항구라는 곳은 모든 배가 잠깐 들려서 짐을 싣기만 하고 떠나는 곳이 아니던가? 그래서 주모가 좋아했던 사내들이 한결같이 살림살이를 걷어 가지고 달아났던 것이지. 그러니 주모의 옥문은 보나마나 항구형 옥문이 틀림없을 것이야."

​김삿갓은 애초에 농담으로 시작을 했지만, 주모가 바싹 다가서며 관심을 보이자 이제는 농담이었다는 사실을 말할 수 없어 농담을 진담처럼 포장해서 말을 하였다.
주모는 김삿갓의 말을 듣더니 수긍이 되는 점이 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쉰다.
"손님 말씀을 듣고 보니 그렇기도 하네요. 그렇다면 나는 한평생을 혼자 살아야 할 팔자라는 말씀이에요?"

​김삿갓은 웃으면서 말머리를 돌렸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하지 말게. 아무리 항구형 여자라 해도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까."
그러자 주모의 눈이 반짝 빛나며 얼굴에 생기가 "좌르르" 돌아왔다.

그리고 얼른 김삿갓의 빈 술잔에 술을 가득 따르면서 앞으로 바싹 다가서며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란 어떤 방법인가요?" 하고 묻는다.
김삿갓은 주모가 따라 놓은 술 한 잔을 쭈욱 들이키고 웃으며 말한다.
"내가 그 비법을 알려줄 테니 잘 듣고 그대로 하라구.. 항구라는 곳은 배가 들어와서 짐을 싣고 떠나기도 하지만, 짐을 가득 싣고 와 짐을 부리기도 하거든. 주모는 지금까지 짐을 싣고 떠날 빈 털털이 배만 사랑을 해왔으니.. 결국은 재산을 모두 털리게 된 것이야.
하지만 이제부터는 가난뱅이를 사랑하지 말고, 돈 많은 영감님을 상대하라구. 돈 많은 영감님과 정분이 나면, 그 영감님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재산을 모조리 주모에게 아낌없이 부려놓게 될게 아닌가? 그런 방법을 쓰면 머지않아 주모는 부잣집 마나님으로 출세할 수 있을게야."

주모는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말한다.
"듣고 보니 과연 그렇겠네요! 손님은 어쩌면 그렇게 아는 것이 많으세요."
"항구형 옥문을 가진 여자는 돈 없는 사내를 상대하면 손해만 볼 것이니 앞으로는 꼭 돈 많은 영감님을 상대하라구. 오늘만 해도 나같이 돈 없는 나그네를 상대하는 통에 술값을 손해 보지 않았는가?"..

마침 그때, 밖에서 젊잖은 목소리로 주인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김삿갓이 방문을 반쯤 열고 내다보니, 의관을 젊잖게 차린 나이 육십쯤 보이는 노인 하나가 사립문 밖에 서 있었는데, 한 눈에 보아도 돈 푼깨나 있어 보이는 노인이었다.
김삿갓은 이 기회에 꽁무니를 빼려고 자리에서 일어날 자세를 보이며 주모에게 속삭이듯 말한다.

​"이것 보라구! 지금 문밖에 내가 말했던 돈 많아 보이는 영감님이 찾아 오셨어. 나는 뒷문으로 슬며시 나갈 터이니, 내 말대로 돈 많아 보이는 저 영감님을 잡으라구."
주모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하면서
"돈 많은 영감님이라고요? 문밖에 찾아온 영감님이 돈이 많은 분인지 어떻게 아세요?"
"아따, 사람 보는 눈이 이렇게도 어두워서야 무슨 장사를 해먹겠나. 지금 문 밖에 서있는 영감님은 짐을 잔뜩 싣고 항구로 찾아온 배라는 것을 알아야 해요.. 그러니까 주모는 빨리 융숭한 영접을 하여 저 노인이 싣고 온 짐을 주모에게 몽땅 부려놓도록 영감님 오장육부를 모조리 녹여 내리란 말이야. 항구형 옥문을 가진 여자는 돈 많은 사람을 상대하여야만 부자가 될 수 있다고 그만큼 알려주었는데, 아직도 못 알아들었단 말인가?"

​그제서야 김삿갓의 의도를 알아차린 주모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손님한테 좋은 말씀을 너무도 많이 들었는데 아무 대접도 못하고 이대로 헤어지면 어떡해요."
"나 같은 가난뱅이를 가까이 해보았자 손해날 것밖에 없다니까 그러네. 나는 뒷문으로 도망갈 것이니 저 손님 속히 맞아드려요."
김삿갓은 그 말을 끝으로 부랴부랴 뒷문으로 빠져 나와 버렸다.     

주모는 단단히 결심한바 있는지, 밖으로 달려나가 노인 손님을 맞아 들이며,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서 오십시요.  그렇지 않아도 어제밤 꿈자리가 좋기에 오늘은 귀한 손님이 오실줄 알고 여태까지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늙은 손님도 젊은 색시가 아양을 떠는 것이 싫지 않은지 호쾌하게 웃는다. 

"허허허 .. 꿈자리가 좋아 나를 기다려 주었다니, 말만 들어도 기쁘기 그지 없네 그려 ...
방안에는 다른 손님은 없는가 ? "
"아이 참, 방안에 있기는 누가 있겠어요.       
어젯밤에는 젊잖은 어른을 만나는 꿈을 꾸었기에,
오늘은 아침부터 영감님같이 젊잖은 어른이 나타나기만 기다리고 있은걸요.."
김삿갓은 뒷문 밖에서 거기까지 엿듣고 빙그레 웃음을 지으며 자기 갈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사실, 술을 공짜로 얻어 먹으려고 "항구형 옥문"이니 어쩌니 하고 수작을 부리게 되었지만 ..
그런 엉터리 말에 깜빡 속아준 주모는 앞으로는 돈 많은 영감님만 골라가며 상대하게 될것 이니 형편도 분명,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 틀림 없을 것이다.       
이러니 .. 오늘, 김삿갓이 얻어먹은 공짜술 몇 잔 값은 충분히 갚아준 것이 되지 않았던가 ?
이렇게 생각한 김삿갓은 빙그레 웃으며, 흔쾌한 발걸음을 이어갔다.


방랑시인 김삿갓 (45)  단천에서 만난 선비 최백호

김삿갓은 길주(吉州)를 향해 걸었다. 여러 날이 걸려 이름만 그럴 듯이 좋은 길주 땅에 당도하게 되었다.
길주는 옛날부터 과객을 절대로 재우지 않기로 유명한 곳이다.
계절은 북상할수록 마냥 아름다웠지만, 인심은 북상할수록 북풍한설 몰아치듯이 쌀쌀해져 가기만 하였고, 어느 집을 찾아가도 문을 닫고 본 척도 하지 않는 데는 기가 막혔다.

마침 그는 허씨들이 모여 살고 있는 어느 마을을 지나다가 기어코 날이 저물어 하룻밤 유숙을 원했지만 영 헛수고였다. 아무리 과객을 꺼리는 인심이라 해도 열 집에 한 집쯤 재워줄 만도 한데, 이렇게 고약한 동네는 처음 보는 일이었다.
"과연 과객의 지옥이로구나."
김삿갓은 하도 인심이 야박해서 화풀이 시를 한수 읊어 보았다.

吉州吉州 不吉州   (길주길주 불길주)  이름만 길주길주 하나 길한 고을은 아니고
​許可許可 不許可   (허가허가 불허가)  성만 허가했지 과객은 허가하지 않는구나.

김삿갓은 사흘 밤을 길주에서 보내며, 남의 집 처마 밑이나 빈 헛간에서 밤을 새우는 고생을 하였다.
이렇게 지긋지긋한 길주를 벗어나 고생 끝에 명천에 도착한 김삿갓, 이곳은 좀 나으려니 했더니.. 이곳 또한 이름만 허울 좋게 명천(明川)이지, 인심 사납기는 길주에 못지않았다.
원래 명천은 명태의 원 고장이다. 명태란 이름도 명천 사는 태(太)서방이 처음 잡은 고기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런 명태가 썩어버릴 정도로 많이 잡힌다는 명천 땅이지만 김삿갓은 그 북어 꽁지 하나 얻어 먹지도 못하고 고생만 했다.

​"허허, 이곳도 길주 뺨치는 곳이로다."
김삿갓은 두만강까지 찾아가보려던 애초의 계획을 접고, 명천 땅을 비웃는 글을 한 수 읊은 뒤 부지런히 다시 남하하기 시작했다.

明川明川 不明川   (명천명천 불명천)  명천명천이라고 부르지만 사람들은 현명치 아니하고
​魚佃魚佃 食無魚   (어전어전 식무어)  어전어전 자랑하지만 밥상에는 북어꽁지 하나 없구나.

​다시 길주를 거쳐 단천 땅으로 향하니 완연한 여름 날씨였다. 단천은 그나마 비교적 인심이 후한 고장이었다. 서당도 그랬고 민가도 그랬지만 웬만하면 술도 한잔 대접할 줄 아는 고을이었다.
김삿갓은 어느 날 단천의 유명한 남대천 물가로 나갔다.
옥같이 맑은 물이 얕은 천을 흐르는데, 오랫동안 목욕을 하지 못한 삿갓을 유혹하고 있었다.

(그래, 내 저 맑고 시원한 물에 들어가 목욕이나 한번 하자!)
김삿갓은 나무숲이 우거진 곳에 가서 옷을 훌훌 벗고, 목욕도 하고 입었던 옷도 대충 빨아서 바위위에 널고 마르는 동안 몸을 씻었다. 옷을 말리고 있는 동안 김삿갓은 모처럼 흥이 돋았다.
몸도 마음도 남대천 물속처럼 맑고 개운하였다. 자연히 그의 입에서는 시 한수가 읊조려졌다.

​춘수만사택  하운다기봉  (春水滿四澤  夏雲多奇峰)  봄물은 사택에 가득하고 여름 구름은 기봉이 많기도 하여라.

​일봉이봉 삼사봉  오봉육봉 칠팔봉  (一峰二峰 三四峰  五峰六峰 七八峰)

수유경작 천만봉  구만장천 도시봉  (須臾更作 千萬峰   九萬長天 都是峰)  잠깐사이 천만봉 구만장천 모두 구름봉

​김삿갓은 모래사장에 팔을 베고 누워 이같이 흥얼거렸다.
그러자 숲속에서 어떤 중년 선비 한사람이 부채질을 하며 나오더니
"허, 과객양반 실례하오. 혹시 댁이 김삿갓이라는 분 아니시오?" 하고 묻는다.

김삿갓은 생면부지의 사람이 자기를 알아보는 것도 신기한 일이지만, 함경도 땅에 퍼진 자신의 이름을 어느덧 알아듣고 묻는 말 같기에 일편 반갑기도 하였다.
"네 그렇습니다만 어떻게 제 이름을..."
"하하하, 역시 그분이군요. 어제 우리 마을 어느 서당에 들리신 적이 있지요? 그 서당에 갔더니 삿갓을 쓰신 과객 한 분이 다녀가셨다고 해서..."

"그래 일부러 저를 만나러 나오셨소?"
"그건 아니지만 나도 등물이나 할까하고 남대천에 나왔더니 어디서 시를 읊는 소리도 들리고, 삿갓도 옆에 있기에 혹시나 싶어 물었던 것이외다."
"그러셨군요.."

김삿갓은 그저 그렇게 인사치레의 말을 건네고 말았지만 중년의 선비는 자기를 소개 하였다.
"나는 이 마을에 사는 최백호(崔白浩)라고 합니다. 선생의 성가(聲價)는 익히 들었습니다."
"어떻게 저를 아셨는지?..." 

​김삿갓은 자기를 시성(詩聖)으로 칭하는 이유가 여간 궁금하지 않았다.
"허어, 제가 얼마 전에 외가인 안변에 다녀왔더니, 그곳 사또님 자제를 가르쳐 급제를 시켰다는 소문이 자자하더군요. 더구나 안변에 내로라하는 양반들을 시로써 옴쭉 달싹 못하게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어 어떠한 기성(奇聖)인지 한번 뵙고 싶었습니다."
"참, 무족지언 천리행(無足之言 千里行..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이라더니 별것도 아닌 일이 우습게 퍼졌군요."
"허.. 이렇게 대 시인 선생님을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과분하신 말씀 송구합니다."

​이렇게 하여 김삿갓과 최백호는 남대천에서 서로 알게 되었고, 최백호의 인품도 학문을 배워 준수한 선비의 풍모를 갖춘 터라, 김삿갓은 오랜만에 선비다운 선비를 만난 것을 기쁘게 생각했다. 그러니 같은 풍류객끼리 서로 글 얘기가 없을 수 없었다.
"최선생이 한 수 들려주시오."

​김삿갓이 먼저 백호의 시를 한 수 청했다.
"저 보다도 김선생님이 시인이시니 먼저 한 수 들려주십시오. 그 다음에 제가 하리다."
"그럼 운(韻)을 최선생께서 부르시지요."
"흐를 류(流)로 하지요." 최백호가 운을 띄웠다.
"허허, 강가니까, 어울리는 좋은 운자를 주셨습니다."
"하하, 김선생은 제 마음에 드는 말씀만 하십니다."

山始劍氣 衝天立   (산시검기 충천위)
水學兵聲 動地流  (수학병성 동지류)

산은 칼의 기상으로 하늘을 찌를 듯 서있고
물은 병정의 소리를 내며 땅을 울리고 흐른다.

​"호.. 과연, 삿갓선생의 기상이 보이는 작품입니다."
최백호는 진정으로 감탄하였다. 김삿갓은 자신의 시를 알아 보아주는 최백호를 바라보며 말을 하였다.
​"이번에는 선생 차례요."

"운은?"
"돌아올 회(廻)!"

​최백호는 잠시 시상에 잠기더니 글을 하나 내어 놓았다.

山欲渡江 江口立  (산욕도강 강구립)
水將穿石 石頭廻  (수장천석 석두회)

산은 강을 건너려고 강어귀에 서 있고
물은 돌을 뚫으려고 돌 머리를 돌고 있네.

​"허허.. 내 시보다 더욱 좋습니다."
김삿갓은  감탄했다.
"웬걸요. 김선생님 시에 비하면 졸작이지요."
최백호는 겸손하기만 했다.

​"헌데 최선생, 실례되지만 첫 구에 바랄 욕(欲)자를 아니 불(不)자로 바꾸고, 둘째 구의 장수 장(將)자를 어려울 난(難)자로 바꾸면 어떨까요? 그것이 더 자연스러울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山不渡江 江口立/水難穿石 石頭廻

산은 강을 건너지 못해 강어귀에 서있고
물은 돌을 뚫기가 어려워 돌 머리를 돌아가네.

​"듣고 보니 더 운치가 좋아졌습니다. 역시 대가다운 시인이시구려."

방랑시인 김삿갓 (46)  '과년한 詩人 곱단이'

"원 별말씀을, 죄송합니다. 함부로 최선생의 詩를 왈가왈부 해서...! "
김삿갓은 자기의 詩를 고쳤음에도 싫은 내색을 하지않고 오히려 고마워 하는 이 선비가 더없이 마음에 들었다.
"헌데 김선생, 내가 듣던것 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데 成婚은 하셨는지요 ? "

​"예, 成婚은 했습니다만, 선생께선 저보다 年歲가 높으신 것 같으니 말씀을 낮추시지요."
"허..! 천만에요. 내가 아직은 사십이 못 되었는데, 선생같은 詩客에게 그럴수야 없지요." 하며 그 역시 겸양의 말을했다.
이렇듯 두 사람이 잠시 세상일을 잊고 , 아름다운 단천변에 앉아 詩와 말을 주고 받으며 서로의 마음을 주고 받고 있었다.

"김선생, 다 있는데 술이 없구려...! "
"허허, 崔선생! 술은 없지만 물은 맘껏 있소이다 ! "
김삿갓의 이 말에 '최백호'는 호쾌하게 웃었다.

​"그런데요 최선생! 선생은 이 마을에서 무얼로 소일을 하시오 ? "
"하하, 나야 감농(監農: 종5품 벼슬로 농사감독)이나 하며 이렇게 가끔 산수간에 나와 풍월이나 읊조리며 살고 있지요."
"역시 고매하신 분입니다."
"김선생은 오늘은 어디로 가실 작정입니까 ? "
"저야 뭐 일정한 旅路가 없습니다. 그저 오늘은 이 강물이나 따라, 내려가볼까 합니다...! "
"참, 풍류객다운 말씀입니다. 그러나 이 강물을 따라가시면 바다 밖에는 없습니다."
"허, 그렇습니까 ? "

"김선생, 오늘은 딴 생각 마시고 우리집에 가십시다. 우리 사랑방에서 며칠 묵으시면서 근동에 글 좀 하는 詩客들을 모아, 풍월도 즐기시면 좋을 것 입니다. 내 꽤 너른 農事를 지어 의식주 걱정은 없는터라, 김선생이 여러날 계시더라도 ​소찬에 밥을 대접할수 있으니 사양치 마시기 바랍니다."
"글쎄올시다, 저야 떠도는 몸이니 아무래도 좋습니다만, 宅에 폐가 될듯하여...! "

​"허허, 자 갑시다. 가셔서 저녁이나 들고 우선 한잔씩합시다."
김삿갓은 최백호를 따라 그의 집으로 갔다.
최백호의 집은 과연 선비의 집이요 풍류객의 집이었다. 깨끗한 기와집의 네귀에는 풍경을 달았고 아름드리 기둥에는 좋은 글씨가 쓰여 있었다.

​사랑채에 안내된 김삿갓은 대청마루에 책장에 꼿혀있는 고금의 珍書가 즐비한 것에 놀랐고 이어 나온 주안상의 정갈한 솜씨에 안주인도 바깥 선비와 다르지 않음을 알수 있었다.
"자..! 한 잔 하십시다."
"네, 고맙습니다."

​이렇게 김삿갓은 '최백호'의 사랑에 열흘 가까이 머물면서 시름을 잊고 詩文을 나누며 기거하게 되자, 금강산과 안변, 문천과 함흥일대등 , 그가 거쳐 지나왔던 곳에서의 소문이 온 동네를 휩쓸고 있었다.
그때 마침, 그 마을에는 과년한 규수 詩人 하나가 살았으니 이름은 '곱단'이라 하였다.

곱단의 어머니는 옛날 함흥의 관기로 있다가 이 마을의 김진사의 첩실이 되어 단천에 와서 살게 되었는데, 지금은 김진사도 죽고, 그가 남겨준 농사땅을 도지(賭只: 농토를 빌려주다) 를 주고 비교적 넉넉하게 살면서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침선으로 소일하며 살고 있었다.
'곱단' 이는 그런 '김진사의 씨앗' 이라 그런지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예뻣으나, 이상스럽게 婚事말 만 나오면 成事가 되지 않아 스물이 넘도록 출가를 하지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출신이 '진사의 딸'이라 상민하고는 婚姻을 하고 싶지 않은데다, 막상 내노라하는 양반집에서는 퇴기의 딸 임을 앞세워 좋게 보지도 않음으로써 차일피일 時間만 보내게 된것이다.
이런 '곱단' 이의 귀에 최백호의 사랑에 온 '김삿갓의 이야기' 가 들어가게 되었다.

"어머니 '백호 선생님' 사랑에 글 잘하는 손이 들었다면서요 ?
"글쎄 말이다. 나이도 스물 다섯밖에 안 들었다는데 그렇게 글을 잘 한다는구나...! "
"어머나..! 어쩜..! "
이렇게 말을 한  '곱단' 이의 얼굴이 붉어진 것을 눈치빠른 그 에미가 모를 리 없었다.

​한편, 최백호의 사랑에서는 이웃 마을 훈장까지 밤마다 소문난 김삿갓을 보려고 모여 들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어린 학동들을 잘 가르칠수 있는가 ? 묻기도 하였다.
그때마다 김삿갓은 基礎가 되는 '千字文'을 가르치는 方法에 대하여 이렇게 말을 하였다.

​'千字文'이라는 책은 그 옛날 중국 梁나라 때에 '周興嗣' 라는 사람이 지은 '만고의 名著'로써, 네 글자씩 짝을 지어 도합 '250수' 로 구성 되어 있어서 글자 수로는 모두 1千字로 만들어진 작은 詩集이므로 이것을 한 글자, 한 글자씩 가르치는 것 보다, 네 글자를 이어서 가르치는 것이 뜻을 새기는데 더욱 좋다고하였다.
예를 들어,
첫장에 수록된 "天地玄黃"의 경우,
아이들 열의 열 하나같이, "하늘 천 따 지, 검을 현, 누루 황" 하고 글자만 배우고 익히게 할 것이 아니라,
천지현황의 뜻을 "하늘은 검고 땅은 누렇다"는 뜻을 묶어서 가르쳐야, 숲을 먼저 보게 하고 나무를 보게 함으로써 교육의 성과와 질을 높일수 있다고 역설하였다.

그러면서 "寒來暑往" 은 (찰 한, 올 래, 더울 서, 갈 왕)이라는 네 글자로 되어 있으니, 추위가 오니 더위가 간다는 뜻이 되고, 이렇듯 천자문에 실려있는 모든 문장을 읽고 새기게 하여야 아이들도 흥미를 가지고 공부를 할수 있다고 하였다.
"과연, 송곳 같은 말씀 이외다 ! "
모여든 훈장들은  김삿갓의 말에 무릅을 치며 감탄한다.

이렇게 밤마다 최백호의 사랑에서는 학문과 시를 논하는 자리가 벌어지곤 하였는데 ,
어느날은 짖궂은 선비 하나가 말을 건넸다.
"삿갓선생 ! 우리 마을에 처녀 문장가가 한 사람 있는데 그 처녀를 불러다가 시좀 같이 지어 보면 어떻겠소 ?" 하며 악의없이 웃으며  말을 하였다.

그러자 또 다른 선비가 말을하기를 ,
"그 일이야 곱단이 어머니하고 자별하신 백호선생께서 다리를 놓아야지. 누가 대신 할 사람이 있습니까 ? " 하고 말했다.
그러자 다른 선비가 말하기를,
"참, 곱단이가 올봄도 그냥 넘겼으니 이제 스물 하난가 ? 너무 과년해서 ... 그런데 요즘도 글을 읽나? "

최백호가 말을 받는데,
"아, 곱단이 글이야 한 문장 하지요. 요즘도 저 혼자 풍월을 한다던데 ... "
"그려면 백호선생이 곱단이에게 한 상 차리라고 이르고 우리 삿갓 선생님을 한번 모시고 가면 어떻겠소 ?  혹시나 알겠소 ?  노처녀 머리까지 얹어줄 기회가 될지 ? "
삿갓은 아무런 대꾸도 없이 앉아 있는데 사랑방 손님들은 자기들끼리 이같이 말하며 들떠 있었다.

그런 어느날 최백호는 정중히 삿갓에게 묘한 의견을 물었다.
"저녁마다 마을 훈장 선생들도 더러 권하기도 했지만 혹시 선생께 무례가 될까 염려되어 말씀을 못드렸는데 마침 우리 내자가 곱단네 집에 볼 일이 있어 들렸더니 그 에미가 반색을 하며 선생의 일을 낱낱이 묻기로 왜 의향이 있냐고 반문하니 퍽 그럴듯이 말하더랍니다.

이미 조강지처가 계신줄 아오만은 대장부가 객지에서 노처녀의 원한을 풀어 주기로 뭐 어떻겠습니까?"
"글쎄올시다. 나야 뭐 객창에서는 무관 하옵니다만, 규중의 동정녀의 머리까지 얹어줄 자격이 있다 하겠습니까 ?
아무래도 분수에 지나친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허허, 김선생. 이렇게 해서라도 처녀귀신 소리를 면하게 해준다면 그 또한 적선이 아니겠소 ? "
"허허... 과분한 말씀입니다."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련이 처럼 기녀가 아닌 요조 규수라는데는 마음이 끌렸다.
"더구나 시서에 능하여 그 에미 소원대로 데릴 사위로 들어가시면 단 둘이 풍월도 즐기며, 이런 호강도 흔치않을 것입니다."

"허허, 저는 호강하러 객지에 나온 위인은 아니올습니다만 ..."
"아따, 덕분에 이 최백호도 술한상 얻어 먹읍시다."

"허허허..."
최백호의 집념은 말을 할수록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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