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방랑기 100 -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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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감사 이율곡의 동기(童妓) 유지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시
술집 무하향을 나온 김삿갓은 구월산을 향해 가면서 웬일인지 마음이 지극히 허전하였다.
그런 탓 인지 주위의 산천 경계를 아무리 살펴 보아도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왜 이럴까. 호주머니에 돈이 한 푼도 없다고 마음이 이토록 심란해진 것일까?)
돌아보건데, 어제 보던 산천 초목이 하룻밤 사이에 달라졌을 리가 만무하다.
산도 어제 보던 그 산이요, 물도 어제 흐르던 그 물이다.
어제만 해도 그처럼 아름다워 보이던 산천초목이었지만, 오늘따라 아무런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오직 호주머니가 비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김삿갓은 몇 푼 안 되는 돈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을 느낀 자신의 인격이 치사스럽게 여겨져
견딜 수 없었다.
(아, 김삿갓이라는 자가 이렇게 치사스러운 인간이던가. 그런 주제에 어떻게 방랑 걸인으로
주유 천하를 하겠다고 장담하고 나섰더란 말인가.)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노견에 앉아, 한참을 궁리하던 김삿갓은 마침내 자리에서 툴툴 털고 일어섰다.
(그래! 무하향을 떠나올 때 주모에게 말을 한 것처럼, 전대에 들었던 돈은 내 돈이 아니었어!
돈 이란 본디, 돌고 도는 것 아니던가? 영원한 내 것도 없고, 영원한 남의 것도 아니지... )
김삿갓의 생각이 이에 이르자, 마침내 마음이 가벼워졌다.
김삿갓이 황주(黃州). 봉산(鳳山). 신천(信川). 안악(安岳)등을 거쳐, 구월산(九月山)이 있는
은률(殷栗) 땅으로 접어들었을 때에는 계절은 어느새 봄과 여름을 지나 가을이었다.
황해도는 워낙 가는 곳마다 산자수명(山紫水明)하여 이를 두루 살펴보다 보니 걸음이 더뎠던 것이다.
구월산은 황해도의 주봉을 이루는 명산이다.
구월산은 주변에 신천, 안악, 은률, 문화(文化), 풍천(豊川), 송화(松禾), 장연(長淵), 장련(長連)등등..
많은 고을이 산재하여 있는 것만 보더라도 구월산이 황해도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산이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어디 그뿐이랴. 사서(史書)에는, 우리 배달의 민족의 시조인 환인(桓因). 환웅(桓雄). 단군(檀君)등은
구월산에서 태어나셨다고 전해 온다. 이처럼 우리 민족의 시작을 알리는 구월산에는 많은 거석(巨石) 문화 유적이 산재해 있다.
김삿갓은 구월 산성에 올라가 보았다. 성의 형태와 구조가 여간 절묘하지 않다.
거석으로 쌓아 올린 성의 모양은 커다란 배와 같은데, 둘레가 1만 5천 척에 높이가 15척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산성이었다.
성안에는 수목이 울창하고, 여러 갈래의 물이 성 밖으로 흘러나갈 때에는 물줄기가 하나로 모여서 거창한 폭포를 이루고 있는 것은 장관이 아닐 수 없다.
단풍이 무성한 산길을 걸어 성안으로 들어와 보니, 구월산 상상봉이 아득한 하늘가에 높이
솟아 있어 보인다. 그리고 산 꼭대기에는 단군 시대의 천제단(天祭檀)도 있었다.
김삿갓은 다행하게도 구월산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 가을철에 찾아왔기 때문에 실감나는
구월산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황해도 땅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해주(海州)를 구경하지 않을 수 없어, 이번에는 발길을
그쪽으로 돌렸다.
해주 고을에 발을 들여놓자, 무엇보다도 김삿갓의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거유 (巨儒)
이율곡(李栗谷)과 동기(童妓) 유지(柳枝)와의 연정(戀情) 설화였다.
이율곡이 말년에 황해 감사로 와 있을 때, 유지라는 동기를 사랑한 일이 있었다.
유지는 열세 살밖에 안 되는 동기였지만, 그녀 역시 이율곡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모하였다.
그러나 이율곡은 몸이 몹시 쇠약한데다가, 유지의 나이가 너무 어려 두 사람은 서로 사랑을
하면서도 몸은 범하지 않았다.
사랑하면서도 몸만은 범하지 못할 형편이었으니, 율곡의 심정은 어떠했을 것인가.
율곡이 유지를 두고 읊은 시를 보면 그간의 심정을 족히 가름할 수 있다.
弱質羞低首 약질수저수
어린 몸 수줍은 듯 고개 수그려
秋波不肯回 추파불긍회
추파를 보내도 받아들이지 못하네
空聞波濤曲 공문파도곡
마음은 부질없이 설레건만
未夢雲雨臺 미몽운우대
운우의 정은 풀지 못했네.
爾長名應檀 이장명응단
너는 자라서 이름을 떨칠 것이나
吾衰闔己閉 오쇠합기폐
나는 너무도 늙어 사내가 아니로다
國香無定主 국향무정주
미인에게는 정한 임자가 없는 법
零落可憐哉 영락가련재
장래에 영락할 것이 가련하구나
노쇠한 선비와 앳된 동기와의 맺어질 수 없는 사랑은 애간장이 타는 일이었을 것이다.
율곡은 동기 유지를 두고 이렇게도 한탄하기도 하였다.
天姿綽約一仙兒 천자작약 일선아
타고난 그 자태 선녀처럼 아름다워
十載相知意能多 십재상지 의능다
사귄지 십 년에 사연도 많았는데
不是吾兒腸木石 불시오아 장목석
너도 나도 목석은 아니건만
只緣衰弱謝芬華 지연쇠약 사분화
다만 몸이 쇠해 사양했을 뿐이로다.
이렇게 율곡이 유지를 지극히 사랑을 하면서도, 자신의 몸이 약해 가까이 하지 못한 것은,
사내로써는 너무나도 지독한 비극이었던 것이었다.
방랑시인 김삿갓 (101)
장인 정신으로 만든 수양매월(首陽梅月) "상편"
김삿갓은 해주 구경을 끝내고 이번에는 먹을 사려고 나섰다.
전국적으로 먹을 만드는 곳은 한두 군데가 아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해주에서 만드는
수양매월(首陽梅月)을 최고로 쳐준다.
그 먹은 수양산 기슭에 있는 매월리라는 마을에서 만들기 때문에, 자호를 수양매월이라고 붙인 것이다. 아울러 값도 무척 비싸서 보통 먹의 몇 갑절이나 되는 돈을 주어야 살 수 있는 귀물이다.
그러므로 글줄이나 쓰는 선비들은 해주에 들르기만 하면 수양매월을 꼭 사게 마련이었다.
김삿갓도 해주 먹을 써 보는 것이 오래 전부터의 소원이었기에 일부러 매월리로
먹을 사러 찾아갔던 것이다.
먹을 만드는 사람은 백발이 성성한 칠십 노인이었다. 첫눈에 보아도 풍모가 고상해 보이는
노인이었다.
"무슨 일로 오셨소 ? "
노인은 퉁명스럽게 물었다.
김삿갓의 차림새가 허술한 것을 보고, 먹을 사러 온 사람이 아닌 줄로 아는 모양이었다.
"수양매월이라는 먹을 노인장께서 만드십니까? 저는 먹을 사러 온 사람입니다.“
"허어 ... 그래요 ? 수양매월이라는 자호는 어찌 아셨소? "
"글줄이나 쓰는 선비라면 수양매월을 모르진 않지요.“
"그래요? 이제 보니 선생은 보통 선비가 아니신 모양이구려."
노인은 조금 전과는 딴판으로, 선비에 대한 대접이 매우 정중해졌다.
그러면서도 어딘가 아직은 미심쩍은 점이 있는지,
"내가 만든 먹은 시중에서 파는 먹보다 값이 세 배나 더 비싼데,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하고 넌즈시 따져 묻는다.
"좋은 물건일수록 값이 귀한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값은 고하간에,
노인장께서 직접 만드신 먹을 두 장만 주십시오.“
노인은 그 말을 듣더니, 부랴부랴 걸상을 내밀며 앉기를 권하며, 감격스런 어조로 말을 한다.
"내가 어젯밤 꿈자리가 좋더니, 오늘은 귀한 손님이 찾아 오셨습니다그려. 내가 만든 먹을
구하기 위해 이곳까지 찾아오신 모양이니 이렇게도 고마운 일이 어디 있겠소이까.“
"노인장께서는 무슨 말씀을 .... 선비들을 위해 좋은 먹을 만들어 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를
올려야 할 사람은 오히려 저희들이옵니다.“
주인 노인은 그 말을 듣고 더욱 감격스러워하면서,
"먹이란, 옛날부터 문방사우(文房四友)라고 해서 선비들이 애용하는 소중한 물건이
아니겠습니까. 선비들은 글자 한 자 한 자에 심혈을 기울이는 분들이므로, 그런 분들이
쓰는 먹인들 어찌 소홀하게 만들겠습니까. 나는 선비정신을 죽는 날까지 뒷받침해
드리고 싶어서 심혈을 기울여 먹을 만들고 있답니다.“
김삿갓은 그 말을 듣고, 주인 노인에게 머리가 절로 수그려졌다.
주인 노인에게서 장인정신 (匠人精神)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학문에 종사하는 선비만을 지극히 존중해 왔다.
그러면서 집을 잘 짓는 기술자는 목수장이, 토목 일을 하는 사람은 미장이,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환장이, 연극에 종사하는 사람을 노름장이 등등의 이름으로 천대해 왔다.
이러니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나라가 기술적 발전을 하기 어려웠다.
김삿갓은 이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각각의 사람들은 타고 난 재주를 십 분 발휘하여 여러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노력해야 하고,
이런 것들이 모여서 백성이 살기 좋아지고 나라가 강해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따라서 묵당이라고 부르는 이 노인은 먹을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여 오고 있다니,
그 얼마나 고귀한 장인 정신이란 말인가.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 먹을 만들어 왔으며, 먹은 어떻게 만드는 것이옵니까?"
김삿갓은 궁금증을 풀기 위해 묵당 노인에게 물어 보았다.
노인이 대답한다.
"먹은 본시 중국 후한(後漢) 시대에 생겨났다고 전하지요. 그 먹이 우리나라에는 위만(衛滿)
낙랑(樂浪) 시대에 들어와, 신라 시대에는 이미 양가(楊家)니 무가(武家)니 하는 조제공들이
생겨났지요. 그 후 고려 시대를 거쳐, 이씨 조선 시대에 들어와서는 "먹의 황금시대"를 이루었다오.
그 당시 일본은 우리에게서 먹을 사갔을 뿐만 아니라, 만드는 방법까지 배워 갔지요.
그런데 근세에 이르러서는 먹의 명성이 점점 쇠퇴해 가고 있는 것은 실로 한탄할 일이지요."
묵당 노인은 그 방면에 권위자인지라, 먹의 역사에 매우 정통하였다.
"이왕이면 먹을 어떻게 만드시는지 제조 방법도 말씀해 주시죠."
김삿갓은 머리를 수그려 보이며 부탁을 하였다.
"나는 지금까지 많은 선비들을 만나 보았지만, 선생처럼 먹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까지 관심이
깊은 분은 처음 만나 보았소이다. 모처럼 물으시니 자세히 말씀 드리지요.“
그리고 묵당 노인은 먹의 재료와 제조 방법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들려 주었다.
먹을 만드는 재료는 송연(松燃)과 유연(油燃)이 있다. 소나무를 불에 태워 나오는 그을음으로 만든 것이 송연묵이고, 기름을 불태워 나온 그을음으로 만든 먹을 유연묵이라 한다.
소나무를 불에 태웠을때 높이 올라가는 그을음을 공연(貢煙)이라 하는데, 그을음이 높이 올라간 것일수록 질이 좋아, 상층부의 공연을 초연(超煙)이라고도 부른다.
그 그을음을 한데 모아 가는 채로 쳐서 풀로 개어 반죽을 만든후에 절굿공이로 다져, 불에 적당히 끓여 아름다운 무늬가 새겨져 있는 목형(木型)에 담아 압축을 해야 한다.
이렇게 먹의 형태를 잡은 다음에는 그것을 재 속에 파묻어 수분을 점차 빼내면서 건조시키면
먹이 된다는 것이다.
말만 들어도 먹을 만드는 공정은 여간 복잡해 보이지 않았다.
누구도 대견스럽게 알아 주지 않는 그 어려운 공정을 한평생 반복해 왔다니, 김삿갓은 묵당
노인에게 새삼스러이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나마 어렵고도 복잡한 일에 비하면 물건의 값도 변변치 못한 일이 아닌가.
"노인장께서는 먹을 한평생 만들어 오신 모양인데, 먹만 만들어 가지고도 생계를 유지해
올 수 있으십니까?“
김삿갓은 노인의 생계가 은근히 걱정되어 지나는 말로 물어 보았다.
그러자 노인은 한숨을 쉬며 대답한다.
"순전히 먹고 살아가기 위해서라면 이 일을 진작에 집어치웠을 것이오. 그러나 나는
내 나름대로 보람을 느끼기 때문에, 굶으면서도 먹만은 계속 만들어 오고 있지요."
들을수록 고귀한 장인의 말씀이었다.
김삿갓이 수양매월이라는 네 글자가 음각으로 새겨진 먹을 두장 사고 나자,
묵당 노인은 이런 농담을 하는 것이다.
"내 집에서 먹을 사가시면 가정 풍파가 일어나기 쉽다는 말이 있습니다.
선생은 그래도 괜찮으시겠소이까?"
"네 .... ? 먹 때문에 가정 풍파가 일어난다구요?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김삿갓은 묵당 노인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어 어리둥절하였다.
묵당 노인은 웃으면서, 김삿갓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방랑시인 김삿갓 (102)
장인 정신으로 만든 수양매월 (首陽梅月) "하편"
"이것은 우수갯 소리이기는 합니다만, 지금으로 부터 14,5년 전에 한양 어느 대가 댁에서는
"수양매월"이라는 먹 때문에 노부부간에 대단한 부부 싸움이 있었다고 합니다.
혹시 선생께서도 먹을 사가셨다가 내외간에 그런 불상사가 생기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에서 한 말씀 드리는 것입니다."
김삿갓은 그 말을 듣고 자기도 모르게 호기심이 솟았다.
"먹 때문에 부부 싸움이 일어나다뇨?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군요. 어째서 먹 때문에 부부 싸움을 하게 되었는지, 좀 더 자세하게 말씀 해 주시죠."
"선생도 부부 싸움을 피하시려면 그 애기를 한 번쯤 들어 두시는 것이 좋으실 것입니다.
그러면서 묵당 노인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지금으로 부터 14,5년 전의 일이다. 장모(張某)라는 양반이 황해 감사를 지내다가 한양으로 돌아갈 때, 수양매월이라는 먹을 자그마치 30장이나 사가지고 돌아갔다.
그는 그 먹을 얼마나 아꼈는지, 조카가 한 장만 달라고 애걸 하여도 끝내 나눠 주지 않았다.
이에 조카는 아저씨를 매우 괘씸하게 여겨, 골탕을 먹여 줄 생각에서 숙모에게 다음과 같은 거짓말을 고자질 해 바쳤다.
"숙모님 ! 아저씨께서 황해 감사로 내려가 계실 때, 수양매월이라는 기생에게 반해 지금도
정신을 못 차리고 계시옵니다. 한양으로 올라오실 때에도 그 기생을 잊을 수 없어, 수양매월이라는 그 기생의 이름을 30장이나 되는 먹 속에 새겨 가지고 돌아오셨다고 합니다.
아저씨는 그 먹을 문갑 속에 소중히 간수해 오고 계시다고 하오니, 숙모님께서는 사랑방 문갑을 한번 뒤져 보도록 하십시오. 만약 문갑 속에서 수양매월일 이라는 먹이 나온다면, 아저씨는 아직도 그 기생을 오매불망으로 연연해하고 계시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부인은 그 길로 사랑방에 달려 나가 문갑을 뒤져 보니, 과연 문갑 속에서는 수양매월이라고 네 글자로 새긴 먹이 자그마치 30장이나 나오는 것이 아닌가.
"이 놈의 영감탱이가!..."
부인은 얼마나 화가 났던지, 즉석에서 마치 기생년을 두둘겨 패듯이 그 귀한 먹을 장도리로 모조리 가루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그날 밤 노부부간에는 대판 싸움이 벌어진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남편이 아무리 변명을 하여도 그 변명은 절대로 통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묵당 노인은 거기까지 말하고 나서,
"혹시 선생한테도 누가 무슨 무고를 할지 모르니, 미리부터 정신을 단단히 차리고 계셔야 합니다.
하하하." 하고 말하는 바람에 김삿갓도 소리를 크게 내어 웃었다.
묵당 노인은 비록 먹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지만 해학을 아는 풍류객이었던 것이다.
김삿갓은 먹 값을 치루고 나서, 작별 인사를 겸해 이런 말로 물어 보았다.
"황해도에서는 먹뿐만 아니라 벼루도 좋은 것이 나온다고 들었는데, 그게 사실입니까?"
묵당 노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웬걸요. 벼루라면 뭐니뭐니 해도 중국에서 나오는 단계 벼루를 당할 것이 없지요.
벼루를 만들려면 돌이 좋아야 하는데, 우리나라 연석(硯石)은 질이 좋지 않아 좋은 벼루를 만들 수가 없는걸요. 황해도의 옹진석(甕津石)과 평안도의 위원석(渭原石)이 그런대로 쓸 만하기도 하지만, 단계석(端溪石)에 비하면 문제가 안 되는걸요."
묵당 노인은 거기까지 말하다가 문득 생각이 나는지, 서랍 속에서 조그만 벼루를 하나 꺼내 보이며, "나는 벼루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것은 옹진돌로 내가 장난삼아 만들어 본 벼루입니다.
선생에게 선물로 드리고 싶으니, 마음에 드시거든 가지고 가십시오."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네 ? 노인장께서 손수 만드신 이 벼루를 저에게 주시겠다고요?"
"별로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마음에 드시거든 받아 주세요."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김삿갓이 벼루를 살펴보니, 가장자리로 매화꽃이 새겨져 있는데,
조각 솜씨가 절묘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런 귀물을 저한테 주신다는 말씀입니까."
"내가 장난삼아 만들어 본 것인데, 귀하기는 뭐가 귀합니까. 가장자리로 돌아가며 매화꽃을
새겼기에, 매월먹(梅月墨)과 짝을 만들고 싶어 이름을 매화연(梅花硯)이라고 지었지요."
김삿갓은 벼루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요모조모로 감상해 보았다.
보면 볼수록 정답게 느껴져서,
"제가 이 벼루를 두고 시 한 수를 지어 보겠습니다.
하고 즉석에서 다음과 같은 시 한수를 써 보였다.
배는 평평하고 이마는 움푹
뛰어난 돌의 품질 예삿돌이 아니로다
글씨를 쓰는 날은 먹을 짙게 갈아 놓고 항상 즐겁고 흥겨웁게 만나리라.
腹坦受磨額凹池(복탄수마액요지)
拔乎凡品不책奇(발호범품불책기)
濃硏每値工精曰(농연매정공정왈)
寵任常從興逸時(총임상종흥일시)
종이에 글씨 써서 그 모습 변해 갈 때면
뾰족한 붓끝을 자주자주 적시게 되리
원래 문방사우는 서로 돕게 마련인 것
필요할 때 모여 옴이 그림자와 같도다.
楮老敷容知漸變(저노부용지점변)
毛公笑舌見頻滋(모공소설견빈자)
元來四友相須力(원래사우상수력)
圓會文房似影隨(원회문방사영수)
묵당 노인이 시를 대뜸 알아보고 무릎을 치며 감격한다.
"물필유주 (物必有主: 모든 물건에는 주인이 따로 있다) 라더니,
이 벼루가 오늘에야 제 주인을 만난 셈이구려. 하하하."
김삿갓은 본디 물욕이 없는 사람이다. 그러기에 얼마 전에 양상문이라는 사람이 건네준 사례금도 엽전 한 닢만을 정표로 받았을 뿐이고, 무하향 주막에서 전대를 백종원이란자에게 도둑을 맞았을 때에도 표현히 돌아서, 잊은바 있지 않던가.
그러나 이날 묵당 노인이 주는 선물만은 기쁜 마음으로 받았다.
손수 만든 벼루를 선물로 주는 것은 서로 간에 마음이 통한 증거이기도 했지만, 그 보다 더 큰 기쁨은 장인 정신의 묵당 노인이라는 참사람을 발견하였기 때문이다.
묵당 노인과 작별한 김삿갓은 이날도 산속을 한없이 걸었다.
방랑시인 김삿갓 (104)
"팽(烹), 팽(烹), 팽(烹), 팽(烹)"...
"선생은 비록 산속에 숨어 살고 계시다고는 하지만, 사향노루는 아무리 깊은 산속에 살아도, 그 향기가 천 리 밖에까지 풍긴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선생이 비록 산속에 숨어 계시기로, 그 명성이야 어찌 숨길 수 있으오리까.“
어거지로 둘러댄 변명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필봉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사향노루의 비유는 천하의 명답이네그려. 그러고 보면 자네는 학식이 보통은 아닌 모양인걸.
자네는 책을 얼마나 많이 읽었는가?“
"많이는 읽지 못했으나, 몇 해 동안 글방에 열심히 다닌 일이 있사옵니다."
"음 .... 그렇다면 시도 지을 줄 알고 있겠네그려?“
"잘 짓지는 못하오나 이럭저럭 흉내는 낼 수 있사옵니다.“
"그렇다면 내가 운자(韻字)를 불러 줄 테니, 시를 한수 지어 보겠는가? 자네가 시를 잘 지으면 나는 자네를 선비로 알고 내 집에서 융숭하게 대접하도록 하겠네. 그러나 시를 제대로 짓지 못한다면, 저녁이나 먹여서 쫒아내기로 하겠네.“
필봉 선생은 김삿갓의 학력을 단단히 시험해 보려고 하였다.
김삿갓은 물론 시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짐짓 겁먹은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선생같은 위대하신 어른께서 시를 지으라고 하시니, 어쩐지 몸이 떨리옵니다.
시가 다소 서툴더라도 관대하게 보아 주시옵소서.“
"이 사람아! 학문에는 "관대"라는 것이 있을 수 없는 법이네! "
"운자를 한꺼번에 부르지 아니하고, 한구절을 지을 때마다 한 자씩 따로 불러 줄 테니 그리 알게!“
그리고 나서 첫 번째 운자를 불렀는데,
"팽(烹: 삶을)! " 하고 부르는 것이 아닌가.
팽(烹)이란 글자는 싯구의 운자로는 좀처럼 쓰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팽자를 운자로 불러 준 것은, 김삿갓을 골탕 먹이려는 수작이 분명 하였다.
그러나 일단 운자를 불려 받았으니, 김삿갓으로서는 팽자를 넣어 시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지은 시는,
許多韻字何呼烹(허다운자하호팽)
허구 많은 운자 중에 하필이면 팽자란 말이오.
첫구절은 그것으로써 시험에 통과된 셈이었다.
필봉은 고개를 끄덕이며 두번째 운자도 또다시,
"팽!" 하고 똑같은 글자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운자는 같은 글자를 두 번 부르는 법이 아닌 것을 필봉 선생도 알고 있을텐데, 연이어 같은 운자를 부른 것은 김삿갓을 골탕 먹이려는 계획이 분명해 보였다.
김삿갓은 싫든 좋든 간에 두번째 운자를 넣어서 시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彼烹有難況此烹(피팽유난황차팽)
아까도 팽자가 어려웠는데 또 "팽"자란 말이오.
필봉 선생은 그 시구를 들여다 보더니 크게 놀라는 기색이었다.
그러면서 세 번째 운자를 부르는데,
"팽"하고 다시 외쳤다.
본시 세번째 구절에는 운자가 필요치 않은 법이다.
그러나 김삿갓은 운자가 필요치 않은 전구조차도 "팽"자를 넣어 지을 수밖에 없었다.
一夜宿寢懸於烹(일야숙침현어팽)
하룻밤 자고 가는 일이 오직 "팽"자에 달려 있구나.
필봉 선생은 또 한번 놀라 보이며 결구의 운자도 역시,
"팽" 하고 부르는 것이다.
김삿갓은 은근히 화가 동했다. 그리하여 마지막 구절은 필봉을 욕하느라고 이렇게 읊었다.
山村訓長但知烹(산골훈장단지팽)
산골 훈장이 아는 글자라곤 오직 "팽"자 하나뿐이더냐!
김삿갓 같은 천재 시인이 아니고서는 지을수 없는 시였다.
더구나 마지막 구절은 산골 훈장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이었던 것이다.
어쨋건간에, 김삿갓이 "烹"자를 넣어 기승전결의 네 구절을 막힘 없이 척척 읊어 내자,
필봉 선생은 별안간 김삿갓의 손을 덥썩 움켜잡으며 감격어린 어조로 대뜸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아이구, 선생! 이제부터는 선생을 나의 스승으로 모셔야 하겠습니다.“
조금전 까지도 또라지게 "자네"라고 불러오던 사람이, 별안간 "스승"으로 모시겠다고 나서니,
김삿갓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방랑시인 김삿갓 (105)
필봉 선생의 고백
"필봉 선생, 별안간 왜 이러십니까. 농담이 너무 지나치십니다.“
그러나 필봉은 성품이 음흉하면서도 솔직한 일면이 있었다.
그는 김삿갓의 손을 힘차게 움켜잡으며, 이렇게 고백을 하는 것이었다.
"내 이제와서 선생께 무엇을 숨기겠소이까? 선생이 시에 그렇게도 능(能)하신 것을 보니, 선생은 "사서삼경"에도 능통하신 분이 확실합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는 천자문을 뗀 후에 고작해야 "명심보감"밖에는 읽지 못한 놈이옵니다. 그러니 내 어찌 선생같은 어른을 스승으로 모시지 않을 수 있으오리까."
맑은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지는 듯한 고백이었다.
그러나 김삿갓은 필봉의 말을 액면대로 믿을 수가 없었다.
"선생은 사람을 놀려도 분수가 있지, 공맹재 훈장 어른이 "명심보감"밖에 읽지 않았다고 하면 ,그 말을 누가 믿겠습니까.“
"나는 다른 사람은 다 속여도 선생만은 속일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사실대로 고백을 한 것입니다. 선생이 조금 전에 시를 지으실 때 마지막 구절에서, "산골 훈장놈이 알고 있는 글자는 오로지"팽"자 뿐이냐"하고 호통을 치셨을 때, 나는 그 소리를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이처럼 예리한 형안(炯眼)을 가지고 계신 선생을 감히 나같은 놈이 무슨 재주로 속일 수 있겠습니까.“
김삿갓은 일시적인 화풀이로 "팽자밖에 모르느냐"고 했을 뿐인데,
그 구절이 상대방에게는 커다란 충격을 주게 된 줄은 몰랐다.
그리하여 김삿갓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별다른 생각없이 무심코 그렇게 읊었을 뿐이니, 그 말을 너무 고깝게 생각지 마십시오."
"고깝게 생각하다니요, 무슨 말씀입니까... 이왕 말이 나왔으니 내가 이 산중에 들어와 훈장 노릇을 하게 된 경위를 모두 말씀드리기로 하겠습니다.“
그러면서 필봉은 김삿갓에게 자신의 과거를 아래와 같이 털어 놓았다.
필봉 선생의 본명은 김정은(金正銀)으로, 평양 인근 순안에서 건달패로 살아왔었다.
그러다가 스무 살 먹은 누이동생을 홍 부자에게 소실로 주게 되면서 집을 한 채 얻어 가지게 되자, 그 집을 이용해 일약 서당 훈장으로 둔갑을 했다는 것이다.
"명심보감밖에 읽지 못했다는 분이 어떻게 훈장이 되실 생각을 하셨소?"
"팔자 좋게 살아가면서 세상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직업이 훈장 이외에 또 무엇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한 해 전부터, 매부인 홍 부자의 도움을 받아 훈장이 된 것이지요.“
협잡성은 있어도 머리만은 비상하게 돌아가는 사람임이 분명하였다.
필봉 선생으로 자처하던 김정은 훈장은 자신의 허위 생활을 툭 털어놓고 나더니,
가슴이 후련해 오는지, 김삿갓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양심이라는 것이 있어서, 날마다 허풍만 떨며 살아간다는 것은
여간 괴로운 일이 아니었어요.“
김삿갓은 웃으며 대답한다.
"누구나 거짓말을 적당하게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인간 생활이 아니겠습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하나에서 열까지 거짓말만 하면서 살아오자니 양심이 너무나도 괴로워요. 훈장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도 허울뿐이고, 의원으로 행세하며 남의 병을 고쳐 준다는 것도 멀쩡한 연극이었고...“
"선생은 머리가 너무도 좋아, 여러 방면으로 욕심을 부려서 그렇게 되신 모양이군요."
"한마디로 말하면 마을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싶은 욕심에서 이렇게 된 것이지요.“
"아무리 그렇기로 서당방에 약국 간판까지 내건 것은 어떻게 된 일이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눈병을 비롯하여 잔병치례를 많이 겪었어요. 할아버지께서는 그럴 때마다 어린 아기의 오줌을 받아 눈에 넣어주면 눈병이 깨끗하게 낫곤 하더군요. 또, 잔병치례를 겪으며 복용하였던 약의 종류도 매우 많았고요. 그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밑천으로 삼아 약국 간판을 내걸게 된 것이지요. 산속에 사는 의원들이란 대게 저 처럼 돌팔이 의원이 아니겠어요?“
김삿갓은 자기 입으로 "돌팔이 의원"이라고 인정하고 나오는데는 할 말이 없었다.
"약국을 찾아오는 환자의 병이 천차만별 일텐데, 처방을 어찌 하셨단 말입니까?“
"그런 경우라도 적당히 약을 지어 주게 되면, 시간이 지나면서 대개가 낫게 되더군요."
"아무리 그래도 약을 적당히 지어 주다뇨? 어떤 병에 무슨 약을 써야 한다는 것쯤은 알고 계셔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 것까지 모를라구요. 시골 사람들은 배앓이가 많은데, 그런 환자가 찾아오게 되면 익모초환약(益母草丸藥)을 주고 , 감기 몸살로 왔을 때에는 패독산(敗毒散)을 지어 주지요.
젊은 사람들은 대개 방사 과도로 찾아오게 되는데, 그런 경우에는 가미쌍화탕(加味雙和湯)을
지어 주고, 산모가 찾아왔을 때에는 불수산(佛手散)을 지어 주고, 늙은이가 몸이 허약해 찾아왔을 때에는 육미탕(六味湯)이나 팔미탕(八味湯)을 지어주고, 봄과 가을에 보약을 지으러 오는 사람들에게는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을 처방했지요.“
필봉 선생은 의원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기본적인 약명을 말했다.
그러나 그런 약들은 단순히 사람들의 몸을 보호한다 뿐이지, 정작 병을 치료하는 약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돌팔이 의원은 그와 같은 약들이 치료를 하는 약으로 알고 있었으니,
김삿갓은 기가 찰 노릇이었다.
"실례의 말씀이지만, 선생은 "동의보감(東醫寶鑑)"이라는 책을 읽어 보셨소?"
"동의보감이라뇨? 그런 책 이름은 처음 들어 보는데, 그 책은 "논어(論語)"나 "맹자(孟子)"와 같이 "사서삼경"에 들어 있는 책입니까?“
김삿갓은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어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동의보감이라는 책은, 우리나라에서도 최고의 명의였던 허준(許浚)선생이 쓰신 만고의 명저(名著)인데, 약국을 경영하시는 분이 "동의보감"도 안 읽어 보셨다면, 그야말로 놀라운 일이군요.“
그러나 돌팔이 의원은 김삿갓의 말을 일소에 붙여 버린다.
"꿩 잡는 게 매라고, 의원이 병만 고쳤으면 그만이지, 그까짓 "동의보감"인가 서의보감인가
하는 책을 읽어 보지 않았기로 어떻다는 말씀이오.“
"동의보감 같은 의서를 읽어 보지도 않고, 어떻게 병을 고칠 수 있단 말씀이오? "
그러나 무식하기 짝없는 돌팔이 의원에게 그런 말은 마이동풍(馬耳東風)이요, 우이독경(牛耳讀經)이었다.
돌팔이 의원은 코웃음을 치면서 김삿갓을 넌즈시 나무란다.
"무슨 병이나 적당히 시간을 끌어 가노라면, 열에 아홉은 저절로 낫게 마련이라오. 따라서
그런 이치를 알고 잘 활용하게 되면 명의가 되는 것이지, 따로 명의가 있는 줄 아시오?“
언젠가 만났던 돌팔이 의원과 같은 소리를 한다.
("그렇다! ... 사람의 몸은, 병을 스스로 치료하는 면역체계가 되어 있다. 다만 사람이
병으로 부터 하루 속히 벗어 나려고 발버둥을 치기에, 돌팔이 의원조차 돈 벌 일이 있지않겠나?)
이런 생각이 든 김삿갓, 쓸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방랑시인 김삿갓 (107)
남자는 삼충동물(三衝動物)이려니...고소원지 불감청(固所願之 不敢請)
"그 말이 꼭 알고 싶다면 종이에 적어 드리기로 하리다."
그리고 김삿갓은 종이에 다음과 같이 써놓고, 해설까지 달아 주었다.
爲爲不厭 更爲爲
위위불염 갱위위
해도 해도 싫지 않아 다시 하고 또 하고
不爲不爲 更爲爲
불위불위 갱위위
안 한다 안 한다 하면서도 다시 하고 또 하고.
훈장은 종이를 집어 들고 한문과 해설문을 한참 동안 눈여겨 보다가,
별안간 무릅을 "탁"치며 감탄을 내지른다.
"과연 옛날 사람들은 남녀간의 묘리(妙理)를 잘도 묘사해 놓았구료. 안 한다 안 한다 하면서도 다시 하고
또 하고 ...정말 기가막힌 표현 입니다!“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그 말이 아주 실감이 나시는 모양이구료."
"실감이 나다 뿐이겠어요. 허기는 여자를 좋아하기는 선생도 나와 다를 것이 없을 것이요.
안 그래요 ?" 훈장은 별안간 김삿갓을 화제로 끌어들였다.
김삿갓은 정면으로 질문을 받자 웃을수 밖에 없었다.
"나한테서도 거기에 대한 대답을 꼭 들어야만 하시겠소?"
그러자 훈장은 소리내어 웃는다.
"하하하 .... 허기는 대답을 들으나마나지요. 사내치고 계집 싫어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니까요. 만약 여자를 싫어하는 사내가 있다면 나는 일부러라도 찾아가서, 그 사람 얼굴을 꼭 한번 보아 두고 싶소이다.“
"하하하...그 방면에 각별히 관심이 많으신 모양이구료?"
"모두들 체면을 지키느라고 점잔을 빼고 있지만, 한꺼플 벗겨 놓고 보면, 늙은이나 젊은이나 계집 좋아하기는 조금도 다를 것이 없어요.
<점잖은 개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고, 점잖은 사람일수록 종년 치마 속에 손을 먼저 집어 넣는다오.“
"하하하....종년 치마 속에 손을 많이 집어넣어 보신 말씀이구료. 허기는 그래서 옛날부터 남자는 삼충동물(三衝動物)이라고 일러 오는 모양입니다.“
김삿갓이 이렇게 말하자, 훈장은 또다시 눈알이 휘둥그래진다.
"뭐라구요? 남자를 삼충동물이라고 부른다고요? 선생은 정말, 아는 것이 너무도 많소이다.
도대체 삼충동물이란 무슨 뜻이오니까?"
"훈장어른은 삼충동물이라는 말도 모르시오? “
그러자 김정은 훈장은 천연덕스럽게 이렇게 대답을 한다.
"나는 엉터리 훈장이라는 사실을 선생한테만은 이미 사실대로 고백하지 않았소이까.
그런줄 아시고, 삼충 동물에 대해, 설명을 들려주소서.“
자기 입으로 <엉터리 훈장>이라고 자처하고 나오는 데는 더 할 말이 없었다.
"그러면 내가 설명을 할 테니 잘 들어 보시오. 삼충동물이란 석삼(三)자와 찌를 충(衝)자요.
그러니까 삼충 동물이라는 말은 세번 찌르는 동물이라는 말이지요.“
"세 번 찌르다니요? 무엇을 세 번 찌른다는 말씀이오? '
"여자를 찌르는 방식이 세 가지라는 말이지요."
"옛 ! 여자를 찌르는 방식이 세 가지뿐이라고요? 여자를 찌르는 방식이 어째서 세 가지뿐이란
말씀이오. 그 사람은 아마 여자 찌르는 기술이 형편 없는 사람이었던 모양이구료.“
훈장은 엉뚱한 오해를 하는 바람에 김삿갓은 배를 움켜잡고 웃었다.
"내 이야기는 그런 애기가 아니오. 남자의 일생을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의 셋으로 나눠 보았을 때,
청년기에는 여자를 만나기만 하면 찌른다고 해서 청년기를 봉충기(逢衝期)라 부르고, 장년기에는
여자를 골라 가면서 찌른다고 해서 택중기(澤衝期)라 부르고, 나이가 많아 이도저도 안 되는
노년기에는 여자가 줘도 못하고 <흥 ! 흥 ! >하고 콧소리만 하게 되므로 비충기(鼻衝期)라고 부른다는 것이지요.“
훈장은 그 말을 듣고 손뼉을 치며 웃는다.
"과연, 남자가 삼충동물이라는 말은 명답 중의 명답올시다! “
김정은이라는 인간은 천하의 협잡꾼임에는 틀림 없었다.
겨우 천자문이나 떼고, 명심보감 밖에는 읽지 못한 주제에 훈장이랍시고 으스대는 것도 놀라운 협잡임에 틀림없을 것인데, 눈병에 어린아이 오줌을 넣고, 좋아졌다는 경험만 가지고 약국까지 열고 있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그러고도 훈장 노릇과 의원 행세를 당당하게 하고 있으니, 그 뱃심과 파렴치는 가히 알아줄 만 하였다.
그러나 엄밀하게 따지고 보면, 그와 비슷한 협잡꾼은 시대를 막론하고 있어왔다.
최근에는 증거 우선주의에 의해, 뇌물을 받은 것으로 확인 되어, 대사헌에 제소되어 포도청에서 징역을 살고 나온 영의정을 지낸 자가 그런 부류의 인간이 아니겠는가?
(고소원지 불감청(固所願之 不敢請) :억울타 하며 고소한다 말만 하고, 감히 청하지 못하고 있다.)
김삿갓은 김정은 훈장이 그의 손을 별안간 움켜잡으며 이렇게 말하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
"삼충 선생 ! 내가 선생에게 부탁이 하나 있소이다."
방랑시인 김삿갓 (108)
천하의 명의가 되는 법
김삿갓은 삼충선생이라고 불리는 바람에 자기도 모르게 훈장의 손을 떨쳐 버렸다.
"에이, 여보시오. 내가 왜 삼충선생이란 말이오."
그러자 훈장은 소리를 크게 내어 웃으며 말한다.
"이러나저러나 내가 선생한테 꼭 부탁하고 싶은 일이 하나 있소이다."
"무슨 부탁을 하시려는지 어서 말씀을 해보시죠.“
"선생은 학문이 놀랄 만큼 박식한 분이라는 것을 나는 알았어요.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공맹재의 훈장 자리를 선생이 맡아 주시오. 나로서는 간곡한 부탁이에요."
"선생은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오? 선생과 나는 금시 초면인 사이인데, 나를 어떻게 믿고, 서당의 훈장 자리를 맡기시겠다는 말이오?“
물론 김삿갓은 애시 당초 훈장 같은 것은 꿈에도 생각해 본 일이 없었다.
그러나 김정은은 김삿갓의 손을 다시 움켜잡으며 간곡하게 말한다.
"나는 물론 선생의 과거를 전혀 몰라요. 그러나 사람에게는 직감이라는 것이 있지 않소이까.
선생이 예사 어른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관서 지방을 주유천하로 다니시는 것을 몇 해 동안만 연기하시고, 나 대신 이 마을의 서당을 좀 맡아 주세요.간곡히 부탁 합니다.“
김삿갓으로서는 상상도 못 했던 부탁이었다. 김정은과 같은 협잡군의 입에서 설마 그와 같은 양심적인 부탁이 나올 줄은 몰랐다. 그러나 김삿갓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나에게 훈장 자리를 넘겨 주시겠다는 말씀은 고맙지만, 나는 훈장 노릇을 하고 싶은 생각도
없으려니와, 아이들을 가르칠 만한 실력도 없는 사람입니다.“
김삿갓이 일언지하에 거절해 버리자, 김정은 훈장은 펄쩍 뛰며 손을 내젓는다.
"선생은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오. 이왕에 말이 나왔으니 모든 것을 솔직히 말씀드리지요.
내가 오늘날까지 어거지로 훈장 노릇을 해오고 있기는 하지만, 내가 훈장으로 있어 가지고서는 앞길이 창창한 이 마을 아이들의 장래를 송두리째 망쳐 버리게 되는 것이에요.
내가 지금은 사리사욕을 위해 훈장 자리를 타고 앉아 있지만, 아이들의 미래를 망쳐 놓을 수는 없어요. 내가 아무리 거지 발싸개 같은 협잡군이기로, 아직은 양심의 그루터기만은 남아 있어요.
그러니까 훈장 자리는 선생이 꼭 맡아 주세요."
말인즉 옳은 말이었다. 김정은이 훈장으로 있으면 아이들의 장래를 망치게 될 것은 뻔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김삿갓 자신이 선뜻 나서, 훈장 자리를 맡을 수는 없지 않은가?
"선생은 지금까지 훈장 자리를 잘 지켜 오시다가 별안간 왜 그런 말씀을 하시오.
내가 나타나지 않은 줄 아시고, 그 자리를 지금처럼 그냥 지키시기 바랍니다."
그 말에 김정은 훈장은 도리질을 크게 하면서 말한다.
"선생을 만났기 때문에 별안간 그런 생각이 난 것은 아니예요. 나는 오래 전부터 마음속으로 적임자를 찾고 있던 중이었는데, 하늘이 나를 살려 주시느라고, 선생같이 훌륭한 분이 나타나게 된거에요.
이것은 하느님의 지시가 분명한 것이오니, 아무소리 마시고 훈장 자리를 꼭 맡아 주세요.
그래야만 나도 살고 아이들도 살게 되는 거예요.“
훈장의 말을 듣는 동안, 김삿갓은 불현듯 돈 한푼 없는 자신의 신세를 생각해 보았다.
멀지 않아 추위가 닥쳐 올 판인데, 훈장 자리를 타고 앉아 있으면 겨울을 편히 날 수 있으리라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훈장 노릇을 하려고 집을 나온 것은 아니지 않은가?
김삿갓은 고민 끝에 김정은 훈장에게 말했다.
"선생이 훈장 자리를 내놓으면 생계(生計)가 곤란하실 게 아닙니까?“
"그점은 조금도 걱정 마시오. 나는 백중국이라는 약국 간판만 있으면 먹고 살아가는데는
아무 걱정이 없어요. 만약 선생이 훈장 자리를 맡아 주시면, 나는 선생에게 <동의보감>을 배워 가지고 나 자신도 훌륭한 명의가 될 수 있어요. 그러니까 피차간에 얼마나 좋은 일이 되겠소.“
김정은은 워낙 머리가 비상한 위인인지라, 자기가 살아갈 방도는 용의 주도하게 꾸며 놓고 있었다.
김삿갓이 대답을 주저하고 있는데, 마침 젊은 환자 하나가 찾아왔다.
환자는 이십이 못 되 보이는 새서방이었다.
환자가 방안에 들어와 큰절을 올리자, 필봉은 절을 받는 둥 마는 둥 하며, 매우 거친 어조로,
"자네는 무슨 일로 왔는가?"
하고 묻는데, 퉁명스럽기 짝이 없는 그 어조에는 이상하게도 권위가 풍겨 나왔다.
환자는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한다.
"저는 별다른 병은 없사옵니다. 다만 이상하게도 입에서 몹쓸 냄새가 풍겨 나오기 때문에
선생님을 찾아 왔사옵니다.“
필봉 선생은 빙그레 웃으며,
"입에서 냄새가 좀 풍겨 나기로 어떤가. 잠자리에서 색시하고 입을 맞추기가 거북해서 그러는가?“
그러자 환자는 얼굴을 붉히며,
"선생님두 참 ! "
"입에서 냄새가 많이 나거든 마늘을 많이 먹게. 마늘은 정력제로 좋은 것이야.
그런 일을 가지고 무엇 때문에 약국을 찾아오는가."
김삿갓은 옆에서 듣고 있다가 웃음을 씹어 삼켰다. 마늘은 강장 식품이지 정력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환자는 고개를 갸웃 하며 반문한다.
"선생님! 마늘을 먹으면 입에서 마늘 냄새가 지독하게 날 것 아닙니까?"
그러자 필봉 선생은 천연스럽게 대답한다.
"그야 물론이지. 마늘 냄새가 지독한 것은 뻔한 일 아닌가? 그러나 마늘 냄새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냄새가 아닌가? 그러니 마늘을 많이 먹고, 하룻밤에 한 번 해줄 것을 두 번 세 번 해준다면, 새댁은 냄새가 좀 나더라도 그 편을 훨신 좋아할 것이 아니겠나.
그러니 어서 집으로 돌아가 마늘이나 많이 먹게!"
환자가 백배사례하고 돌아가자, 김삿갓은 배를 움켜잡고 웃엇다.
"선생은 과연 천하의 명의십니다."
돌팔이 의원은 껄껄껄 웃으며 태연자약하게 웃으며 대답한다.
"명의라는 것이 따로 있는 줄 아시오? 자고로 명의란 약을 잘 써서 되는 것이 아니고, 상황에 따라서 임기웅변으로 말을 잘 둘러대야 명의가 되는 것이라오."
방랑시인 김삿갓 (109)
돌팔이 의원의 위기 극복기
김삿갓은 필봉 선생의 명의 주장을 듣고 궁금한 점이 있어, 물어 보았다.
"병을 그런 식으로 치료해 주다가 사람을 잡기 쉬울 터인데, 그런 일은 없으셨던가요?"
"선생은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시오. 의원치고 애매한 환자를 죽여 보지 않은 의원이 어디 있겠소.
자고로 명의라는 말은 <환자를 많이 죽여 본 의원>이라는 말인 줄 모르시오?"
김삿갓은 기가 막혔다.
"그렇다면 선생도 약을 잘못 써서 환자를 죽여 본 일이 있단 말입니까?"
"따지고 보면 사람이란 언젠가는 어차피 죽게 되는 것이 이치일진데, 예전에 실수로 어린 아기를 죽였을 때만은 거북한 생각이 노상 없지는 않지요...."
"옛? 어린 아기를 죽여 본 경험도 있으시다고요?"
아무리 돌팔이 의원이기로 어린 아기를 죽여 본 일이 있노라고 천연덕스럽게 대답하는 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른들의 경우는 오만 가지 병이 많아서 약을 잘못 쓰면 죽을 수도 있겠지만, 어린 아기들의 병이란 감기나 급체 정도인데, 어쩌다가 어린 애기까지 죽여 본 일이 있다는 말씀입니까?"
김삿갓이 정면으로 나무라 주자, 돌팔이 의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대답을 하는 것이었다.
"지금 같으면 그런 일은 없을 것이오. 그때만 하더라도 약국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일인지라,
경험이 너무도 부족해 그랬던 것이지요."
"생떼 같은 애기를 죽였다면 애기의 부모의 행패가 대단했을 터인데, 그런 것을 어떻게 넘기셨소."
"그것도 역시 배짱으로 무사히 넘겨 버렸지요. 그때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 보시려오?"
그리고 돌팔이 의원은 김삿갓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김정은이 백중국이라는 약국 간판을 내건 지 열흘쯤 지난 어느 날의 일이었다.
산골 사람 하나가 불덩이같이 열이 높은 어린 아기를 업고 와서,
"선생님! 이 애가 무슨 병인지 몸이 불덩어리같이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선생님 열을 좀 내리게 해주십시오."하고 애원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필봉은 패독산 한 첩을 지어 주었는데, 그것 가지고는 미흡할 것 같아서 부자(附子)를 몇 톨 곁들여 넣어 주었다. 부자가 극약(劇藥)인줄 모르고, 다만 열제(熱劑)인 줄 만 알았기 때문에, 자기 딴에는 이열치열(以熱治熱)하는 화제(和劑)를 지어 준답시고 약방문에도 없는
부자를 첨가해 주었던 것이었다.
어린 애기는 집에 돌아가 그 약을 달여 먹고 그 자리에서 즉사 하였다.
그러려니 애기의 애비 되는 사람이 백중국으로 달려와 애기를 살려 내라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돌팔이 의원은 속으로는 어안이 벙벙하였다. 그러나 머리를 수그려 사과를 했다가는 뒷 수습이 어려울 것 같아서,
"그게 무슨 소린가. 그 약을 제대로 먹였다면, 열이 내리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소리네.
자네 말을 믿을 수가 없으니, 나와 함께 직접 집에 가보세."
필봉 선생은 환자의 집으로 달려가 애기의 시체를 만져 보다가, 태연히 다음과 같이 호통을
질렀다는 것이다.
"이 사람아! 자네는 멀쩡한 거짓말을 했네그려. 애기는 몸이 싸늘할 정도로 열이 깨끗하게 내렸는데,
뭐가 불만스러워 야단이란 말인가."
김삿갓은 그 말을 듣고 포복절도를 하였다.
"하하하, 선생 배짱은 알아줘야 하겠습니다. 그래, 호통을 질러서 문제는 잘 해결되었습니까."
"애기는 이미 죽어 버렸는데, 해결이 안 되면 어쩔 것이오. 복잡다단한 세상을 당당하게 살아가려면 배짱이라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오."
마침 그때 방문이 열리더니,
"오라버니! 언니랑 아이들이랑 모두들 어디 갔어요 ?"
하고 묻는 젊은 여자가 있었다.
필봉은 젊은 여인을 보자 크게 반색을 한다.
"아니 네가 어떻게 내려왔느냐 ? "
"집에만 앉아 있기가 갑갑하여 언니한테 놀러 왔어요. 그런데 언니랑 아이들이랑 어디를 갔는지 아무도 보이지 않네요."
분홍 저고리에 남치마를 입은 20세 쯤 되어 보이는 색시는 그렇게 말하며,
눈으로는 김삿갓을 바라보고 있었다.
훈장더러 오라버니라고 부르는 것으로 보아, 그 색시는 홍 부자의 소실인 필봉 선생의 누이동생임이 틀림없어 보였다.
여염집 여자들은 외방 남자의 얼굴을 함부로 바라보는 법이 아니건만, 그 색시는 면구스러울 정도로 김삿갓의 얼굴을 흘낏흘낏 훔쳐보고 있었다.
김삿갓이 색시를 보았더니, 첫 눈에 보아도 매우 왈패스러워 보였는데,
용모만은 제법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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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etta님의 댓글
Rosetta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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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bine님의 댓글
Sabine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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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님의 댓글
Chi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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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dget님의 댓글
Bridget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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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belle님의 댓글
Maybelle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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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ddy님의 댓글
Freddy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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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님의 댓글
Marc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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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agro Larkins님의 댓글
Milagro Larkins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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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il님의 댓글
Basil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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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a님의 댓글
Marina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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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lin님의 댓글
Merlin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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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dis님의 댓글
Ardis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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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er Carper님의 댓글
Walker Carper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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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erra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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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mbers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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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son님의 댓글
Carson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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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nold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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